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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 될 때까지

내 사람 될 때까지

전춘순 | 서영 | 2015년 04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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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300g | 148*210*10mm
ISBN13 9788997180455
ISBN10 899718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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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1
-전춘순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립니다
그리움도 신나게 뛰어놉니다
골목길 옆 대나무와 장독대
감나무에는 추억이 쌓여
허리가 휘어집니다
오르막길은 눈썰매장입니다
보고픔은 마냥 즐겁지만
기다림은 걱정이 앞섭니다.


황소
-전춘순
누런 송아지가
장날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우리집에 왔다
연한 풀도 베어다 주고
쌀 씻는 뜨물로
여물도 쑤어 주고
쇠빗으로 털도 긁어 주고
등교할 땐
풀밭에 매어 놓고
하교하면서 집으로
고삐 잡고 데려 왔다
누렁이는 잘 먹고
잘 자라
드뎌 황소가 되었다
어느 날 황소는
소장수 손에 잡혀
우리집을 떠났다
그날
할아버지는 나에게
손목시계를 사 주었다
난 그날부터
황소 대신 손목시계를
보면서 울며 등교했다.

아이비
-전춘순
연한 넝쿨은
담벼락 구석구석
빽빽이 메우며 올라가
어느새 주인이 된다

고사리 같은 손길로
키 큰 소나무도 휘감고
고궁도 넘어서
이윽고
내 가슴속 그리움까지
덮어 버린다.


내일.2
-전춘순
내일이 언제 오냐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당신도 내일을 알고 있죠
그래서 할 말이 없겠지요
내일은 항상 내일일 뿐
그러니 우리가 알 수가 없지요
그래도 내일을 기대하며
내일을 기다립니다.

난 알지 못했어요
-전춘순
한 해 두 해
지나가도록
난 알지 못했어요
곱디곱던 손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탄력 잃은 손이 되기까지
난 알지 못했어요
가는 세월 아까워
이제나마
잡으려 해도
저만치 멀리 가 버린
그 시절이
가슴을 절절절
이토록 아프게 할 줄
난 알지 못했어요.

기다림
-전춘순
생각
생각은
황홀하지만
조용한 침묵이 흐르고
쓸쓸함마저
고독으로 변해 버린다
애써
맘을
내려놓는다
비우면
채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차츰
모든 걸 다
비워 버린다
운명의 입술로
쓰디쓴 술잔을
마시듯이
종소리가 들려오자
비로소 하얀 천사들이
같이 노닌다.

목소리
-전춘순
지금도 들려온다
도란도란 얘기하듯이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재촉해 주듯
일깨워 주듯
부드럽게
야들야들
조심조심
다가온다
머물고 싶은 곳
찾아 찾아
행복의 전율이
눈앞에 머문다
피아노 음률처럼
짜릿하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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