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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시작되는 곳

꿈이 시작되는 곳

리사 클레이파스 저 / 나채성 역 | 큰나무 | 200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3 리뷰 2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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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63쪽 | 54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8911078
ISBN10 897891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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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리사 클레이파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 21세에 첫번째 역사 로맨스 소설을 펴낸후, 지금까지 색다른 소재와 이국적인 분위기를 지닌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내고 있다. 그년느 1987년 『로맨틱 타임스』가 수여하는 역사 소설 부분 최고 작사상을 수상하였으며, 1989년에는 지가 수여하는 골든 유니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품으로 『그의 향기를 느낄 때』, 『그대 가슴속의 향기』, 『사랑이 그데에게 다가올 때』, 『당신은 내 인생의 주인공』, 『아련히 피어난느 수채와 사랑』, 『내 품안의 이방인』 등이 있다.
역자 : 나채성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역서로 <사로잡힌 신부> <사랑의 텍사스> <바이올렛> <내가 사랑한 악당> <당신품에 안겨>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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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풀어라'

아이가 코를 풀고 나서, 뒤늦게 크러뱃을 휴지처럼 사용했따는 희귀한 상황에 키득거렸다.

'당신은 아주 우스워요, 브론슨 씨!'

재커리는 아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미소지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공주님?'

이미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로즈는 당장에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엄마가 여기서 떠날 거라고 했어요. 다시 삼촌집에서 살거래요. 하지만 난 여기서 살고 싶어요.'

작은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서 재커리는 가슴을 세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 공포...사랑...그보다 더 큰 고통. 홀리와 작별인사하는 것에서 벗어나느데만 급급했었는데..... 이 아이가 마지막 강타를 날려 버렸다.지난 몇 개월 동안 그는 이 앙증맞은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설탕 묻어 끈적한 손과 언제나 끌고 다니는 단추고리, 길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엄마를 닮은갈색 눈동자. 더 이상의 티파티도 없을 것이고, 응접실 불가에 앉아 토끼와 양배추, 드래곤과 공주에 대해서 애기하는 일도, 진심으로 믿어 주며 그에게 메달렸던 작은 손도 없을 것이다.
--- p.273-274
'진한 차를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물을 더 넣어드릴까요.'

'진한 게 좋소.'

'설탕은 몇개 넣으시나요.'

그녀가 섬세한 집게로 설탕 덩어리를 들어올렸다.

'세 개. 밀크는 넣지 마시오.'

홀리의 얼굴에 스르르 미소가 떠올랐다.

'단 걸 좋아하시는군요, 브론슨 씨.'
--- p.45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리라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촌의 작품을 보는 순간 홀리는 감탄사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낭만적인 고딕 양식을 가미하여 매력적이면서도 세련된 저택의 형태가 그려져 있었다. 풍성하게 만들어진 창문이 바깥의 풍경을 안으로까지 끌어들이는 듯했고, 커다란 주실들과 온실이 파티를 위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면서도 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또다른 별채들이 펼쳐져 있었다.

홀리는 브론슨이 이 디자인에 감탄하기를 바랐다, 우아함과 지나치게 장식적인 것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기 바랐다. 적어도 수세식 화장실과 타일로 덮은 샤워실과 겨울철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벽돌을 사용했다는 등의 현대적인 기술 정도는 마음에 들어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브론슨은 아무 표정 없이 설계도를 응시하며 한두 가지 질문을 던질뿐이었다. 그때 주홍색 장식을 단 장밋빛 승마복 차림으로 엘리자베스가 서재로 들어섰다. 단순하면서도 대답하게 재단하여 목에 여성적인 하얀 레이스를 단 옷차림이 아주 잘 어울렸고, 검은 머리 위로 진홍빛 모자를 쓴 모습이 젊고 신선해 보였다.

"나기기 전에 설게도를 한 번 보고 싶어서 ……."

제이슨 소머스가 몸을 돌리자, 엘리자베스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홀리는 재빨리 두 사람을 소개시키면서 엘리자베스가 완벽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자랑스레 지켜보았다.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은 잠깐 동안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를 살펴보았다. 그런 다음 소머스가 방향을 바꾸어 브론슨에게로 관심을 되돌렸다.

