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잠깐만...... 지금! 이 소리 들리지요? 이거요! 들리세요? 조금만 있으면 다시 나올 겁니다. 똑 같은 마디거든요. 잠깐만요. 이거요! 들으셨지요! 베이스 소리 말입니다. 콘트라베이스요......
--- p.7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가 빠졌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자고로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을 얻으려면---지금 , 단어의 정의에 입각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베이스가 갖춰져 있어야만이 가능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 p.9
아니면 여러분들도 저처럼 손으로 밥벌어먹고사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계층에 소속되어 계시는 겁니까? 혹시 저 밖에서 지금 굴착기로 시멘트 바닥을 하루 여덟시간씩 뚫고있는 인부들 가운데 오신 분은 안계십니까? (....) 그런 작업이 당신의 능력에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아닌 다른 어느 사람이 당신보다 날렵한 모습으로 쓰레기통을 비운다면 그것이 당신에게 일종의 모욕이 됩니까? (...) 저는 손에서 피를 흘리면서까지 왼손으로 네 개의 현을 있는 힘을 다해 꼭 누릅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말총으로 만든 활을 잡고, 오른손이 뻣뻣하게 굳을 때까지 그것으로 현을 문질러 댑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저는 사람들이 필요로하고있는 일종의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과 제가 구별되는 단 한가지 특징은 제가 일을 가끔 연미복을 걸치고 한다는 것 뿐입니다.....
--- pp.94~95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끄떡없습니다. 심지어 전쟁이 나도 상관없지요. 나이가 많은 동료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거든요. 폭탄이 떨어져서 모든 것이 다 파괴되고, 도시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음악당은 불에 활활 타올랐어도, 지하실에서는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아침 9시면 모여 연습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 p.100
그렇지만 저는 절대로 잘리지 않습니다. 연주를 하거나 말거나 제 마음대로 해도 절대로 잘리지 않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제게 <그것 참 좋겠다>고 말씀하실 수도 이을 겁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것이 제가 안고 사는 위험 요인입니다. 예전부터 늘 이렇게 살아왔지요. 오케스트라 단원은 언제나 고정된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국가 공무원인 사람이 200년 전에는 성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옛날에는 영주가 죽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론적으로는 성의 악단은 해체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절대로 불가능하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끄떡없습니다. 심지어 전쟁이 나도 상관없지요. 나이가 많은 동료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거든요. 폭탄이 떨어져서 모든 것이 다 파괴되고, 도시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음악당은 불에 활활 타올랐어도, 지하실에서는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아침 9시면 모여 연습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절망적입니다.
--- p.99-100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실상 공무원이므로 평생 동안 신분이 보장되어 있는 사람입니다.(중략)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저는 이런 상황에 종종 두려움을 느낌니다. 저는... 저는... 이렇듯 모든 것이 완벽한 이 집을 두고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중략) 뭔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고 가위눌림 같은 것을 느끼며 이런 안정된 생활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공포로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밀폐 공포증이라던가, 고정된 직업을 가짐으로 해서 비롯된 정신 이상증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콘트라베이스를 계속 연주하면서 생겨난 거지요.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채 베이스를 자유롭게 연주하며 살 수는 없거든요. 도대체 어디서 한단 말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베이스 연주자는 평생 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남습니다.
--- pp.97-98
<천장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난다>
저 소리요! 들리지요! 위층에 사는 니메이어 부인이 저러는 겁니다. 저 부인은 아주 조그만 소리만 들어도 저렇게 발을 굴러댑니다. 그러면 저는 제 연주가 메조포르테를 벗어났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저런 반응만 빼면 아주 좋은 분이지요. 그렇지만 제가 연주할 때 누구든 제 옆에 서서 소리를 들어 보았다면, 연주소리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오히려 약하다고 느끼기가 쉽지요. 그런데 제가 지금 예를 들어서 포르티시모로 연주해 본다면.... 잠깐만요....
