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대안학교 친구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세상에 나온 지 10년을 훌쩍 넘긴 대안학교조차도 여전히 적잖은 오해와 편견을 받고 있는 마당에, 자퇴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니 실은 반갑다기보다 ‘왜? 과연?’이라는 의문이 앞섰다. 자퇴를 생각하는 친구들과 어떻게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을지, 얼마나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자퇴하면 개고생이다’라는 결론부터 밑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대안학교 학생들도 종종 자퇴를 고민하기도 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그동안 그런 친구들에게 자퇴를 말리거나,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선택을 존중하겠다’라며 지지해 줄 순 있어도 교사로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만한 소스가 마땅치 않았다. 제도권 학교보다 대안학교에서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선택지는 다분히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이 제도권 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대안학교 친구들에게도 냉철하고도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반갑고 기쁘다. 객관적이고 필수적이며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담담하고 직설적인 평가를 읽다보면, 교사인 나도 몰랐던 대안학교의 아쉬운 부분이나 미흡한 점도 새삼 깨닫게 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학교를 나가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학교에 남기로 결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가 어려운 선택을 하는 친구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든든한 멘토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혹은 내가 머물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허황된 꿈을 꾸거나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보고 내 행복을 위해 최선을 선택을 하기 바란다. 행여, 최선의 선택이 아니면 좀 어떠랴, 조금 실수하고 후회하는 선택이어도 어떠랴. 이 책을 읽는 주인공들에게는 아직 많고 많은 기회와 미래가 있는 것을!
이연경 (산청간디중학교 교사)
다른 길을 걸어가고 싶을 때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결정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사회라는 곳은 그리 유연하지 않고, 누구나 가지 않은 다른 길을 가는 것은 몇 배 이상으로 힘이 든다. 기왕이면 학교에 남아서, 조금만 더 참고 견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그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노력하고도 도저히 학교에 남을 수 없다고 느껴질 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를 처음 생각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딱히 없었다. 90년대 중반부터 대안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부적응, 따돌림, 학업부진, 가정문제 등등의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일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다른 이유도 있다. 현재의 교육 제도는 이미 낡았다. 즉 근대적 의미의 시민을 만들기 위해서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을 전해주는 기관으로서의 학교는 커다란 의미가 없다. 가정에서 가르칠 수 없는 다양한 지식을 배우는 곳이 학교였지만, 지금은 학교보다 인터넷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적어도 정보와 지식이라는 점에서, 학교는 일종의 사회부적응자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를테면 지식을 다루는 법 혹은 진짜 지식을 가려내고 만들어내는 법 같은 것은 어떨까. 혹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단순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게 하는 것,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토론 수업이라든가 팀 작업 같은 것들은 어떨까. 지금 대안 교육이 각광받는 이유는 결코 광대한 이상 때문이 아니다. 현실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너무 시대에 뒤떨어졌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안교육이라고 해서 모두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한국의 대안교육은 또 하나의 엘리트 교육이 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거기에 대해 뭔가 주장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 다만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분명하게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은 말리고, 설득하고, 때로 혼내기도 할 것이다.
당연하다. 나라도 일단은 말릴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정보다.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정보다. 하지만 자퇴 이후의 정보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저기 찾아 다니고 알아보면 구할 수야 있겠지만, 평소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었던 부모가 아니라면 쉬운 일이 아니다.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는 제목 그대로, 자퇴 이후의 과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은 책을 원했다. 학교를 그만두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최소한 다른 대안학교라든가, 직업교육 또는 단순하게 검정고시를 치는 법이라도 모아서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려 했다. 지금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미래의 다양한 선택지를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최대한 자퇴는 안 하는 게 더 낫다.
그래서 자퇴를 하기 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상담을 받거나, 학교 밖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들.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를 기획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는, 나 역시 학교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만두지 않고 정규 교육을 다 마치게 되었지만, 그 과정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70, 80년대에는 학교를 그만두고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뿐이다. 그 시절에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 같은 책을 만났다면, 그런 정보를 알게 되었다면 아마 자퇴를 진 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용기가 부족해서 그냥 다녔을 것도 같지만.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는 학교를 그만둬야 할까 고민하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를 위한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를 그만두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학교 바깥에 어떤 길이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미 말했듯이 가급적이면 그만두는 것보다는 다니는 것이 낫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갈 용기가 있다면, 지금 힘들어도 부딪쳐보는 것이 더 좋다. 그러니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자퇴를 하는 것이 나에게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을 때,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희망이라고 믿어질 때에만 결단하는 것이 좋다.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가 그런 다양한 선택의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직접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모으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 신민경, 이숙명 씨에게 감사 드린다. 기획만으로는 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니, 그들이 아니었다면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는 머릿속에서만 맴돌았을 것이다.
컬처매거진 『브뤼트』 편집장.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김봉석
초심자의 시선에서
‘자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처음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에 대한 기획(초판 제목은 『자퇴 매뉴얼』)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이다. 자율적이건 강제적이건 대부분의 학생들이 착실하게 제도교육권 안에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자퇴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물며 대안교육 전문가가 써도 모자랄 판에, 글쓴이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실에서 12년을 버틴 ‘제도교육의 수혜자들’이다. ‘발도르프 교육이 뭐지? 대안고등학교도 모자라 대안대학도 있어?’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생소한 부분을 파고들자니, 처음에는 쉽게 발동이 걸리지 않아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막상 취재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이 책은 완전 초보의 시선으 로 만들 때 더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를 한 줄씩 써 내려가는 과정은 곧 우리의 선입견을 깨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책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학교를 떠나서도 씩씩하게 자기 삶을 꾸려가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밖의 다양한 삶을 만나면서 ‘내가 만약 학창 시절에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즐거웠던 건, 무엇보다도 똑똑하고 멋진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현재를 즐기되 미래에 대한 주관이 확고하게 선 친구들을 만나면서, 오랜만에 신선한 자극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친구들은 10대가 30대의 스승이 될 수 있음을 멋지게 증명했다. 사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자퇴를 결심한 학생들이 모두 잘나고 대단하기만 할까. 학교도 부모도 포기한 청소년들, 막연하게 자퇴를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들이나 그들의 부모는 어디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정보란, 거창한 교육철학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도다. 그러나 현재 학교 밖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지나치게 편중된 감이 있다. 취재하면서 만난 공교육 교사들 역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게다가 서로 활발한 교류가 이뤄져야 할 공교육 현장과 대안교육 현장 사이에 접점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그래서 이 책이 학교와 학교 밖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길 바란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을 구분 짓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 길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폭넓게 제시하려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언뜻 『자퇴할까 학교에 남을까』란 제목이 위협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자퇴를 부추기는 불량한 책이란 인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오히려 ‘자퇴를 다시 한번 생각하라’고 권하는 책이다. 다만, 학교 밖의 삶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음을 열어주고 싶었다. 학교 밖의 삶을 꿈꾸는 청소년들, 그로 인해 고민하는 학부모들, 더 나아가 학교 안팎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성실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의 기획의도를 반겨준 서울시대안교육센터 관계자 분들, 하자센터와 풀뿌리 사회 지기학교 교사들,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사적인 부분까지 용기 있게 말해준 취재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섭외에 지대한 몫을 책임져준 ‘더 라이터스’의 동방생, 류한원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신민경, 이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