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좀더 일찍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의아해한다. 은퇴를 한 후에야 마침내 내게도 시간이 생겼다. 나는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제대로 키웠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곳인 줄만 알았다. 어렸을 땐 갈 시기를 놓쳤고, 성인 교육과정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개인교사를 쓸 여윳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집에 와서 축 처진 천장과 깨진 창문, 벽의 부서진 판자를 본 사람이라면 그런 사정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는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내가 집에 있어서 참 다행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읽을 수 없는 다른 전단지들처럼 내버렸을 것이다. 여하튼 그는 성인을 위한 교육과정이 있다고 얘기했다. 거기서 글을 가르쳐준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그 학교는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주니어는 아마 그가 이 집에 아버지의 손자나 손녀들이 살고 있을 줄 알았을 거라고 말하곤 한다. 무슨 상관이람? 나는 지금 혼자 산다.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학교에 가리다.”
내 차례가 온 것이다. 학교에 처음 간 날은 1996년 1월 4일이었다. 그때가 아흔여덟 살이었는데,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다. 장례식 때문에 세 번 빠진 것을 제외하면 3년 동안 매일같이 학교에 나갔다. 수업은 9시에 시작된다. 나는 그 시간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5시 30분에 일어나 점심을 싸고 책을 챙기고 배운 것을 복습한다. 학교에 다니고부터 나는 늘 일찍 갔다. 지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 p.
주니어는 한국전쟁에 파견됐고, 그곳에서 3년을 복무했다.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
“이곳저곳에서 온 군인들과 전투를 했어요. 백인, 흑인, 종교도 다 달랐죠. 우리는 함께 견뎌냈어요. 그래야만 했죠. 지내는 건 쉽지 않았지만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았어요. 그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와서 우리 부대가 탄 기차가 남부를 지날 때 저는 내려서 흑인칸으로 옮겨 타야 했어요. 함께 싸울 수는 있었지만 고국에선 여전히 같은 기차에 탈 수가 없었던 거예요.”
모든 흑인 군인들에게 해당되는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그 고생을 하고 돌아왔는데 그런 취급을 받은 주니어가 안쓰러웠다. 그래도 주니어에겐 이렇게 말했다.
“그게 인생이고, 이제 일상에 적응해야지.”
지나간 것에 미련을 두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나는 수많은 전쟁들을 지켜봤다. 한참 어린 리처드가 베트남 전쟁에 대해 물었다.
“베트남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건 반대시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조카의 아들인 보리스 스티븐스가 파병됐다가 거기서 목숨을 잃었다네. 아무도 그 전쟁의 필요성을 알 수 없었지.”
대통령들에겐 저마다 입증해야 할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전부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뭔가를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땐 글을 몰랐기 때문에 나는 아웃사이더일 뿐이었다. 사람들의 얘기를 듣거나 라디오를 통해, 그리고 나중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확실히 알기 위해 직접 신문을 읽지는 못했다.
--- p.
“학교는 계속 다니실 건가요?”
“같은 반의 동료들처럼 나도 졸업자격 인정 학위를 딸 거라네. 읽기는 그럭저럭 돼. 매일 쓰기를 해서 그것도 나아지고 있어. 하지만 마지막 시험에서는 긴 에세이 형식으로 뭔가를 써야 한다더군. 그런 다음에는 또 과학을 공부해야 하고, 숫자들도 익히려면 갈 길이 멀어.”(중략)
“잠시 쉬시는 건 어때요?”
“저번에 지각을 할 뻔했을 때 아이들이 어땠는지를 자네도 봤잖아. 그들은 나를 믿고 있고, 그건 그들뿐만이 아니야.”
“또 누가 그래요?”
“수많은 사람들. 편지가 계속 와. 지난주에는 어떤 부인이 편지를 보냈더군. 예순인데 학교에 다시 다니기엔 너무 늙었다고 생각했었대. 그러다가 나에 대한 기사를 읽고 마음을 바꿨다는 거야. 그 부인은 다시 학교로 나가기 시작했고, 그건 자신이 한 행동 중에 가장 잘한 짓이었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어.”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