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외로운 아이로 자라났다. 언니가 학교에 가고 엄마의 우울증 발작이 날 때면, 하루에도 몇 시간씩 혼자 방치되었다. 생일이 12월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일곱 살이 다 되는 이듬해 9월까지도 1학년 학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학교 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안경을 끼고도 약한 시력은 골칫거리였다. 게다가 그녀는 상당한 과체중이었고 성격도 내성적이었다. 친구들도 거의 없었거니와 집에 돌아가면 변덕스러운 엄마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가장 큰 기쁨은 조용히 앉아 몇 개 안 되는 레코드를 축음기에 걸고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마리아는 겨우 일곱 살부터 레코드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리차는 딸에게 재능이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리아는 훌륭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청음 실력은 나이를 감안하면 걸출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가곡의 언어를 전혀 모르면서도 음악과 가사 모두를 이해하고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 <1장 미운 오리새끼, 뉴욕에서 태어나다> 중에서
그녀의 ≪노르마≫는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청중들은 일제히 기립해서 그녀가 무대를 도저히 떠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극장 전체가 지옥의 악마들처럼 들끓었고, 박수갈채가 눈사태처럼 쏟아져내렸으며 우레와 같은 환호가 들렸다. 무대 전면을 따라 꽃다발들이 줄을 지었고 박스에서 던지는 장미꽃들이 발치로 떨어졌지만, 마리아의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바다같이 펼쳐진 사람들의 얼굴과 그녀를 향해 뻗은 팔들, 팔들뿐이었다. 그녀는 손을 가슴에 대고 청중들에게 키스를 던졌다. 마리아가 커튼 뒤로 물러난 후에도 환호성과 박수갈채는 여전히 우레와 같이 울리고 있었고, 그녀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가 또 한 번 절을 하러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몇 번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앙코르는 계속되었다).
― <8장 결혼, 그리고 전세계의 연인으로> 중에서
오나시스는 경이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날 저녁 전에도 마리아에게 끌리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젠 진짜로 강렬한 매혹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 권력과 카리스마적인 인성을 겸비한 누군가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유혹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나시스는 사람을 이용하는 인물이었고,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오나시스는 마리아를 성적으로 매력적이라 여겼고,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던 초창기부터 그녀의 열정이 자신의 거대한 열정에 맞먹는 것이요, 또한 자기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오페라 가수로서의 굉장한 재능은 오나시스에게 별반 의미가 없었지만, 그녀의 명성은 그를 흥분시켰다.
― <16장 처음으로 진정한 여자가 되다>
“저는 너무 오랫동안 새장 속에 갇혀 살았습니다. 그래서 생기 넘치고 화려한 아리스토와 친구들을 만났을 때, 저는 다른 여자가 되어 있었어요. 저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남자와 함께 살면서 무뎌졌던 겁니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자기가 등장하기만 하면 절로 드라마틱해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두 사람의 마리아가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은 유명하고, 또 한 사람은 그저 평범한 마리아 자신. 그리고 그 마리아는 불안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마리아는 여전히 새장 속에 있었다. 또 다른 새장, 아리스토의 황금 카나리아. 하지만 마리아 자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18장 역사에 길이 남을 연애 사건>
마리아는 화장실 입구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미 센토 말레(몸이 좋지 않아).” 마리아는 황급히 달려온 브루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리아는 일어나려 애썼지만, 곧 카펫 위로 풀썩 고꾸라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힘을 모아 마리아를 들어 침대 위로 옮겨 뉘었다. 그녀의 모습에 두 사람은 섬뜩한 두려움을 느꼈다. 얼굴은 창백한 흰색이었고, 입술은 파랬으며, 덜덜 떨고 있는 두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 브루나가 스푼으로 커피를 몇 숟가락 떠먹이는 동안, 페루치오가 병원에 연락을 취해 앰뷸런스를 보내달라고 했다. 몇 번인가 필사적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이어서 페루치오는 몇 블록 떨어져 있지 않은 자기 주치의를 불렀다. 의사는 기꺼이 당장 달려와주었다. 아마 15분쯤 후였을 것이다. 물을 열어준 건, 덜덜 떨고 있는 브루나였다. 마리아가 죽은 것이다.
― <26장 여왕의 외로운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