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밤이었다. 밤새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다 못한 여인은 아무래도 마당가에 묶여 비를 맞고 있을 흰둥이가 걱정되어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비를 맞고 있는 흰둥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 아래에 재웠다. 그런데 그날 이후 흰둥이는 밤만 되면 방문 앞에 다가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해 용을 썼고, 여인도 그만 그날 이후부터는 아예 흰둥이를 방에서 재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방안의 잠자리에 익숙해진 흰둥이는 침대 위로 뛰어오르기가 예사였고, 여인 또한 그런 흰둥이가 귀여워서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흰둥이가 잠든 여인의 맨몸을 핥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은 벌어졌다. 여인은 흰둥이가 자신의 속살을 핥을 때 전해오는 아랫도리의 그 짜릿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종내는 그 짐승에게 엉덩이마저 내주는 수간(獸姦)의 사이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일 년 가까이 지난 어느 날, 그러니까 남편이 흰둥이에게 목덜미를 물려 죽던 날 밤이었다. 개를 데려다 놓고 일 년 가까이 집을 떠나 있던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가에 놀고 있던 흰둥이는 남편을 보자 반가워 꼬리를 치며 두 발로 뛰어 올랐다. 일 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흰둥이는 자신의 주인인 장사꾼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 밤이었다. 실로 일 년 가까이 떨어져 있던 남편은 밥상을 치우기가 무섭게 침대 위로 올라가 서둘러 아내의 옷을 벗겼다. 한껏 달아오른 여인도 알몸이 되자마자 그대로 양손을 짚고 허리를 구부려 자신의 엉덩이를 남편에게 들이밀었다. 말하자면 계간(鷄姦) 즉 비역질의 체위였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당신 웬일이야? 전에는 이렇게 한 번 해보자고 해도 요리조리 엉덩이를 돌리며 부끄러워만 하더니?’
그러나 여인은 말없이 양팔을 구부리고 어깨를 낮추어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동안 흰둥이와의 습관이 남편을 상대로도 그만 은연중에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한껏 고조되어 여인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여인이 자신의 엉덩이 사이가 꽉 조여 오는 느낌과 동시에 어디선가 크르릉 대는 흰둥이의 소리를 들었다 싶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18쪽「개와 간통한 여인」중에서
그로부터 얼마 후 마침내 왕 노파의 아들이 돌아왔다. 방문 앞에 다가선 그는 방안에서 들려나오는 수상쩍은 소리에 잠시 멈칫거리다가, 급기야 문틈으로 귀를 바짝 가져다 들이대었다. 그때 한창 절정에 다다른 듯한 아내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아주 생생하게 들려나왔다.
‘아이고, 나 죽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왕 노파의 아들은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거꾸로 치솟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어져 버린 그는 돌아서서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방문을 냅다 걷어차며 뛰어들었다. 그 바람에 놀란 여자가 소리를 치고 일어나자 동은 재빨리 일어나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그 순간 왕 노파 아들의 칼이 동의 가슴 속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잠시 후 며느리의 비명소리에 놀란 왕 노파가 등불을 들고 들어서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동을 보고 기절을 할 듯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그러다가 벌거벗은 몸을 양팔로 싸안고 침대 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던 며느리를 본 왕 노파는 한순간에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네 이년. 이게 무슨 짓이냐?’
그러더니 노파는 아들을 붙들고 바깥으로 나와 말했다.
‘간통의 현장을 잡고서도 사내만 죽여서 어쩌자는 게냐? 간부(姦婦)는 그냥 살려 두자는 셈이냐?’
그러자 아들은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이미 숨진 동의 가슴에서 칼을 빼들었다. 그 순간 여자가 침대에서 뛰어내려와 남편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하지만 왕 노파의 아들은 아내의 목에다 다시 칼을 푹 쑤셔 넣고 말았다.
-256쪽「하룻밤에 일어난 세 건의 살인」중에서
그 사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정신을 되찾은 곽은 눈을 떴다. 그러나 사방이 깜깜하여 어디가 어딘지 도대체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반듯이 누운 채 손으로 주위를 더듬어 보았다. 손에 닿는 건 모두 비단결 같은 이불과 낯선 물건들뿐이었다. 자신의 방이나 서재가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다가 곽은 그만 한순간 소스라치듯 놀라 몸을 움츠러뜨렸다. 바로 옆자리에 누가 함께 누워 있었던 것이다.
옆에 누운 사람은 분명히 여자였다. 그 동안 아주 기분 좋은 냄새가 코를 간질여서 곽은 이게 무슨 냄새일까 하고 의아해했는데, 여자의 몸에서만 나는 바로 그 특유의 냄새였던 것이다. 놀란 곽은 잠시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웠다가 자신과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운 여자의 몸에 가만히 손을 대어 보았다. 여자는 아주 얇은 속옷 하나만 몸에 걸치고 있었는데, 피부가 마치 기름처럼 매끈하여 자신의 마누라가 아님은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곽은 용기를 내어 한 번 말을 걸어 보았다.
