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여성의 역할이 지금보다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리 천장(여성이 고위직에 합류하는 것을 가로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계)이 이미 깨어졌으며, 젊은 여성의 선택과 역할은 무궁무진해졌다. 셀 수 없이 많은 선택권을 앞에 놓은 우리는 혼란에 휩싸인다. 현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목표는 모든 것을 다 갖추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헌신적인 아내와 어머니가 되거나, 혹은 크게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가 없다.
우리는 멋진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에게 성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수 없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를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어도 서른다섯 전까지는 결혼을 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훗날 고양이나 몇 마리 키우면서 뜨개질로 소일하게 될지 모른다. 아이가 없으면 완전한 삶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도 가져야 한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자로 보이려면 몸매도 완벽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기대와 가족, 사회, 언론이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동력을 공급하고 있는 러닝머신 위에서 죽어라고 달려야 한다.
--- 본문 중에서
“20대 여성으로서 자신에 대해 무엇을 기대합니까?” 하는 질문에 대답을 망설인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흔한 대답은 이것이었다. “너무나 많지요. 콕 집어 얘기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중에 28세의 어떤 여성이 했던 대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서른을 찍기 전에(이것은 반드시 찍는다고 표현된다. 마치 서른이 되는 것이 무능력자가 되는 끔찍한 사건인 것처럼 말이다.) 뭔가 멋진 삶을 보여줘야 하는 거예요. 결혼도 해야 하고, 지혜로나 성공으로나 그 남자에게 완벽한 짝이 되어야 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남편에게 짝짝이 양말을 내주는 일이 없도록 살림에도 완벽해야 하죠.
저는 엄마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야 하지만, 엄마의 선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에 대해 의심해서는 안 되고, 아버지에게는 명석하고 똘똘한 꿈나무라야 하죠. 저는 남에게 지지 않아야 하고 열정적이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여성적이어야 하고요. 저는 또…`… 이 세상 모든 것이어야 하죠.”
주위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것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발견할 수 없게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게 만들 위험이 있는 것 같지 않는가? 또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생을 디자인하느라 너무 바빠서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을 찾아볼 시간을 아예 가질 수 없게 하지 않는가?
--- 본문 중에서
많은 20대 여성들이 남자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있다. 이상적인 배우자의 조건에 대해 물으면 한도 끝도 없는 목록을 읊어댄다. “제가 원하는 사람은요, 자신감이 넘치고, 인정 많고, 모험심이 있고, 매력적이고, 섹시하고, 낭만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지적이고, 창의력이 넘치고, 재미있고, 멋진 직업을 가졌고, 다정하고, 아이들과 동물에게 친절하고, 의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없이 마음이 여리고, 밝고, 협조적이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남자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남자여서는 곤란하고, 스포츠에 미치거나, 동성애자여서는 안 되고, 안 꾸민 것 같은데 자연스러운 멋이 우러나야 하고, 여자들과도 잘 어울릴 줄 알아야 하고, 성적으로 트인 사람이어야 하고, 야망이 있되 일벌레는 곤란하고, 부유하고, 멋진 몸매의 소유자여야 하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해줄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와우!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있다면 어떻게 꿰어 찰 수 있을까? 또한 우리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모든 환상적인 기대를 쏟아낸다면, 아주 오래도록 그를 찾아 헤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로는 완벽한 자신의 짝으로 여겨지지 않는 사람과는 편안한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데이트 상대를 고르면서 너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상대의 흠을 찾느라 혈안이 된다면, 설사 어떤 사람에게 좋은 점이 있더라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 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