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책을 많이 읽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딸과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가 책을 더 많이 읽기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해도 좋다’는 아빠의 대화를 담은 책입 니다.
고1인 제 딸과 목사 아빠인 저의 대화가 하루하루 입 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생들 과 부모들에게는 딴 세상 사람들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중등 교 육의 목적처럼 되고 있는 현재의 한국 중등 교육의 풍토 속에서는 시대정신을 거슬러 가는 바보들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책바보, 딸바보입니다.
저는 사람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공부하는 존재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생공부의 핵심은 책읽기여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책바보입니다.
사람의 공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영유아기, 청소 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의 일생을 통해 계속되며, 가 정, 학교, 사회 등의 모든 공간에서 지속됩니다. 한마디 로 사람이 태어나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평생 공부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공부는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가정에서 도, 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의 사회에서도 죽을 때까 지 계속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평생 학습하는 사회에서 평생 공부하는 사람 의 공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먹고 마시며, 놀 고 일하는 일상생활 자체가 공부이며, 여행을 통해 다 른 나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의 삶을 경험하는 것이 공 부이며, 각종 영상 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 습득 과 정이 모두 공부의 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 류가 쌓아 놓은 지식의 창고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부 방법은 책읽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읽기만이 공부의 전부는 아니지만, 책읽기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사람이 자신이 사회에서 맡은 일을 수 행하는 데 있어 잘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공부의 중심, 공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평 생공부의 80%는 책읽기라고 말합니다.
저는 다른 여느 아빠들과 같이 딸을 사랑하고, 딸이 잘되기를 바라는 딸바보입니다.
저는 딸이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잘산다는 의미, 잘 된다는 의미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 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란 사람이 하나님의 형 상을 닮은 피조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우리 사람을 만 들어 주신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이며,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모든 동료 피조물을 사랑 하되 특별히 같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사랑하는 딸이 진심으로 잘되는 것 은 성경이 말하듯이, ‘몸과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 즉 기독교인다운 기독교인이 되는 것 이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저는 딸이 사람다운 사람, 기 독교인다운 기독교인이 되기를 바라는 딸바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딸이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졸업장이 있 든 없든, 현재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영화감독이 되 든 되지 못하든, 살아가는 과정이나 수단으로서의 ‘학 교’나 ‘직업’ 자체에는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평생 사람다운 사람, 기독교인다운 기독교인으로서 살 아갈 때, 평생공부의 핵심이 되는 책읽기를 평생 실천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큽니다.
이처럼 평생공부의 중요성과 평생공부에 있어 책읽기 의 중요성을 소중히 여기는 저에게 그동안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 중의 하나는 제 두 딸이 책 읽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큰딸은 학교 공부하느라고 책을 읽지 않고, 작은딸은 학교 공부 대신 친구와 노는 것이 재미있어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첫째 딸은 책을 읽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책읽 기가 어려우니 대학교에 들어가면 책을 많이 읽고 싶 다고 하고, 둘째 딸은 책보다는 언제나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책을 억지로 읽힐 수도 없고, 책을 억지로 읽힌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 이들로 커 가기를 바랐지만, 그동안은 뜻대로 되지 않 았습니다.
그런데 제 둘째 딸아이에게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 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딸이 어느 날 제게 무려 A4 용지 18쪽 분량에 달하는 긴 이메일을 보냈는 데, 이제 책읽기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니 읽고 싶은 책 을 보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기쁜 마음으 로 딸아이가 읽고 싶다는 책을 보내 주기로 하고, 왜 책을 읽고 싶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딸은 제 물음에 답을 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많이 읽고 싶어서 차라리 학교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했 습니다.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 ‘어떻게 공부시 키는 것이 자녀의 앞날에 가장 큰 도움이 될까?’ 자녀 를 잘 교육시킨다는 의미는 사람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의미로든지 자녀를 잘 교육시키고 싶 은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의 공통된 바람 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녀가 문득 제 둘째 딸처럼 “나 학교 그만두고 혼자서 공부하면 안 돼요?”라고 물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딸이 멀쩡하게 잘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책을 읽겠다고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아빠들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라도 말릴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딸 이 학교를 그만두고서라도 책을 읽고 싶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딸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딸에게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보라 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사실 둘째 딸아이에게 이런 변 화가 생긴 것은 저에게 매우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자녀를 기르는 부모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자녀에게서 어떤 재능이 발견될 때 그 재능을 키워 주고 싶을 것입니다.
---「아빠가 쓴 프롤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