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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야 사랑해

진호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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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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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98g | 153*224*20mm
ISBN13 9788990785992
ISBN10 8990785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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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현경
진호 엄마 유현경. 진호가 물살을 가르고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한때 진호가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선물임을 모르고 수없이 자살을 꿈꾸었다는 그녀. 그러나 지금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진호 엄마’에 너무도 행복해 하고 있다. 진호와 자신이 받아왔던 벅찬 사랑과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날이 오리라 믿으며, 지금도 아름다운 경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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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1개월 된 아기가 기지도 않고 아무것도 붙잡지도 않고 어느 날 느닷없이 거실 한가운데 우뚝 서서 TV를 보고 있다면 놀라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요. 눈이 아플 정도로 현란한 광고를 쏟아내는 TV 앞에서 진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나무토막처럼 서 있었습니다.
나는 한편으론 놀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범한 그 무엇이 내 아이에게 있는 것은 아닌가 슬그머니 기대도 되었습니다. 부모들 심정이란 다 그런 것 아닐까요. 어쨌든 이상한 일은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진호 이야기를 했더니 세 명의 자식을 별 탈 없이 길러낸 엄마는 그런 아이들도 있다며 걱정하지말라고만 하셨습니다. 그 후부터 진호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TV에서 광고만 나오면 모든 것을 팽개치고 TV 앞에서 눈을 땔 줄 몰랐습니다.
진호는 그렇게 아이답지 않게 아주 진지하고 점잖은 아이였습니다. 엄마를 전혀 귀찮게 하는 일이 없어 집 안에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 pp.37-38
그러나 진호 특유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마치 목숨이라도 건 듯이...
진호는 언제나 집밖으로 나돌아다녔기 때문에 바퀴 달린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했습니다. 나는 네 살이나 먹은 덩치 좋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슈퍼를 돌아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나았습니다.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거나 찻길로 달려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진열되어 있는 물건 가운데 진호의 눈에 뛴 것은 반드시 사주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주로 초콜릿이나 알록달록한 젤리 등이었는데 처음에는 사달라는 대로 사주다가 한 날은 매번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것만 집어내는 것이 이상해 다른 것을 집어주었더니 또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이의 고집을 초장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다른 과자를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진호는 갑자기 다시 한번 사람이 내기 힘든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진호가 내지른 소리를 마치 천둥 치듯 슈퍼를 뒤흔들어놓았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무엇에 비할까요. 사람들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구경하듯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래도 진호의 괴성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오로지 그 자리를 빨리 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급히 유모차를 몰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진호가 젤리를 집으려고 몸을 유모차 바깥으로 날리는 것입니다. 나는 아이가 유모차 바깥으로 떨어질 것 같아 재빨리 젤리를 집어 진호의 손에 쥐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진호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괴성을 멈추고 벙글벙글 웃는 것입니다. 나는 또 한 번 진호의 집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것입니다. 진호는 승자였고, 나는 패자였습니다. 보잘것없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패자...
--- pp.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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