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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기적처럼

: 전서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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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34g | 130*190*30mm
ISBN13 9791125587910
ISBN10 1125587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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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은 어느새 깊어진 눈으로 지긋이 자신을 바라보는 의현을 보다가 괜히 민망해서 고개를 돌렸다. 이령의 머루 같은 눈은 남녀 간의 촘촘한 긴장을 숨기는 데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서울에서 내려오시느라 피곤하시겠어요. 바로 가시는 거예요?”
“응.”
이령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차 문을 열었을 때, 의현이 다급하게 이령의 손목을 잡았다.
이령의 손목은 보드랍고 따뜻했다. 손목을 통해 이령의 따뜻함이 자신에게도 전해져 뭉게뭉게 퍼지는 것 같아 또다시 마음이 요동친다.
놀란 이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현을 바라보았다. 잠깐 동안의 정적은 마치, 오랜 시간의 공백 같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의현의 알 수 없는 눈빛에 그에게 잡힌 이령의 손끝이 떨렸다. 차 안을 둘러싸고 있는 기류가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은 어색해졌다.
“저, 왜.”
의현은 이령이 뭐라고 묻기도 전에 이령을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순식간에 의현에게 안겨 버린 이령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온몸이 일제히 정지 상태가 되었다. 가슴이 너무 떨려서 안겨 있는 의현에게 이 소리가 들릴까 두렵기도 하였다. 예상치도 못한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현의 품에 안긴 이령의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 버렸다.
“내가…….”
이령의 달콤한 꽃향기가 더욱 진하게 풍긴다. 놀랐는지 미동도 없는 이령을 더욱 세게 안았다. 이령의 머리칼에 코를 대고는 이령에게서 나는 향기를 포도 알처럼 가지를 친 폐포 내부로 깊이 밀어 넣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씁쓸한 목소리에 이령이 손을 들어 의현의 등을 꼭 껴안았다. 갈피를 모르던 두 손은 의현의 널따란 등에 놓였다.
억겁 같은 몇 분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서로를 안은 움직임조차 아꼈다. 이령은 미동조차 없는 의현의 몸짓이 안쓰럽기도, 자신을 안은 의현의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생각의 회로가 끊겨 버린 이령의 입에서는 쉽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의현의 마음은 자신과는 다르게 꼭꼭 숨겨져 있어서 그 깊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자신의 마음을 말로 꺼낼 수도 없었다.
“나는, 나는 네가 이렇게 잘해 주면 욕심이 나.”
의미가 담긴 한마디를 힘겹게 남긴 채 의현이 한숨을 쉬고 난 후 이령을 마주 보았다.
“미안해. 내가 자기 전에 시간을 많이 뺏은 것 같다.”
“아니에요.”
이령이 고개를 저었다. 둘 사이에 어색함이 스미자 이령이 차 문을 잡고서는 의현을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의현의 눈동자가 복잡하였다. 곧 차 문을 열고는 마음을 내내 맴돌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욕심, 내셔도 돼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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