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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두고 간 찬란한 봄

당신이 두고 간 찬란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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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61g | 130*190*30mm
ISBN13 9788969762610
ISBN10 896976261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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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우야. 요즘따라 진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도 미치겠어, 정말.”
그가 괴로운 듯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우는 그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우는 그의 손을 떼어 내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하준이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돌려세워진 우는 결국 삼키고 삼켰던 울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하듯 쏟아 냈다.
“그냥 가라는데 왜! 나처럼 너도 그냥 가! 네가 좋아하는 네 회사, 그 일! 그 지긋지긋한 일이나 하러 가라고!”
“우야……!”
“그 일 때문에 당신이랑 내가 이렇게 싸워 대잖아! 그 일 때문에 내가 떠나 버려도 당신은 그 일 계속 붙들고 있을 거야?”
“뭐?”
답답한 듯 소리치던 하준이 일순간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우는 말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헤어지자는, 그런 홧김에 해선 안 되는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떠나 버려도 그 일을 계속할 만큼, 나보다 그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당신과 나의 행복이, 우리의 미래가 그 일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고 조금은 투정 부리고 화내고 싶었다.
“……나도 이렇게 싸우는 거 정말 지친다.”
하준이 우를 외면하며 먼저 돌아섰다. 우는 차오르는 눈물과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어쩌지 못하고 결국 그의 등에 그토록 후회할 말을 던지고 말았다.
“당신, 나 사랑하긴 하니?”
하준의 걸음이 멈췄다. 그가 그녀에게로 천천히 돌아섰다. 인적 드문 길가였지만 간간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들을 흘깃거리고 있었다.
“뭐?”
“유하준. 너, 나 사랑하긴 하냐고.”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만 정말 묻고 싶었다.
나를 사랑하는 거냐고.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지금 바로 달려와서 꽉 안아 달라고.
사실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 질문을 바꿀게. 당신 나랑 결혼한 거…… 후회 안 해?”
사실 그에게 물으면서도 그가 설마 후회한다고 대답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가 그럴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니. 후회해.”
밤보다 차가운 그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우는 그대로 돌아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는지 소리 없이 떨어진 눈물이 그녀의 발치를 적시고 있었다. 우는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다시 곧장 돌아와 달라고, 너무 화가 나서 거짓말을 하고 만 거라고, 너를 너무 사랑해서 그만큼 일도 중요해진 거라고,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더 봐달라고. 그럼 화냈던 건 다 잊고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그를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보세요.”
마치 비명처럼 전화기가 울렸다. 왠지 모를 망설임에 조심스레 수화기를 들었을 때, 우는 그 순간 이상하게도 이유 모를 오한을 느꼈다.
“……네? 뭐라고요?”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그녀의 눈이 거짓말처럼 물기를 잃었다. 차마 눈물도 흘릴 수 없는 엄청난 충격 속에서 우는 그대로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황급히 집을 나섰다.

―유하준 씨 보호자 되시죠?

지난밤 그 악몽이 현실이 될 줄 알았다면, 그 새하얀 지옥 속에 그녀를 남겨 둔 채 그가 떠나 버릴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에게 그런 모진 말을 내뱉지 않았을 텐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더라면.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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