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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에서 온 편지

보길도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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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0쪽 | 442g | 153*224*20mm
ISBN13 9788987350301
ISBN10 89873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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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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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서 바람이 더욱 거세집니다.
경박하게 울리는 풍경 소리가 거슬려 나는 문밖으로 나와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들을 내려놓습니다.
바람 속에서도 밤은 적요합니다.
우주의 중심으로부터 억겁의 세월을 건너온 별들 몇 개, 변방의 심장에
날아와 박힙니다.

오늘 밤 소멸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방금 져 버린 별처럼 우리는 모두가 어느 날 문득 자취도 없이 사라져 갈
존재들이 아니었던가요.
소멸이란 존재의 숙명이자 근거이기도 합니다.
소멸이 없다면 어떻게 존재일 수 있겠습니까.

만약 우리가 소멸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존재의 신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가 신비롭지 않다면 삶이란 도대체 얼마나 하찮은 것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신비로운 존재의 소멸이란 또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우리가 소멸의 신비를 묵상하고 소멸의 아름다움을 관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이웃들에 대해 보다 관대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pp.109-110
나는 정자에서 내려와 유자나무 앞으로 다가갑니다. 내키보다 한참 큰 나무가 무성한 푸른잎과 당당한 가지를 내뻗어 내 뜨락을 빛내고 있습니다. '미안하네 유자나무들' 나중 정중히 사과합니다. 애당초 과실나무가 아닌 나무들도 정원수라고 뜰에 심고 가꾸면서 어째서 나는 별로 즐기지도 않는 유자 열매 몇개를 그렇게 탐했는지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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