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인 소설가. 젊은 건축가. 유명 건축 회사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일하다 열린책들과 출판 계약이 된 무렵(시기만 일치) 과감하게 퇴사했다. 전 직장 동료들과 [푸하하하 프렌즈(FHHH)]라는 건축 설계 사무소를 열어 재미있게 건축 일을 하고 있다. 2014 김해 건축 대상 수상, 2015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27인에 선정되었다. 수시로 머릿속에 밀려들어 오는 이상한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 모으고 있다. 자비 출판한 책을 길거리에서 팔아 보기도 했다.
나는 버스 단말기에 열쇠를 찍고 불필요할 정도로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는 일종의 몹쓸 버릇을 그만두고, 최대한 무심하게 목적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동안의 걱정과 노력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듯 대기업이라는 목적지에 한 자리를 얻게 되었다. 내 이력이나 학벌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현실의 기쁜 일이 비현실 세계의 뽀얀 속살보다 훨씬 더 기쁘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버스 정류장이나 할아버지의 검은 산 이야기는 어릴 적 아팠던 기억처럼 굳어진 채로 남게 되었다. ---「검은 산」중에서
인간은 신체적으로 성공했으나 사자나 거미, 혹은 구더기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인간은 우월한 지능과 손가락과 직립 보행 능력을 가졌으니 다른 짐승들보다는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눕고 싶은 곳에 누울 수 없고,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잘 수 없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해야 옳은 것이다. 진정 이토록 불행한 생물이 과거에도 있었을까? 혹은 미래에도 존재할까? ---「직립 보행자 협회」중에서
나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가끔은 큰 결함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인정한다. 나는 또 다른 고민의 늪에 빠져 버렸지. 이름이란 어쨌든 상념을 쫓는 초라한 뒷모습일 수밖에 없음을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어떤 의미로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어. 이 세상 모든 이름은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떠한 오마주로 굳게 자리하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은 이름은 없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물가버린 이름」중에서
[비둘기 파티]라는 전대미문의 바보 쇼, 그것은 성공적인 아이디어였다. 사람들은 미스터 도넛과 예비역 병장 출신 연예인들을 향해 모두 꼴 보기 싫은 녀석들이라고 욕하면서도 그들이 만들어 내는 바보짓에 배꼽이 빠지도록 나뒹굴고는 했으니 말이다. 비둘기를 수만 마리나 죽여 버린 희대의 멍충이들만 모아 놨으니 오죽 하겠는가? 사람들은 처음엔 이 몹쓸 녀석들이 방송에 나오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비둘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이 비둘기를 쫓아내는 걸 보면서 [쓸모없는 녀석들도 사람 웃기는 데에는 재주가 있구나] 하며 만족해했다. ---「비둘기 파티 2」중에서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아 열심히 사는 듯 보이지만, 사실 대부분은 죽은 채로 열심히 살고 있다네. 나는 이 세계에서 깨어나게 된 자네가 또다시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형과 함께 도시에서 일하는 건 신중히 고민해 보길 바라네.」 거울같이 빛나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는 나와 요세프의 모습이 서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한 명의 과거와 한 명의 미래가 함께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