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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꺾는 나무들

가지를 꺾는 나무들

김동민 | 푸른사상 | 200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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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3쪽 | 534g | 153*224*30mm
ISBN13 9788989368014
ISBN10 898936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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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동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중편「거인의 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최근 중앙 월간 문예지 세 곳에 잇따라 장편을 연재하였다. 현재 과학영재 교육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서로『아마존강의 초가집』『양, 강둑에 서다』『어둠 속에 벨이 울릴때』『사랑의 모자이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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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은 흡사 지남철에 딸려가듯 여자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여자는 지금 자기를 경찰이나 회사쪽의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그래, 시철과 나는 전혀 닮지를 않았지. 또다시 은밀한 설움이 술기운처럼 치밀고 있었다. 여자보다 앞서 그 곳을 나와 카운터 쪽으로 갔다. 홀에 있던 뭇사내들의 시선이 뒤통수를 찔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계산을 하면서 시현은 자신에게 말했다.

'아직까지는 시철이와 그 노조 위원장이란 사람에게 아무일도 없는 것 같아. 시철이는 무사한 거야. 이 여자는 절대 그들을 위험에 빠뜨릴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거야. 자금 송달책 역할을 할 시철이는 이 여자로 해서 별 탈은 없을 거야. 그리고 노조 위원장이란 사람에게 이 여자는 사마귀일수가 없어. 설사 그가 이 여자의 도움을 받아 그런 일을 하다 무슨 일을 겪는다 해도, 그건 그의 운명이지 여자의 잘못이 될 수는 없어. 그리고 관진의 말대로라면 그것은 사랑이 시킨 일이니까.'

나선형 계단을 나서자 밤공기가 뺨을 때려왔다. 술기운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듯했다. 무연히 밤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창백한 도시의 달이 흐느끼는 밤. 도시의 밤은 숱한 비밀을 간직한 채 시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날만큼 자신이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는 느낌이 정수리를 파고들었다. 카페 마담과 노조. 그리고 시철. 시현은 신앙처럼 깨달았다.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붉은 계곡이라는 것을.

그 계곡 어딘가에 봉분이 보인다. 무덤가에 시철이 서 있다. 마치 무덤 앞에 세우는 석인(石人)이나 석수(石獸)처럼.
--- pp.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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