--- p. 31
<사람들이 귀로 들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음을 연주해 보인다>
들으셨어요? 아마 잘 못 들으셨을 겁니다. 그것 보시라니까요! 이처럼 이 악기는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이렇게 많은 속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p.18
...공무원이셨고, 음악성이 전혀 없으셨으며, 완고하셨던 아버지. 플루트를 부셨고, 음악 애호가이셨으며, 약하셨던 어머니. 어렸을 때 저는 어머니를 우상처럼 사랑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셨으며, 아버지는 제 여동생을 좋아하셨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요. 주관적인 생각이기는 했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공무원이 아니라 예술가가 되리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화풀이로 덩치가 최고로 크고, 손쉽게 쥐어지지 않으며, 독주가 안되는 악기를 연주하기로 하였습니다. 거기에다가 부모님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고, 동시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지하에서 땅을 치며 통곡하실 만한 일을 하느라고 나중에 굳이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국립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서 제3열에 앉게된 거죠. 그런 직위에 소속되게 된 저는-모양새로만 따져서-여성스러운 악기 가운데 가장 큰 콘트라베이스의 형상에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상상으로 수도 없이 겁탈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근친 상간적인 폭행은 매번 도덕적인 대혼란을 초래하였고, 그런 비윤리적인 혼란은 베이스 연주자들의 얼굴 마다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한번 생각 좀 해보세요. 글쎄 세상 일이 대개 그렇다니까요. 뭐든지 좀 낫다 싶으면, 그것은 결국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금방 모습을 감춰버리고 마는 겁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라는 것 앞에서 모든 것들은 마침내 굴복하고 마는 거죠. 그때의 경우로 보자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제거해 버린 사람들은 바로 클래식 음악가들이었습니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사람들 자체로만 보면 점잖은 사람들입니다. 슈베르트는 파리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모짜르트는 평소에 좀 양이 없는 사람처럼 굴기는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주 감성이 예민한 사람으로서 거칠은 것 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베토벤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비록 가끔씩 욱하는 성미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말입니다. 베토벤은 피아노도 몇개나 부숴먹었다고 하더군요. 그 점만큼은 그 사람을 훌륭한 사람으로 ㅇ니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4
<천장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난다>
저 소리요! 들리지요! 위층에 사는 니메이어 부인이 저러는 겁니다. 저 부인은 아주 조그만 소리만 들어도 저렇게 발을 굴러댑니다. 그러면 저는 제 연주가 메조포르테를 벗어났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저런 반응만 빼면 아주 좋은 분이지요. 그렇지만 제가 연주할 때 누구든 제 옆에 서서 소리를 들어 보았다면, 연주소리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오히려 약하다고 느끼기가 쉽지요. 그런데 제가 지금 예를 들어서 포르티시모로 연주해 본다면.... 잠깐만요....
--- p. 31
<사람들이 귀로 들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음을 연주해 보인다>
들으셨어요? 아마 잘 못 들으셨을 겁니다. 그것 보시라니까요! 이처럼 이 악기는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이렇게 많은 속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p.18
...공무원이셨고, 음악성이 전혀 없으셨으며, 완고하셨던 아버지. 플루트를 부셨고, 음악 애호가이셨으며, 약하셨던 어머니. 어렸을 때 저는 어머니를 우상처럼 사랑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셨으며, 아버지는 제 여동생을 좋아하셨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요. 주관적인 생각이기는 했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공무원이 아니라 예술가가 되리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화풀이로 덩치가 최고로 크고, 손쉽게 쥐어지지 않으며, 독주가 안되는 악기를 연주하기로 하였습니다. 거기에다가 부모님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고, 동시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지하에서 땅을 치며 통곡하실 만한 일을 하느라고 나중에 굳이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국립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서 제3열에 앉게된 거죠. 그런 직위에 소속되게 된 저는-모양새로만 따져서-여성스러운 악기 가운데 가장 큰 콘트라베이스의 형상에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상상으로 수도 없이 겁탈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징적인 의미에서의 근친 상간적인 폭행은 매번 도덕적인 대혼란을 초래하였고, 그런 비윤리적인 혼란은 베이스 연주자들의 얼굴 마다에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한번 생각 좀 해보세요. 글쎄 세상 일이 대개 그렇다니까요. 뭐든지 좀 낫다 싶으면, 그것은 결국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금방 모습을 감춰버리고 마는 겁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라는 것 앞에서 모든 것들은 마침내 굴복하고 마는 거죠. 그때의 경우로 보자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제거해 버린 사람들은 바로 클래식 음악가들이었습니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사람들 자체로만 보면 점잖은 사람들입니다. 슈베르트는 파리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모짜르트는 평소에 좀 양이 없는 사람처럼 굴기는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주 감성이 예민한 사람으로서 거칠은 것 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베토벤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비록 가끔씩 욱하는 성미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말입니다. 베토벤은 피아노도 몇개나 부숴먹었다고 하더군요. 그 점만큼은 그 사람을 훌륭한 사람으로 ㅇ니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