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제와 상대성 이론이나 원자 구성입자 아론과 같은 과학적 문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상대성 이론은 금세기 초 10년 간에 발견되었다. 원자가 물질의 기본적 구성 요소가 아니고 더 작은 입자로 되어 있다는 발견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에 반해서 시간의 문제는 문명이 발상한 이래 인류가 몇 천년 동안이나 사색해 온 주제이다. 몇 세기나 걸친 시간에 관한 철학적 견해, 사회적 경향, 과학적 관념의 끊임없는 상호 작용이 있었다. 따라서 이 상호 작용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났는지를 알게 되면 시간에 관한 견해를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제1장 시간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이 하나같이 본래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간 개인의 출생은 순환적이 아니고 선형적인 성질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그 까닭은, 당신의 출생은 아버지의 출생을 전제로 하지만 아버지의 출생은 당신의 출생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성소멸론》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인간의 의견이 대단히 자주 주기적으로 생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도 또한 시간이 순환적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자연학》에서 "하나의 같은 운동이 재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같은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훌륭한 천문학자라 하겠다. 그들은 몇 세기나 걸쳐서 관측 결과를 기록했다. 기원전 1,800년에 이미 별의 목록을 작성하고 행성 운동을 기록했으며, 기원전 8세기 중엽에는 날짜가 있는 천체 관측의 기록을 남겼다. 그들은 코페르니쿠스1 시대의 서양 천문학자가 사용한 것과 같은 정도로 고도한 수학적 기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기원전 331년에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서 정복된 후에도 바빌로니아 관측 방법은 계속 개량되어 눈부신 성과를 얻었다. 기원전 4세기 후반에 바빌로니아의 천문학자 키딘누는 태양의 운행을 계산했는데, 그 정밀도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경이로움으로 남아 있다.
- 제2장 순환적 시간과 선형적 시간 중에서
단테와 페트라르카는 모두 인생이 짧다는 점에서 일치하지만, 이 겉보기와 유사함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단테에게는 시간의 경과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으나 페트라르카에게 있어서는 강박관념이 되어 있다. 단테가 인생의 짧음을 언급하는 것은 영원의 상대적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서 페트라르카가 인생의 짧음을 말할 때는 양적으로 측량할 수 있는 시간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 제3장 추상적 시간 중에서
기계 시계의 발명, 페트라르카와 같은 시인이나 갈릴레오와 같은 과학자의 노력 덕분에 시간은 절약하거나 낭비하거나 논의하거나, 또는 일상 생활을 통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추상적인 실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과거와 미래를 향해서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시, 분의 단위로 표시되는 시간은 발견되어 있었으나 영원히 계속되는 시간은 발견되어 있지 않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진화를 우주 원리에까지 높이려고 노력하였다. 스펜서에 의하면, 진화(즉 진보)의 법칙은 우주에서 관찰되는 모든 자연 과정을 지배하는 것이다. 지구의 표면은 본래 완전히 평평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 후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스펜서의 의견은 엘리자베스 시대의 것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엘리자베스 시대에도 지구는 본래 평평했다고 생각했으나 불규칙함의 증가는 부패의 증거라고 간주했던 것이다. 지구의 기후도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진화해 왔다고 스펜서는 주장하고 있다. 지구가 창조된 이래 기후는 서서히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 제5장 과거의 발견과 진보의 개념 중에서
우주의 연령은 어느 정도인가? 적게 봐서 70억 년, 아마 200억 년 이하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 현재로서는 이 범위에서 큰 숫자를 선택하는 사람쪽이 다소 유리하다는 것을 증거가 입증하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 연령의 추정은 과거에 몇 번이나 정정되어 왔으므로 새로운 증거가 곧 발견되어 다시 고쳐질 수도 있다. 아마 가장 무난한 것은, 진짜 연령에는 50억 내지 60억 년 정도의 증감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타당한 중간적인 숫자로서 150억 년을 선택하는 것이리라.
- 제6장 지구의 연령 중에서
네 가지 시간의 화살(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우주의 팽창, 중성 K-중간자의 붕괴, 저자기학적 시간의 화살) 사이에 있는 관계─그것이 정말 존재한다 해도─가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적지 않은 논쟁의 대상이 된 주제다. 그리고 그것은 명확한 결과가 결여되어 있는 분야다. 그러나 물리학의 네 가지 시간의 화살과 심리적인 시간의 화살 사이의 관계는 더욱 불가사의하다. 그것이 너무나 불가사의하기 때문에 어떤 철학자들은, 시간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짓기에 이르렀다.
- 제8장 다섯 개의 시간의 화살 중에서
우주에 있어서의 공간의 평균 곡률이 마이너스라면 우주는 모든 방향으로 무한히 펼쳐져 있으며, 시간도 무한히 된다. 이런 경우의 우주를 열린 우주라고 말한다. 마이너스 곡률을 가진 우주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한다. 공간이 플러스의 곡률을 가지면 우주는 유한하고, 그것은 시간적으로도 유한한 존재다. 이와 같은 우주를 닫힌 우주라고 한다. 닫힌 우주의 경우에는 중력에 의한 감속으로 결국은 팽창이 멈춘다는 것을 일반상대성 이론은 말하고 있다. 우주는 점점 작은 용적으로 축소하고, 빅 크란치(대수축)8로 소멸한다. 이것은 빅 뱅과는 반대의 과정이다.
- 제10장 우주 공간 중에서
이렇게 해서 열린 우주에 있어서도 시간은 결국 끝에 이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주가 점점 공허가 됨에 따라, 우주가 무로 증발함에 따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경과를 나타내는 사건이 없으면 시간은 측정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다. 아마 시간의 경과와, 이제는 완전히 공허로 바뀐 우주의 계속되는 팽창을 관련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이것을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치고─이 지구상에서 측정되는 변화가 풍부한 시간과는 대체로 관계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 제11장 시간의 시작과 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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