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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며느리 되기

종갓집 며느리 되기

도규 | 로담 | 2015년 05월 0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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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08g | 128*188*30mm
ISBN13 9791156410270
ISBN10 115641027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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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파아.”

향기가 깨자 윤도가 향기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향기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순간에 윤도가 잡았다. 윤도는 비틀거리는 향기를 부축하고 겨우 2층으로 올라갔다. 잠이 깨었으나 취기에 몽롱한 향기는 윤도의 팔을 붙잡고 무게를 실으며 늘어지는 바람에 윤도의 중심이 자꾸만 흐트러졌다. 향기는 윤도를 올려다보며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우며 중얼거렸다.

“아, 윤도 씨다아. 윤도 씨네에.”

2층 향기의 방 안으로 들어서자 비틀거리는 향기를 침대에 앉혔다. 그러자 향기는 손으로 침대를 팡팡치며 윤도에게 물었다.

“아, 이게 뭐예요오? 윤도오 씨이 이게 뭐예요오?”

“침대잖소. 어서 누워요.”

침대도 모를 정도로 취했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향기가 신기했다.

“누워요? 어떻게 누워요오?”

향기는 침대에 어떻게 눕느냐고 물어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물어보았다. 윤도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그냥 누우면 된다고 말했는데도 한결같이 같은 질문을 해왔다.

“어떠케에 눕는지 모르게써요.”

그러더니 가로방향으로 침대에 누웠다.

“아, 짧아요오. 짤바요. 발이 나와요오.”

침대로 뻗어 나오는 발을 동동거리며 짧다고 타박을 한다. 그 모습을 보니 기가 찼다. 이제껏 한 번도 누군가의 술주정을 받아준 적이 없는 윤도였다. 무엇보다 술주정을 무지 싫어하는 그였기에 술 취한 사람이 있으면 다른 이에게 떠넘겼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자신도 당장에라도 쓰러져서 자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다. 그때 정 집사가 시원한 포도 주스를 한잔 가지고 와 권했다.

“저 물로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윤도의 말에 정 집사의 당황하는 모습에 실례인 듯싶어서 그냥 됐다며 포도 주스를 마셨다. 정 집사는 윤도가 주스를 마시는 모습을 긴장하며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입안이 써 주스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윤도였다. 다 마신 빈 컵을 정 집사에게 건네주었다. 향기는 여전히 침대에 어떻게 눕느냐고 술주정을 하고 있었다.

“침대에 어떠케 누워요오? 못 눕게어요. 윤도 씨이. 자알생긴 윤도 오빠아아. 아고아고.”

몸을 뒹굴더니 침대 끝까지 돌아 떨어질 기세에 윤도가 다가가 받쳐주었다.

“하하아. 침대는 재미있구나아.”

윤도는 향기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에 던지듯이 하여 제대로 뉘었다.

“천향기 씨 앞으로 술은 적당히 드셔야겠습니다.”

향기의 목까지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응, 술은 적다앙히이.”

예의 바른 아이처럼 말하고는 덮어준 이불을 걷어내는 향기였다. 딱 대답만 예하고 행동은 제어되지 않는 아이 같았다. 휘어진 눈과 입술 끝이 올라간 모습은 만족스러움을 넘어 행복해 보였다. 이불을 걷어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윤도는 향기의 이마를 손으로 눌러 다시 눕게 했다.

“천향기 씨, 명령입니다. 눈감고 자세요.”

“넹.”

말 잘 듯은 아이처럼 눈을 꼭 감는 향기였는데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얼굴이 온통 구겨졌다.

“얼굴에 힘 풀고.”

그러나 힘이 풀리지 않았다.

“힘 풀래도.”

“어떠케요? 못하게써요오. 힘을 풀어요오? 어케요?”

또 시작되는 억지 술버릇이었다.

“눈 감지 말고 떠봐요.”

윤도의 말에 눈을 떴는데, 잠이 무겁게 내려앉은 눈이었다. 저런 상태인데 눈에 힘을 뺄 수 없다고 주정하는 향기가 기가 막혔다.
윤도는 손을 가져다 향기의 눈을 가렸다. 파르르 움직이는 속눈썹의 간질거리는 감촉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향기의 손이 윤도의 손 쪽으로 다가오자 윤도가 딱 잘라 말했다.

“꼼짝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요.”

윤도의 말에 향기는 허공에서 멈춘 손을 꼼짝하지 않았다.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손은 내리고.”

향기가 손을 내리고 얌전히 뻣뻣하게 버티었다. 그리고는 이내 몸이 풀린다 싶더니 새근새근 고른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이렇게 금방 잠이 들 거면서 왜 그리 버텼는지, 자는 방법을 모르는 철부지 아이 같았다. 향기의 새근거리는 숨결 때문인지 이제껏 간신히 버티고 있던 윤도의 눈이 저절로 감기려고 했다. 윤도는 비틀거리며 향기의 방을 나섰다. 그 모습에 정 집사가 당황해 따라나섰다.

“괜찮습니까? 손님방 준비할 테니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아니요. 견딜 만합니다.”

벽을 짚으며 걸어가는 윤도를 보며 당황해 했다. 정 집사는 한쪽에 숨어 있던 이 실장과 눈이 마주치며 어떻게 하느냐고 신호를 보내며 안절부절못했다. 이 실장은 어떻게 좀 해보라고 행동을 취했다. 주의를 살피던 정 집사의 눈에 앤틱 콘솔 위에 장식처럼 놓여 있는 두꺼운 책이 눈에 띄었다.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아 무의식적으로 그 책을 움켜쥐고는 윤도의 뒤로 가 머리를 내리치려고 시도했지만, 유난히 작은 키의 정 집사가 키가 큰 윤도의 머리 위를 정확히 내리치기는 역부족이었다. 뒤쪽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이 실장이 슥 나타나 정 집사가 들고 있는 책을 낚아채 윤도의 머리 위를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윤도는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둘은 얼른 윤도의 상태를 확인했다. 확실하게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정 집사가 두 명의 장정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윤도를 들어 향기의 침대에 뉘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마지막 속옷까지 벗겨 바닥에 아무렇게나 이곳저곳에 집어던지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이어서 정 집사가 조심히 들어와 이번에는 향기의 옷을 모두 벗겨 알몸으로 만들고 나서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와 천대부의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서자 이 실장과 천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 집사가 고개를 끄떡이자 천대부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이젠 다들 들어가 자게.”

“네.”

그들의 음모를 모르는 윤도와 향기는 잠결에 서로 꼭 끌어안고 깊은 잠에 빠졌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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