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여름, 코넬 대학은 사랑은 마약과 다르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랑이 우리의 혈관 속에 들어 있는 도파민, 페닐에티아민과 옥시토신을 섞어 놓은 칵테일과 같으며, 이 칵테일이 우리가 도취라고 말하는 흥분상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사랑은 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며, 신뢰라는 기초가 필요하다. 사랑은 사람들의 팔뚝에다 주사기를 놓아 주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코넬 대학의 결론은 ‘환원주의의 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이 환원주의의 원리는, 사물을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요소로 분해해서 이해하려 하거나 복잡한 과정을 보다 단순한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 '1장 사랑이 화학작용이라고?_탈레스의 물' 중에서
동성애 혐오가 실제로는 억눌린 자신의 동성애적 경향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증오가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에서 나온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KKK 단원들도 자신의 인간성 속에 억눌린 미국 흑인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이상한 논리를 비웃게 만드는 것이 ‘귀류법’이다. “불합리한 것으로 귀결하다”라는 의미로 어떤 입장이 “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대신 논리적 장치를 사용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를 정확하게 산출해 내는 것이다.
--- ‘3장 그 거북이는 너무 빠르다?_제논과 거북이’ 중에서
어떤 문제를 놓고 어렵고 복잡하게 토론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도대체 그들이 무엇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지며,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상의 설명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 것이다. 실제로 이 생각은 많은 철학자들에게서 반향을 얻을 수 있다. 오컴의 면도칼이라고 알려진 이 원리는 이 면도칼을 열광적으로 휘두른 중세의 수도사인 오컴 출신의 월리엄의 이름을 따서 이름 붙여진 것이다. 존재(entities)는 필요한 것 이상으로 증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오컴의 충고는 유명하다. 상식을 지닌 개인만이 아니라 현대의 과학자들도 동의할 수 있는 면도칼의 공식은, 하나의 주어진 현상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두 개의 경쟁적인 이론이 있는 경우, 그 둘 중에서 보다 단순한 것을 선호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 ‘8장 조심해서 잘라야 한다_오컴의 면도칼’ 중에서
개는 습관대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길로 산책하길 기대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길로 가면 싫어한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내일 실제로 일어나길 기대하며 일상생활을 해나간다. 태양은 계속해서 아침에 뜰 것이며 물건들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라 생각하고, 확신을 가지고 예측한다. 이렇듯 우리가 과거에 나온 제한된 수의 사례를 사용해서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모든 사례에 적용할 때마다 귀납법을 쓰는 것이다.
--- ‘10장 닭을 배반한 귀납법_베이컨의 닭’ 중에서
귀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듣고자 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듣는다. 박쥐와 같이 다른 종류의 귀를 가진 생물체들은 우리와 매우 다르게 들을 것이다. 그들의 청각 기관이 우리의 귀와는 다른 진동수의 범위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사진의 종류가 다른 것처럼 다른 구조를 가진 귀의 도관은 듣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곧 우리는 가진 것 이상의 것을 들을 수 없으며, 귀가 이렇게 작용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우리의 모든 감각이 이러하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역시 우리가 사용하는 능력에 부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 ‘15장 귀에 따라 음악도 다르게 들린다_칸트의 안경’ 중에서
1938년 미국의 삽화가 밥 케인은 배트맨을 창조해 냈다. 유명한 만화주인공인 배트맨은 고담시의 거리를 활보하는 범인들과 싸운다. 슈퍼맨은 초자연적 힘으로 무장한 반면 배트맨은 실용적인 벨트 하나만을 가지고 적들을 해치운다. 그러나 두 주인공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동기이다. 슈퍼맨이 일차적으로 진리, 정의와 미국식 방식에 관심을 집중하는 반면, 배트맨은 자신의 부모가 강도에게 살해된 이후 범죄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복수를 추구했다. 1986년 프랭크 밀러는 『흑기사 돌아오다』에서 배트맨을 냉혹한 자경단원으로 그리고 그가 싸우는 악당만큼이나 심리적으로 뒤틀린 것으로 묘사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용어로 말을 하자면, 배트맨은 영웅의 개념을 ‘해체’한 것이다. 배트맨의 예는 우리가 고정된 것으로 여기는 개념이 어떻게 그것의 안티테제에 의해 같이 휘말리는가를 증명해 준다. 해체는 우리의 믿음과 신념 속에 숨겨진 모순들을 밝히는 방법이다.
--- ‘25장 이 세상을 더 진실하게 보자_데리다와 해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