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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2분의 1

에베레스트 2분의 1

: 오부자 티벳, 히말, 네팔 횡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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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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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3쪽 | 46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7095271
ISBN10 898709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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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강인철
성지대 부학장. RI. 3650 RYLA 회장. UIAA 한국이사. 풍물「휘모리」단장. M. E 대표부부. 저서로『가깝고도 먼 나라 日本』『일제히 시작하는 땅 ARABIA』『5父子 라이브 인 U. S. A』『中國 그리고 실크로드』『父女 가서 본 유럽』『그래도 고려인은 살아있다』『혼돈 사람과 신들의 나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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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도 밤은 찾아오고 그 밤은 세계 어디서나 처럼 까맣다. 그리고 고요가 그 밤을 서서히 덮는다. 히말의 밤 정취는 정막, 그 자체인 것 같다. 낮에 그렇게 우중충하고 검으틱틱하고 스산하던 하늘이 지금은 저리도 얌전하고 투명하게 달빛과 별빛을 받아 내리고 있을까?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정적(靜寂)이다. 되돌아 생각해 보니 도시는 너무나 시끄러웠던 것 같다. 더구나 서울은 불빛도 시끄럽고 소리도 시끄러웠다. 아까에 비하면 아주 작은 바람인데도 밤바람이라서 인지 꽤나 맵다. 옷이 허술해서 그런가 싶어 모포를 뒤집어 썼다.

아무런 문명의 소리가 없는 곳이기에 세월을 넘는 바람소리와 별이 움직이는 소리만을 듣고 싶어서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어제의 그 달이 더욱 크고 더욱 동그란 모습으로 중천에 걸린다. 음력으로 팔월 십오야 추석 달이 떴다. 그리고 하늘에선 별들이 마구 쏟아져 내린다.

주변에 불빛이라곤 여기저기 동그랗게 엎드린 텐트 속의 작은 램프가 몇 개 졸고 있을 뿐 적막강산의 고요속 별빛이 참으로 맑고 밝다. 하늘에 별들이 문명의 공해 때문에 모두 사라진 줄 알았는데 저토록 많다니...... 서울에서 때때로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혀 본 일이 있었지만 별은 별로 없었고 밝지도 맑지도, 많지도 않았었다.

내 어린 시절 시골 마당에서 멍석 깔고 누워서 바라본 여름날 밤하늘의 그 많던 별들이 그대로 살아 여기에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약간의 바람과 오싹한 추위가 별들을 더욱 맑게 그리고 반짝이게 하고 있다. 고개가 아프도록 머리를 위로 젖히고 하늘을 본다. 아무데나 어느 하늘 구석이든 잠시만 시선을 주고 있으면 거기 하나 가득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별이 저렇게 아름다운 까닭을 어느 시인은 "빛을 아끼고 아껴 꺼지지 않을 만큼만 남겨놓은 때문"이라고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또 주어도 남을 만큼 많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생활의 바쁜 틈새에서 우리들 모두가 잊고 지냈던 동화 속의 순수를 나는 그 순간에 보았다.

모포를 뒤집어 썼는데도 너무 추운 탓인지 코가 따끔따끔 했지만 그래도 happy한 밤이다. 불빛이 없는 곳에서는 아직도 이렇게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여태껏 너무 많은 불빛 때문에 저토록 아름답고 맑은 별빛을 잊고 있었던 거다. 별을 헤아리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언제라도 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 pp.166-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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