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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부부의 수상한 여행

집시 부부의 수상한 여행

: 오스트리아에서 영국까지, 유럽 5개국 자전거 횡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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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48*210*15mm
ISBN13 9788963394367
ISBN10 896339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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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최광철
공직을 명예퇴직하고 부인과 함께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떠나 석 달간 캠핑하며 유럽 5개국을 횡단하고 돌아온 무모한 성격의 소유자다. 초등학교 학력으로 공무원 9급과 7급 공채를 거쳐 행정자치부 지방재정팀장, 화천군 부군수, 강원도 문화관광체육국장, 원주시 부시장을 지내 왔으며, 은퇴 직전 그간의 인생 역정을 담은 에세이 《수상한 부시장》을 출간한 바 있다. 앞으로 한·중·일 동북아 지역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꿈을 꾸고 있는 자칭 바이크 보헤미안의 앞날이 사뭇 수상하다.

[블로그] blog.naver.com/ckchoul
[페이스북] www.facebook.com/kwangchoul.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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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전거 유럽 횡단’은 현지에 도착해서 갈 길을 물어보고, 잘 곳을 찾느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과 시시각각으로 부딪쳤다. 예약 없이 떠난 여행이라 다소 어려움이 따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토록 난감한 파고가 밀려올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아내와 둘이서 자전거에 의식주를 싣고 야영장에서 캠핑을 하며 석 달간 유럽 5개국 3,500km를 횡단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책상머리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무리한 계획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 세계 일주’의 시작이 될 이번 여행에 어려움의 비중을 많이 두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유럽은 비교적 자전거 타기 좋은 여건이 아닌가.」
p.4

「7월 28일. ‘인첼(Inzel) 캠핑장’을 떠나 독일로 향했다. 들녘엔 옥수수 밭과 밀밭뿐이다. 집들은 가옥인지 별장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뻤다. 그런데 왜 미색 벽체와 빨간색 지붕만을 고집할까? 다양성을 잃은 걸까, 아니면 전체적인 조화를 강조하는 걸까?

강 건너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자전거를 잠시 멈췄다.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막 올려놓던 순간, 갑자기 캄캄해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할 겨를도 없고, 피할 곳도 없어 고스란히 비를 쫄딱 맞았다. 이는 아마 낯선 동양인을 경계하는 것이거나 자전거 집시 커플을 시샘하는 것일 게다. 」
p.52

「로만틱 가도는 ‘로마로 가는 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세 로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지나온 마을들도 대부분 중세의 분위기라서 그런지 외형상 확연하게 구별되지는 않았다.

도나우 강변의 마을들과 비교한다면 로만틱 가도에 있는 마을들은 작은 시골 느낌이 물씬 풍겼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꼬불꼬불했고, 밭고랑과 울타리는 반듯하지 않고 어수선했다. 또 밭 군데군데에는 오랜 고목이 서 있었고, 숲에 덮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작은 도랑도 흐르고 있었다. 마을 길목마다 해진 흙벽돌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는 듯했다.」
p.72

「결국엔 오늘 그냥 떠나기로 했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이 정도면 몇 달 동안 신세를 진 거나 다름없다. 며칠 더 묵어가라는 얘기를 몇 번이고 했지만 하룻밤으로 만족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동양인을 자기 집에 데려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게 어디 그리 쉬우랴. 무료로 빌려주는 건 차치하고 부부가 쓰는 침실까지 내주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 무슨 이해타산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여행객들의 처지를 잘 알아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겠지. 아니면 본인이 여행하면서 이런 경험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고……. 」
p.172

「한 시간 정도 지나 산 중턱에서 넓은 회전 로터리를 만났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세 번째 길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방향 표시가 이상하게 움직였다. 현재 위치를 가리키는 ‘커서’가 항상 0.5초 정도 뒤늦게 움직이는 바람에 달리고 있는 방향이 제때 표시되질 않았다. 밤에 회전 로터리를 돌 때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커서’의 움직임을 동시에 보며 진입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린 갓길 풀숲에 멈춰 섰다. 야간 산속이라 춥고, 머리가 쭈뼛쭈뼛 솟아올랐다. 마침 로터리에 들어서는 대형 트럭이 있어 손을 흔들어 도움을 청했는데, 그냥 지나쳐 버렸다. 시간은 자꾸만 가고, 지나는 이는 없고……. 점점 두려움이 깊어지고 있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지금은 그저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p.204

「자전거에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모두 싣고 달렸다. 주로 캠핑장에서 텐트 치고 취사를 했다. 그동안 식사 준비를 손수 이렇게 많이 해 본 적은 없었다. 새삼 사람 사는 데 그다지 넓은 터와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40kg이면 세상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제 철이 드나 보다.」
p.252
_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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