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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걸 1

미드나이트 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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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63쪽 | 418g | 128*188*30mm
ISBN13 9788959758388
ISBN10 895975838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멜리사 그레이 Melissa Grey
뉴욕에서 태어나 자랐다. 열두 살 때 첫 단편 소설을 쓴 이후로 글쓰기를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예일 대학교에서 미술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졸업 후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자신에게 어떤 언어로 된 지하철이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신통방통한 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현재 뉴욕에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

역자 : 이지연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 기획팀과 마케팅팀에서 일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제로 투 원》,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디스커버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호기심》, 《행복의 신화》, 《매달리지 않는 삶의 즐거움》, 《어느 날 당신도 깨닫게 될 이야기》, 《링로드를 달리는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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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불새야.” 이렇게 말한 에일러는 삽화 아래에 휘갈겨진 글씨들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통역해주었다. “대가를 치르고 나면 알 만한 자들은 내 이름을 알지니. 시계가 자정을 치면 종말이 오리라.”
“종말?” 에코는 눈살을 찌푸리며 에일러와 책 사이의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슬슬 불길한 냄새가 나는데요? 지금 제가 빈속에 불길한 것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에일러는 에코 쪽으로 몸을 기울여 진지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애비슨 족의 예언에 따르면 불새는 드러카린과의 이 전쟁을 끝내줄 거라고 했어. 하지만 어떻게 끝날지는 누가 그걸 조종하느냐에 달려 있지.” --- p.50

겨우 두 글자였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특별했다. 그래서 에코는 지금 든 생각을 혼자서만 간직하기로 했다. 에코의 손가락이 로완의 목덜미 아래에 잇는 잔털들 사이로 미끄러지자 로완의 입술 끝이 다시 입을 맞댄 채로 올라갔다. 로완이 입술을 뗐을 때 에코는 마치 로완이 자신의 심장까지 조금 가져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로완은 에코의 코끝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있다가 봐. 알았지?” --- p.95

‘젠장.’ 에코는 펜던트가 든 손을 꽉 움켜쥐며 벌떡 일어났다. 무릎에 부딪혀 찻종이 엎어졌다. 노부인이 에코와 외눈박이 드러카린 사이로 몸을 던졌다. 자기 몸을 방패로 사용한 것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날카로운 장검의 끝이 부인의 기모노를 뚫고 벌건 피를 뒤집어쓴 채 부인의 등 뒤로 나와 있었다. 에코는 순간 멈칫했다. 너무 선명했다. 차가운 회색 쇳덩이 위에 그토록 붉은 색이 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노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뒷문을 가리켰다. 드러카린은 부인의 몸에서 칼날을 빼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도망가.” 노부인이 꺽꺽대는 소리로 말했다. --- p.123

‘아크라시아(Akrasia).’ 에코는 생각했다. ‘아닌 줄 알면서도 하는 선택.’ 에코는 자신의 입에서 나올 다음 세 마디 말이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하게 될 그 어떤 말보다 더 중요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네. 평화를 원해요.”--- p.206

이 순간의 정적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카이우스는 조용하고 나긋하게 말했다. “우리는 너무 오래 살아.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그래서 그게 어떤 건지를 몰라.”
다시 카이우스에게로 몸을 돌린 에코는 가벼운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방 전체가 에코와 함께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그거라니 뭘 모른다고요?”
“잊어버리는 것.” 카이우스가 말했다. “우리가 죽고 그래서 아무도 우리가 거기 있었다는 것을 모를 거라는 두려움. 언젠가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리고 그들을 알았던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잊혀질 거라는 거. 그래서 우리 이름을 기억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을 거라는 거.”
에코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너무 슬프네요.”
“그래서 그게 중요한 거야. 인간들은 기억하려고, 그리고 기억되려고 예술품을 만들지. 예술은 인간들이 잊혀짐에 맞서 싸우는 무기인 거야.” --- p.335

“아플 것 같아요.” 다시 몸을 돌린 에코는 카이우스 옆에 자신도 다리를 쭉 뻗었다. 에코는 목에 걸린 열쇠에 손을 뻗어 가볍게 더듬어 보았다. 그날 아침 재스퍼의 집을 떠나기 전에 로켓과 함께 끼워둔 열쇠였다. “기억하는 일이요.”
정말로 그랬다. 자신의 팔에 안긴 로즈의 느낌과 그녀의 검고 흰 깃털의 부드러움, 조용히 노래할 때의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일보다 더 아픈 것은 그걸 잊는 일뿐일 것이다.
“아파.” 카이우스가 말했다. “하지만 기억이 지금의 우리를 만드는 거지. 기억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냐.”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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