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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뜬 달 1

물 위에 뜬 달 1

김미정 | 동아 | 2015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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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58g | 188*254*22mm
ISBN13 9791155113370
ISBN10 115511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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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칼 사이로 상대의 얼굴이 드러나자 선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칼, 묘하게 설레는 향. 창백한 얼굴에 두려움을 안은 눈동자를 본 순간 선은 어금니를 맞물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사내가 아닌 여인이었다. 그렇다, 적장은 여인이었다.
붉은 입술은 고통을 참으려는 듯 일그러져 있고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절박함을 담고 있는 눈동자만은 자신을 직시하고 있었다.
선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세작으로부터 연제국에 여인이 장군으로 있다는 정보를 전해들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저 여인의 지위는 무엇이며 왜 사내들이 입는 갑옷을 갖추어 입고 있는 것인가. 선은 더 이상 공격할 생각이 사라졌다. 여인인 것을 알게 된 이상 여인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나, 그것은 류선의 오만이었다. 상대는 기회를 노리는 적일 뿐. 바닥에서 가볍게 몸을 일으킨 상대는 선의 뒤늦은 방어를 검으로 쳐 내고 가까이 다가왔다. 검을 휘두른 상대의 몸놀림에 선의 걸음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읏!’
선은 비명을 삼키었다. 선의 옆구리를 스치는 상대의 검이 갑옷과 살을 베고 지나갔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전해진 아리한 통증에 선은 입술 끝에 조소를 머금었다. 방심했다. 여인이라는 생각에. 얕보았던 상대의 검이 자신의 몸에 생채기를 내었다. 그것도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선!”
휘의 목소리에 선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멀리서 병사들과 달려오는 휘의 모습에 선이 자조적인 웃음을 띠었다. 기다렸어야 했나. 다급한 마음에 혼자 황후의 처소로 내달렸었다. 인질이, 황제나 황후가 인질로 필요했었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마마라는 말에 선의 고개가 아까의 자리로 돌아왔다. 자신의 눈에 들어온 상대는 갑옷의 색을 알 수 없을 만큼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의 검 끝에 당한 적장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와 갑옷을 적시고 있었다. 그녀가 지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땅에 대는 순간 그녀의 등 뒤로 무사들이 내지르는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
“마마!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
선은 황후의 처소로 내달릴 때보다 더 다급해졌다. 무사를 돌아보던 그녀의 눈빛에 안도하는 빛이 역력했다. 선은 이대로 저 여인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잡아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포해야만 했다.
달려오는 휘와 연제국의 무사들에게 마마라고 불리는 사람을 번갈아 보던 선은 혼자서 잡아 볼 생각에 검을 다시 고쳐 들었다. 하나 상대의 수가 더 많았다. 그리고 옆구리의 통증이 만만치 않았다. 두 명의 무사가 선의 앞을 막자 검을 든 적장의 여인이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곧 몸을 돌려 다친 어깨를 잡은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선의 외침은 속에서만 머물렀다. 자신을 향해 한 발 더 다가온 무사들의 눈빛이 결연해 보였다. 마마라는 분을 지키기 위해 이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빛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선은 멀어지는 적국의 여인을 보며 애가 탔다.
자신의 앞을 막는 자, 살려 두지 않는다는 위한국의 장군 류선이었다. 이 사실을 연제국의 호위무사들이 알았다면 무모하게 앞을 막아섰을지 의문이지만 선의 앞에서 대적하는 자는 최선을 다해 그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었다. 하나 역부족의 실력으로 또 한 명의 무사가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저승길에 오르고 말았다.
“선! 기다리라니깐 이 무슨……!”
선의 옆에 도착한 휘의 눈에 목이 떨어져 나간 무사가 둘이었다. 아까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한 명과 대적하고 있는 줄 알고 달려왔는데 무엇이 먼저이었는지 휘는 알 수 없었다. 죽어 있는 무사 둘이 먼저였는지 달아나던 무사가 먼저였는지.
“휘! 저쪽으로 추적대를 보내!”
선은 지금이라도 추적을 하면 그 여인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자신을 향해 달려온 휘의 팔을 억세게 잡았다.
“추적대 보내. 그리고 생포해, 반드시.”
“뭐?”
놀란 휘의 얼굴이 정말이냐고 묻고 있었다.
“굳이 생포를…… 사살이 낫지 않을까?”
“아니, 반드시 생포해.”
“자네 진정…….”
자신의 눈을 마주하는 선의 단호한 말투에 휘가 무엇에 홀린 것처럼 떠밀리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포……하겠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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