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과 케네디, 두 사람의 유사성은 비교해볼 때마다 놀랍기 그지없다.
· 링컨이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건 1860년이고, 케네디는 1960년이다.
· 두 사람 모두 금요일에 부인 옆에서 암살당했다.
· 후임자는 둘 다 남부 출신으로 이름은 ‘존슨’이며, 상원에서 활약했다.
· 앤드류 존슨은 1808년에 태어났고, 린든 존슨은 1908년에 태어났다.
· 링컨은 1846년에 상원의원으로 당선되었고, 케네디는 1946년에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 두 사람 모두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자녀가 사망하는 고통을 겪었다.
· 암살자 부스는 극장에서 총을 쏘고 창고로 도망친 반면, 암살자 오스월드는 창고에서 총을 쏘고 극장으로 도망쳤다.“ ― 서문 중에서
“이 시간은 텍사스 교과서 창고도 점심시간이다. 그래서 오즈월드의 직장 동료 대부분이 대통령을 구경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한 블록 밑에서는 FBI 특별수사관 제임스 호스티가 리 하비 오즈월드를 조사하는 건 깡그리 잊어버린 채, 자신이 숭배하는 케네디 대통령을 구경하려고 애쓴다.
리 하비 오즈월드는 오늘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식사할 생각 자체가 없다. 오즈월드는 우중충한 창고 건물 6층으로 올라가 상자를 옮겨 몸을 숨기고, 사격하기에 딱 좋은 공간을 만든다.
오후 12시 24분, 카퍼레이드를 시작하고 약 30분이 지났을 때 대통령 리무진이 메인 가 모퉁이에 있는 제임스 호스티 특별수사관 앞을 지나간다. 케네디를 직접 보는 소원을 이룬 FBI 수사관은 점심을 먹기 위해 몸을 돌려서 알라모 식당으로 들어선다.
12시 28분, 차량 행렬이 도심지에 들어선다. 멀리 딜리 광장과 아름다운 초록 잔디가 또렷하게 보인다. 사람들은 도로 양옆에 빽빽히 늘어서서 환호하며 박수치고, 비밀경호원들은 수많은 인파에 잔뜩 긴장한다.
12시 29분, 차량 행렬은 휴스턴 가로 들어서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느라 속도를 늦춘다. 바로 위 높은 곳에서, 6층에 마련한 은밀한 요새에서, 오즈월드는 태어나 처음으로 존 F. 케네디의 실물을 본다. 그러고는 소총을 재빨리 들어 망원경으로 딜리 광장 모퉁이를 크게 돌아오는 차량 행렬을 포착한다.
커리 경찰국장은 여기에는 인파가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열광적으로 환영한다. 사람들은 자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재클린과 대통령을 연호한다.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존 F. 케네디는 도로 오른편 건물 앞에 모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재클린은 도로 왼쪽 딜리 광장 잔디밭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다. 손을 흔들어 답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유권자가 한 명도 없도록.
이제 5분만 가면 케네디가 연설할 트레이드 마트다. 거의 다 왔다.
대통령 리무진 안에서 주지사 부인이 흔들던 손을 멈추고 오른쪽 어깨 너머로 돌아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존 케네디에게 “댈러스 전체가 열렬히 환호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각하”라고 말한다.
바로 그 순간, 케네디가 고개를 들어 텍사스 교과서 창고 건물 6층을 쳐다보았더라면 열린 창문 사이에서 자기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총열을 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케네디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비밀경호원들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12시 30분, 마침내 특별경호원 빌 그리어가 SS-100-X의 핸들을 크게 꺾으며 120도 좌회전해 휴스턴 가에서 엘름 가로 접어드는 시각이 왔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날이 아주 오래 남은 것처럼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사랑하고 웃고 목표를 이루고 빼앗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행복한 순간이 있으면 고통스런 순간도 있다. 이런저런 약속을 잡고 전화하고 일하고 걱정하고 즐거워하고 이곳저곳 여행하고 마음에 드는 음식을 먹고 사랑에 빠지고 굴욕감을 느끼고 배고픔에 시달린다. 옷차림이나 입 냄새나 머리를 빗어 넘긴 방식이나 상체 근육이나 일하는 직장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
어느 세상이든 아이는 자기 부모를 사랑하며 부모에게 사랑받기를 갈망한다. 얼굴을 어루만지는 부모의 손길에 행복해한다. 아무리 고통스런 나날이라도 누구나 미래를 꿈꾸고 가끔은 꿈을 실현하기도 한다.
이런 게 인생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