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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5

신궁 5

: 의혈단, 공포가 시작되다

고명윤 | 명상 | 200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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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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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1쪽 | 46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322450
ISBN10 897232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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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고명윤
PC 통신에 연재된『신궁』으로 유명해진 저자는 신무협 환타지 소설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잠룡기』『소요유』『냉혈단심』등을 출간하여 인기 작가로서의 면모를 발휘하였으며, 현재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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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무향을 그렇게 떠나 보낸 도일봉은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도일봉은 이제까지 그처럼 외롭고 쓸쓸한 등을 본 적이 없었다. 초무향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눈 속을 파고들어 가슴 깊은 곳에 박혀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추수가 끝나 황량한 겨울의 빈 들판 같았다. 그 들판에 차가운 잔설이 흩날리는 것처럼 너무도 외롭고 쓸쓸한 모습이었다.

도일봉은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벌떡 자리를 박차고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치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달리고 또 달려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일봉은 산봉우리까지 치달아 올라 사방을 향해 부르짖었다.
"무향, 무향! 돌아와! 내가 잘못했어. 돌아와, 제발 돌아와. 무향!"
대답하는 건 가물거리는 메아리뿐이었다. 도일봉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는 그녀의 황량한 뒷모습만 눈에 밟히는 것이 아니라 바얀에게 잡혀 목이 달아나는 끔찍한 모습까지 겹쳐 떠오르고 있었다. 시체를 염해 주는 사람도 없고, 허공에는 갈가마귀 떼만 맴돌고 있었다. 도일봉은 몸을 부르르 떨며 낮게 부르짖었다.
"돌아와 제발. 내가 잘못했어. 무향, 무향......"

도일봉은 여태 자신의 판단을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잘못 했으면 잘못 한대로, 잘 했으면 잘 한대로 마음에 담아 두는 법이 없었다. 그것을 하나의 장점으로 생각하던 자신이 아니던가. 헌데 그런 오만과 자만심이 이토록 뼈저린 상처를 몰고 올 줄이야. 그는 초무향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뜻 이곳이 역시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원수를 갚아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 머물 것을 권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돌아서서 떠나는 그녀의 등이 어찌 그리 황량하단 말인가. 철의 여인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등이 어찌 그리 외로울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분명 가지 말라고 붙잡아 주길 바라고 있었고, 함께 있고 싶으며 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그걸 몰랐단 말인가? 그러고서도 그녀의 친구라고 자처하고 있었으니 이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그녀에 대해 아는 것도 실상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그녀의 이름까지도 몰라 자신이 지어 주지 않았던가 말이다.
"아아, 이 도일봉아......"
도일봉은 그렇게 산마루에 주저앉아 밤을 보냈다. 온밤 내내 하늘의 별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허탈하고 죄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 pp.26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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