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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깨달음 사전

우리말 깨달음 사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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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95쪽 | 396g | 148*210*20mm
ISBN13 9788959020089
ISBN10 895902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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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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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것

인체 노화(老化)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떤 세포는 태어나면서부터 노화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의 몸은 부분적으로 태어나면서 늙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늙다' 라는 말과 '낡다'라는 말은 모음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진 말입니다. 우리말에는 이러한 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늙다'라는 말에 비해서 '낡다'라는 말은 훨씬 부정적인 느낌이 많습니다. '낡은 사고'라는 말에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가 느껴집니다. 또한 어떤 물건이 낡았다고 하면 그 물건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늙어가는 것은 낡아가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늙다'라는 말은 다른 말로 '자라다'라는 말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릴 때만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어릴 때도 늙은 세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태어나고 자라는 세포도 있다고 합니다.
세포만이 아니겠죠. 내 몸 속에는 죽을 때까지 자라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허나 그것이 욕심이 아니기 바랍니다. 그것이 집착이 아니기 바랍니다. 내 몸 속에서, 내 마음속에서 죽을 때까지 자라나는 것이 깨달음이기를 바랍니다.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나의 마음이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P22
공통점을 전제로 해야 하는 차이

'다르다'라는 말과 '틀리다'라는 말은 전혀 다른 말이지만, 많은 사람이 혼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말을 실컷 듣고서 자기의 의견을 말할 때, '내 생각은 틀려'라고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기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모양이 됩니다.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시작 자체를 우습게 하여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르다'가 어원적으로는 '닮다'와 연관이 있다는 서정범 선생님의 강의가 생각납니다. '닮았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떤 점에서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다르다'라는 말도 어떤 면에서는 차이점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공통점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르다'라는 말은 상대를 부정하는 의미보다는 상대를 긍정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완전히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너와 나의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나의 답을 정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틀리다고 생각하는 나의 태도가 역설적으로 내게 돌아와 나의 관점이 틀림을 인정하고 마는 꼴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문화를 바라보는 눈도 '다르다'의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문화에 대해서 들을 때, 눈이 찌푸려지는 것은 내 속에 내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도, 옷도, 심지어 종교까지도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 틀리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무엇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날카로운 비난의 목소리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수없이 '틀렸을' 나의 의견들이나 평가들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했을 것입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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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사람은 문화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화를 생산하는 기본은 말이다. 말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다른 짐승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조현용 교수가 쓴 『우리말 깨달음 사전』은 말의 사전적인 의미를 푼 것이 아니라 그 말 속에 녹아 있는 겨레의 생각과 생활과 숨결들을 짧은 글 형식으로 담아놓은 글이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쓰는 일상어에 대해 바른 이해와 바른 사용법, 그 말이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를 쉽게 풀어나간 것으로서 우리와 나의 언어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정범(경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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