홀리는 그의 명백한 무관심이 당황스러웠다. 어떤 남자가 이 여인의 황활한 모습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홀리는 엘리자베스가 테이블로 다가서자, 제이슨의 시선이 순간즉어로 엘리자베스스에게 향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 pp. 142-143
정말로 조지였다. 하지만 그의 온몸 모습은 살아 있었을 때와 달라 보였다. 생생한 피부와 활기찬 눈동자, 반짝이는 머리카락..... 그의 구석구석에서 힘과 활력이 풍겨나왔다.
'홀리'
그녀의 놀라움이 재미있는 듯 그가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냐가 당신을 맞으러 오지 않을 줄 알았소?'
그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에도 불구하고, 홀리는 뒤로 주춤거렸다. 왠지 그를 대하기가 두려웠다.
'조지, 어떻게 우리가 함께 있는 거죠? 내가....'
자신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녀의 행복은 썰물처럼 사라져 갔다. 눈이 따끔거리며 아파 왔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절망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조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준비가 안 된 거요?'
'그래요'
그녀가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조지, 아직 나에게 기회가 있는 건가요? 난 돌아가고 싶어요.'
'육신의 감옥으로... 그 고통과 투쟁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요? 나와 함께 갑시다. 여기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오.'
그가 초대하듯이 한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곳들을 보여주겠소.'
그녀는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지, 당신이 파라다이스를 보여준다 해도 난.... 나를 필요로하는 사람이 있어요, 나도 그 사람이 필요해요...'
'알고 있소.'
'안다구요?'
그의 얼굴에 비난의 기색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조지, 난 그 사람과 로즈에게 돌아가야 해요! 제발 날 원망하지 말아요. 당신을 잊은 건 아니에요, 당신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사람을 사랑하게 됐어요!'
'알고 있소.'
'잘 됐소'
그가 중얼거렸다.
'내가 여기 왔을 때 한 가지 후회되는 점이 있었소. 다른 사람들에게 해준 게 별로 없다는 거. 인생의 걱정거리들은 사실 중요치 않은 것들이지. 사랑만큼 중요한 건 없소, 홀리... 최선을 다해 그 사랑으로 인생을 가득 채우시오.'.............
그녀의 몸이 급속도로 침몰하고 추락하며 열기와 어둠 속으로 되돌아가는 듯했다. 야만적인 으르렁거림이 공기중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처음엔 그 격한 소리들이 두려웠지만 그녀는 이내 그 근원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쇳덩이처럼 무거운 사지로 열심히 움직였다. 천국 같은 곳에서 가볍게 날아다닌 후에 이런 고통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기회가 주어진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 고통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조용히 침묵시켰다. 그녀의 손가락 밑에서 그의 입술이 떨리는 걸 느꼈다.
'그만'
그녀의 속삭임에 그 격렬하던 기도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녀는 힘겹게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이젠 괜찮아요.'
그녀는 눈을 뜨고 재커리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검은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그의 뺨을 어루만지는 동안, 그의 얼굴에 이서이 되돌아왔다.
'홀리'
그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내 옆에 있어 줄 거지?'
'그럼요.'
그녀가 한숨 쉬며 미소지었다.
'난 아무 데도 안 갈 거에요.......사랑하는 재커리.'
--- pp.353-356
습관적으로 홀리는 테이블에 놓인 조지의 초상을 집어들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약간의 위로와 힘이 생길 거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남편의 평온한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조지의 얼굴이 그녀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그의 품과 목소리, 미소를 갈망하지 않게 된 것이다. 믿을 수 없게도,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 남편을 사랑한 것 만큼이나 진심으로 재커리 브론슨을 사랑하게 되었다. 재커리만이 그녀에게 생기와 온전한 느낌을 전해 줄 수 있었다. 그의 도발적이고 점잖지 못한 대화, 냉소적인 웃음기, 분노 혹은 무릎 떨리는 갈망을 담아냈던 검은 눈동자가 그리웠다.
--- p.291
도망치고 싶다. 주위의 세련된 잡담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샹들리에, 풍성한 식사 시간을 예고하는 음식 냄새, 레이디 홀랜드 테일러는 이 모든 것들이 당황스러웠다. 조지가 죽은 지얼마 안되어 이런 성대한 파티에 참석한 것이 실수였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 년을 짧은 기간이라고 생기지 않겠지만. 조지가 죽은 뒤 일년 동안 그녀는 깊은 애도에 잠겨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린 딸과 정원을 산책하는 것 외에도 집 밖으로 외출도 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검은 상복 차림으로 남편과의 이별을 상징하는 베일을 얼굴과 머리 위에 드리고 살았다.
--- p.9
'당신이 그자와 결혼하면 사교계의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표시랄 거요. 더 이상 당신을 받아주려 하지 않는 곳도...'

'상관없어요. 조지를 떠나보낸 후에 나의 흠없는 평판은 차가운 위로밖에 전해주지 못했답니다. 난 사랑받는 기회를 택하겠어요. 너무 오랫동안 진짜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게 아쉬울 뿐이에요. 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게 두려워졌어요. 그래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 p.299-300
그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너무 늦게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점잖게 말하고 우쭐대며 행동하는 사교계로 끼어드는 대신, 지배하고 싸우고...정복하는 사회가 그에겐 훨씬 어울렸다. 홀리가 레이븐힐의 팔을 붙잡고 무도회장을 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는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의지력을 동원해야 했다. 야만인처럼 홀리를 낚아채 빼앗아 오고 싶어 온몸이 부들거릴 지경이었다.
--- p.230
'그게 뭐요?'
'포마드예요.'
'난 그걸 싫어하오.'
'알아요. 조금만 사용할게요. 공식적인 무도회에 헝클어진 머리로 등장할 수는 없잖아요.'
그는 체념한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젖은 손가락이 그의머리 속으로 움직여 그 밑의 두 개골을 가볍게 문지르며 반항적인 머리카락을 다듬어 나갔다.
'당신 가족의 머리카락은 다 똑같아요. 제멋대로의 의지를 지녔죠.'
홀리가 살짝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엘리자베스의 머리를 진정시키는 데도 두 벌의 핀을 모두 사용해야 했답니다.'
쾌감과 절묘한 긴장에 사로잡혀 재커리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리 속에 느껴지는 그녀의 손길은 그야말로 최악의 고문 이었다. 그녀가 깔끔하게 머리를 빗어 뒤로 넘기자, 기적처럼 그 제멋대로의 머리카락들이 얌전해졌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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