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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나비의 외출

흰나비의 외출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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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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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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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90쪽 | 50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5006
ISBN10 895751500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젯밤 약속이 빨리 끝났나 봐요? 여기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지난밤 괴로워하면서 잠을 못 이루던 시간이 떠올라 가슴이 쓰라렸다. 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구는 찬을 상상하기만 해도 혈압이 다시 치솟아 올랐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 뱃속에 든 걸 다 올리고 탈진했지만, 지금 또다시 가슴속에서 뭔가가 물컹물컹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찬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못마땅한 심정일 때 나오는 버릇.
간섭받는 건 싫다고 말씀하셔야죠?
혜진은 그런 눈빛을 쏘아대며 찬의 반응을 기다렸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다시 말해 줄래?”
지나치게 나직한 음성. 너무나 진지한 그 말투에 오히려 혜진이 당황할 정도였다.
“그 여자…… 오빠랑 깊은 관계인…….”
“정말 성가신 애구나, 너! 내 사생활까지 감시하는 거야?”
찬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 순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딱 집어 설명할 수가 없었다. 지난밤 자신을 그렇게 괴롭히던 여자가 정혜진이라는 것은 그의 기분을 더욱 불쾌하게 했다.
대체 뭐란 말인가?
자신도 모르게 이 어린애의 눈치를 보고, 이 아이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맙소사, 이렇게 어린애를!
혜진은 그의 차가운 어조에 반발하듯 눈빛을 반짝이며 달려들었다.
“불결해요. 결혼도 안 한 사람들이 그렇게 섹스를…….”
“정혜진! 그만 하라니까!”
찬의 참을성은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그러나 혜진은 굽히지 않았다.
“그 여자를 사랑해요?”
“분명히 경고했어. 내 사생활에 간섭하려거든 당장 미국행 비행기를 타라고.”
“사랑하지도 않죠? 그러면서 섹스만 하고 다니고.”
“너, 정말!”
“불결해요. 더러워!”
혜진은 자신의 심장을 제 손으로 후벼 파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설사 그녀에게 그럴 권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찬이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들과 침대를 함께 쓰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육체적인 관계라면 그녀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찬이 원한다면 기꺼이 그에게 몸을 던질 수 있었다. 지난 12년간의 목마른 사랑이 단지 육체적인 것으로 끝난다 해도, 찬이 원한다면.
안타까움에 온갖 상상으로 치닫는 그녀의 마음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나랑 해요. 난 깨끗한 몸과 정신을 가지고 있어요. 오빠가 원하면 건강 진단서를 보여드릴게요.”
“뭐?”
한순간 찬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차츰 그녀의 말을 이해하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네가 지금 말한 거, 내가 이해한 그 뜻이야?”
“오빠랑 키스했을 때 느꼈어요. 오빠가 침대에선 굉장할 거라는 거.”
“정혜진!”
찬은 미칠 것 같았다. 혜진에게 마구 고함을 지르면서도 대책 없이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의식했다. 친구의 여동생과 섹스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더구나 혜진을 상대로!
“아파서 머리가 돌았나 보구나.”
찬은 겨우 이성을 회복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나 혜진의 고집스런 눈빛은 더욱 빛났다.
“난 멀쩡해요. 찬이 오빠가 당황한 것보다는.”
“건방진 것 같으니라고.”
“아무 여자나 좋잖아요? 그럼 내가 친구의 여동생이라는 것도 상관없을 텐데.”
“그 입 다물어. 엎어놓고 때려주기 전에.”
“변태적인 취향인가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겠네요.”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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