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옆집으로 이사왔습니다. 전 아나스타샤 크루프닉이라고 합니다."
아나스타냐는 공손하게 인사했습니다.
마녀 얼굴을 한 할머니는 조금도 웃지 않고,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물끄러미 볼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더부룩한 백발이 얼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 가지 끝에 보이는 새둥지 같았습니다.
"성함을 여쭤 봐도 될까요?"
아나스타샤는 되도록 공손한 말투로 다시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뒤에도 한참이나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간신히 입을 열었어요.
"그냥 스타인이라고 해."
"엄마가, 괜찮으시다면 커피포트를 빌리 수 있을까 하던데요.
우리 것을 찾을 때까지 오늘 오후 동안만 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은 아직 짐을 풀고 있는 중인데, 몹시 더워서 냉커피를 만드는 데 필요하거든요."
"없어."
스타인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거짓말이야, 찾기 싫으니까 그렇지, 세상에 커피포트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집이 어디 있담.
아나스타샤는 '실례했어, 이 늙은 박쥐야' 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또다시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 pp.90-92
"그럼 어디 말해 봐라. 어째서 10년이나 15년 뒤에 로버트 쟈니니와 결혼해야만 한다는 거지?"
"로버트가 날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날 사랑해 줄 사람은 아마 그 애밖에 없을 거예요. 엄마 탓이 아니니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엄마도 알다시피 난 비정상이에요. 5학년 때에는 여자애들 가운데에서 가장 키가 컸지만 그래도 남자애들은 대부분 나보다 훨씬 컸어요. 그런데 6학년이 되니까 키다리가 돼 버렸어요. 남자애들뿐만 아니라 선생님까지도 넘어서고 말았단 말이에요. 이러다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키다리가 돼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게다가 엄마는 깨닫지 못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짙은 머리 색깔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하지만 이유야 뭐든간에 로버트 쟈니니는 내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은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로버트를 발견한 것마으로도 운이 좋은것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문제는 내가 로버트를 참고 보아 줄 수 없다는 건데요, 특히 날카로운 목소리는 참을 수 없이 싫어요. 어디 가든 그 우스꽝스러운 서류 가방을 들고 가는 것도 혐오스럽구요. 유원지 마크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도 견딜 수 없어요. 그래도 그 아이와 결혼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런 것을 참아 내야겠지요. 오래 가지 못할 불행한 결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 pp.133-134
"안녕하세요, 이번에 옆집으로 이사왔습니다. 전 아나스타샤 크루프닉이라고 합니다."
아나스타냐는 공손하게 인사했습니다.
마녀 얼굴을 한 할머니는 조금도 웃지 않고,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물끄러미 볼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더부룩한 백발이 얼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잎이 다 떨어진 겨울나무 가지 끝에 보이는 새둥지 같았습니다.
"성함을 여쭤 봐도 될까요?"
아나스타샤는 되도록 공손한 말투로 다시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뒤에도 한참이나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간신히 입을 열었어요.
"그냥 스타인이라고 해."
"엄마가, 괜찮으시다면 커피포트를 빌리 수 있을까 하던데요.
우리 것을 찾을 때까지 오늘 오후 동안만 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은 아직 짐을 풀고 있는 중인데, 몹시 더워서 냉커피를 만드는 데 필요하거든요."
"없어."
스타인 할머니는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거짓말이야, 찾기 싫으니까 그렇지, 세상에 커피포트 하나쯤 갖고 있지 않은 집이 어디 있담.
아나스타샤는 '실례했어, 이 늙은 박쥐야' 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또다시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 pp.90-92
"그럼 어디 말해 봐라. 어째서 10년이나 15년 뒤에 로버트 쟈니니와 결혼해야만 한다는 거지?"
"로버트가 날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날 사랑해 줄 사람은 아마 그 애밖에 없을 거예요. 엄마 탓이 아니니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엄마도 알다시피 난 비정상이에요. 5학년 때에는 여자애들 가운데에서 가장 키가 컸지만 그래도 남자애들은 대부분 나보다 훨씬 컸어요. 그런데 6학년이 되니까 키다리가 돼 버렸어요. 남자애들뿐만 아니라 선생님까지도 넘어서고 말았단 말이에요. 이러다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키다리가 돼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게다가 엄마는 깨닫지 못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짙은 머리 색깔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하지만 이유야 뭐든간에 로버트 쟈니니는 내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은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로버트를 발견한 것마으로도 운이 좋은것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문제는 내가 로버트를 참고 보아 줄 수 없다는 건데요, 특히 날카로운 목소리는 참을 수 없이 싫어요. 어디 가든 그 우스꽝스러운 서류 가방을 들고 가는 것도 혐오스럽구요. 유원지 마크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도 견딜 수 없어요. 그래도 그 아이와 결혼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런 것을 참아 내야겠지요. 오래 가지 못할 불행한 결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 pp.13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