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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쑥대머리

LA 쑥대머리

선산곡 | 신아출판사 | 2000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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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6쪽 | 409g | 153*224*20mm
ISBN13 9788971716113
ISBN10 897171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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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선산곡
전북 순창에서 출생하여 『문예연구』에 수필로 등단했다. 「한국문협」「전북문협」「전주문협」「전북수필문학회」「두리문학회」「순창문학회」「영.호남 수필문학회」의 회원이며, 현재 전주 온고을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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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눈발이다. 수은주는 급강하했다. 온 나라에 큰 눈이 온다고 한다. 빗나가길 바란 예보였지만 「전국대설주의보」라는 표현의 강도가 높은 걸 보아 분명히 큰 눈이 내릴 모양이다.
해가 바뀌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 날씨가 아니었다. 이상기후라고 했지만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것이 흡사 봄날이었다. 겨울에 따뜻한 날씨는 서민들에게 큰 부조라고 한다. 그러나 그 부조를 받는 한가함이 너무 길어지자 아무래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폭설에 강풍은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평소 무료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막상 정해진 출타가 있는 날 보란 듯이 기후가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강풍에 큰 눈이 온다는 예보대로 저녁때부터 천지가 눈보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
(내릴 테면 내려라.)
연휴가 끝난 다음날부터 물러설 수도 없는 공적인 일을 해내야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더니 꼭 이래야 되나? 흡사 오기 찬 심정으로 눈 내리는 창 밖을 본다. 눈은 한겨울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지만 그 눈으로 말미암아 행동 반경이 제재를 받는 사람에겐 이만저만 고통이 아니다. 나 개인의 작은 일에서부터 사회의 크고 작은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천재지변으로 인한 삶의 리듬이 어느 정도 깨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단단한 각오로 집을 나선다. 눈이 많이 내렸으니 곳곳에 교통은 두절되었고 완급(緩急)이 무시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대중 교통으로 몰릴 것은 뻔한 일이다. 그 혼잡을 이겨야 할 정신적인 무장이 필요한 것이다.
---pp.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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