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이라고 해서 여자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홈페이지를 통해 여군도 결혼할 수 있다는 여군 지망생들의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솔직히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여군은 여자 아닌가요?' 어느 날, 내무반장이 잔뜩 열을 올렸다. '하여간 이쁜 것들은 다 죽어야 한다니까!'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보고 하는 소리였다.
'같은 여자 입장이지만 저거 너무 닭살이지 않냐? 자기 무슨 이슬만 먹고 사는 것처럼 이쁜 척하는 것 좀 봐라. 어쩜 저렇게 하나같이 얼굴이 똑같을 수 있니? 고쳐서 저 정도면 견적 좀 나왔겠다, 그치?' 요즘 들어 내무반장은 부쩍 짜증내는 일이 많아졌다. 노처녀 히스테리 비스무레한 것들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와 요즘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돌던데, 아마도 그 일로 신경이 더 예민해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한 시간이 멀다하고 당직실로 걸려오던 남자친구 전화가 뜸해진 것도 같았다. 그날 저녁, 전화 걸러 나갔다 온 내무반장이 내게 대뜸 외출조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아마도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바꿔달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스케줄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선선히 바꿔줬다. 하지만 복귀가 완료되어야 하는 일요일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내무반장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도 전화 한 통 없이. 혹시 남자친구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뭔가 잘못돼서 탈영이라도 한 건 아닐까? 나는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그날 일직사관이었던 중대 선임하사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해당 내무반원은 단독군장 차림으로 대기하라는 것이었다. 내무반장 군기가 저러니 그 내무반은 보나마나라면서 말이다.
--- p.112
"네, 감사합니다. 단결!"
식은땀 나는 여군학교장남과의 1대1 상장 시상식이 끝났다. 이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여군학교 정문을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계단 난관을 잡고 3층 내무반으로 올라가자 동기들은 이미 옷을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임지가 서로 다른 친한 동기들끼리는 얼싸안고 진한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나도 미진이의 도움을 받으며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초콜릿 사건으로 함께 임용하지 못할 뻔한 미진이!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기이자 침대 짝인 미진이는 집이 밀양이었는데, 내가 군무원으로 생활했던 육군 제1군사령부로 명령이 났고, 집이 태백인 나는 밀양과 가까운 부산으로 명령이 났다. 비록 같은 부대로 배치받지는 못했지만 각자 떨어져 생활하게 되더라도 이곳에서 쌓은 특별한 우정 만큼은 변치 않길 바라며 우리는 두 손을 꼭 잡았다.
목소리가 예뻐 심리전단(전방에서 대북 방송을 하는 부대)으로 배치받은 소영이와 선영이, 군인다운 군인이 되고 싶다며 특전사 T/O(공석)가 나기 바쁘게 지원한 명희와 진이, 나와 함께 부산으로 가게 된 인경이와 승희… 등 나의 분신인 동기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각자 더블백을 메고 여군학교 정문으로 나가기 전 식당 안에서 여군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찍었다.
"하나, 둘, 셋!"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 사진 대형이 무너져 내렸지만 기분은 마냥 좋았다. 무사히 교육을 마치고 이렇게 밝고 넉넉한 웃음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우리였다.
---pp.173~174
"네, 감사합니다. 단결!"
식은땀 나는 여군학교장남과의 1대1 상장 시상식이 끝났다. 이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여군학교 정문을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계단 난관을 잡고 3층 내무반으로 올라가자 동기들은 이미 옷을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임지가 서로 다른 친한 동기들끼리는 얼싸안고 진한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나도 미진이의 도움을 받으며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초콜릿 사건으로 함께 임용하지 못할 뻔한 미진이!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기이자 침대 짝인 미진이는 집이 밀양이었는데, 내가 군무원으로 생활했던 육군 제1군사령부로 명령이 났고, 집이 태백인 나는 밀양과 가까운 부산으로 명령이 났다. 비록 같은 부대로 배치받지는 못했지만 각자 떨어져 생활하게 되더라도 이곳에서 쌓은 특별한 우정 만큼은 변치 않길 바라며 우리는 두 손을 꼭 잡았다.
목소리가 예뻐 심리전단(전방에서 대북 방송을 하는 부대)으로 배치받은 소영이와 선영이, 군인다운 군인이 되고 싶다며 특전사 T/O(공석)가 나기 바쁘게 지원한 명희와 진이, 나와 함께 부산으로 가게 된 인경이와 승희… 등 나의 분신인 동기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각자 더블백을 메고 여군학교 정문으로 나가기 전 식당 안에서 여군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찍었다.
"하나, 둘, 셋!"
누군가가 뒤에서 밀어 사진 대형이 무너져 내렸지만 기분은 마냥 좋았다. 무사히 교육을 마치고 이렇게 밝고 넉넉한 웃음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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