‘당신은 누구요?’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여자는 대답대신 갑자기 훅, 하고 뜨거운 입김을 내뿜더니 그만 자신의 목을 끌어안고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런 여자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곽의 아랫도리는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곽은 급해졌다. 그러나 곽보다 더 다급하게 굴어대는 쪽은 오히려 여자였다. 상대방 몸의 변화를 알아챈 여자는 갑자기 배 위로 올라와 앉더니, 자신의 엉덩이를 엄청나게 부푼 곽의 아랫도리에 깊숙이 파묻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엄청난 힘으로 요동을 치다가, 끝내는 그만 걷잡을 수 없는 신음소리와 함께 곽의 배 위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정체도 알 수 없는 여자와 살을 섞고 난 곽은 한동안 꼼짝도 않고 누워 있었다.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한 차례의 폭풍이 몰아쳐 지나간 후 여자는 기름처럼 매끈한 팔과 다리로 곽의 몸을 꼭 휘감아 안고, 마치 찰떡처럼 찰싹 달라붙어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377쪽「천궁을 다녀온 사나이」중에서
이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주씨는 다시 항랑을 찾아갔다. 주씨에게 그 동안 남편과의 관계를 전해들은 항랑은 호호거리며 말했다.
‘됐어요! 이제 아주머니는 남편의 사랑을 독점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었어요.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해요. 남편을 다시 보대의 방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면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해요. 그건 바로 색정(色情)을 쌓는 거예요. 지금부터 저를 따라 해보세요.’
그리고 그때부터 항랑은 잠자리의 남자에게 교태부리는 법을 자신이 직접 한 번씩 시범을 해보이고 난 뒤 그녀에게 따라 해보라고 했다. 주씨는 그녀가 하는 대로 때로는 그윽이 항랑의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며 추파를 던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하얀 치아를 살짝 드러내어 방긋 웃어 보이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항랑은 주씨가 잘못한 것을 일일이 지적해 주며 말했다.
‘입을 더 오므리고 눈을 더 흘겨요!’
‘틀렸어요. 턱을 왼쪽으로 더 당기세요!’
이렇게 항랑은 하루 종일 주씨에게 색정 쌓는 법을 가르쳤다. 거기에다 남자를 녹이는 몇 가지의 방중술(房中術)까지 가르쳐 주고 난 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평소에 아내로서의 품위를 잊지 않는 거예요. 모든 것을 완전히 습득했다 하더라도 여자가 품위를 잃어버리면 몸을 파는 창녀나 다름없이 되어 버리니까요. 명심하세요.’
그날 밤부터 주씨는 항랑에게 배운 대로 남편과 잠자리를 함께 할 때마다 한 가지씩 시험해 보았다. 대성공이었다.
그렇게 한 달 가량 지나자 남편 홍은 아예 첩 보대의 방에 발길을 뚝 끊어 버렸다. 그리고 홍은 혹시라도 아내 주씨에게 잘못 보여 내침을 당하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언제나 웃는 낯으로 한시도 아내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주씨는 한때 보대에게 빼앗겼던 남편의 사랑을 완전히 자신에게 되돌리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또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대는 명색만 첩이었지, 이제 홍씨 부부의 잠자리나 챙겨주고 속옷이나 빨아 대는 일반 하녀나 다름없이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443쪽「남편의 사랑을 독점하는 술법」중에서
그때 몇 사람의 좀도둑이 물에서 건져낸 것을 담은 광주리를 들고 왕십의 곁으로 나왔다. 오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광주리 속에는 썩어 문드러진 사람의 살과 뼛조각들이 하나 가득 담겨져 있었는데, 옆으로 지나가자 냄새가 확확 풍겼다. 왕십은 그만 코를 막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조금 더 언덕 쪽으로 올라가자 낯익은 사내 하나가 발가벗고 내를 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바로 고원읍의 소금을 독점하고 있는 진씨였다. 평소에 그는 독하기가 독사와 같다고 소문이 난 소금장수였다. 선량한 사람들에게 되를 속여서 파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에 누가 소금 밀매를 한다고 하면 파는 사람과 산 사람을 모두 관가에 고발하여 옥살이를 시키기가 일쑤였다. 게다가 왕십의 집에 포졸과 함께 불시에 들이닥쳐 팔려고 가져다 놓은 소금부대를 찾아내어 수채에 부어 버린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고도 옥살이를 면해주겠다고 돈까지 뜯어 가서 포졸과 나누어 먹는 아주 더럽기 짝이 없는 놈이었다.
진씨가 물속에서 광주리를 들고 나오다가 왕십과 딱 마주쳤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던 진씨가 왕십이 감독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헤헤거리며 다가왔다. 그러더니 광주리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그때 왕십이 들고 있던 곤봉으로 진씨의 어깨를 툭툭 내려치며 말했다.
‘이봐. 당신은 내가 이곳의 감독관이라는 걸 모르나?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얼른 들어가서 일이나 계속해.’
그러고는 곤봉을 들어 그의 머리통을 몇 대 갈겨 버렸다. 그러자 진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더러운 물속으로 다시 도망쳐 들어가고 말았다.
그 후 며칠 동안 왕십은 다른 곳은 가지 않고 진씨만 따라 다니며 괴롭혀주었다. 진씨가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는 등을 때리고 언덕으로 올라오면 다리를 때렸다. 그러자 나중에 그는 왕십에게 하도 얻어맞아서 더러운 물의 한가운데에 고개를 처박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마침내 삼도천의 청소가 끝났다. 물빛도 다시 맑아졌다. 그러나 삼도천을 치던 인부의 절반은 그 자리에서 다시 죽어 버렸는데, 왕십에게 하도 얻어맞아 해골처럼 뼈만 남은 진씨는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
-594쪽「지옥에 다녀온 소금장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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