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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엄마
리뷰 총점9.5 리뷰 4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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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74g | 145*210*14mm
ISBN13 9788932027524
ISBN10 893202752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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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지환이며 고2다. 엄마 이름은 지연옥이고 서른여섯 살의 미혼모다. 나는 지옥과 연옥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하는 말이다. 차라리 엄마 이름이 하늘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나을 뻔 했으니까. (중략) 엄마는 내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아주 힘들어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에게로 날아가서 꽃이 되거나 그가 내게로 날아와서 꽃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꽃이 된다는 건 그때부터 감당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신세계가 열리는 일이라고 했다. 나와 아버지는 애당초 서로에게 꽃이 되기는 글러먹은 관계라고. 그러니 관심을 끄는 게 나을 거라고 충고했다.
--- p.10-11

엄마의 닉네임은 무화과였다. 그 많은 닉네임 중에 왜 하필 무화과일까. 꽃 시절도 없었던 등신 같은 열맨데. 슬픈 사람이라면서 ‘ㅎㅎㅎㅎㅎ’는 또 뭐야. 자기가 생각해도 쑥스러운가 보지? 정말 깨는 아줌마다. (중략) 둘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술 취하는 방법도 교류했다. 간단했다. 소주에 물을 타 마시면 된다는 것. 처음엔 물이 술처럼 넘어가다가 나중엔 술이 물처럼 넘어간다고 했다. 이건 엄마가 제공한 정보였는데, 전갈은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댓글을 달아놓았다. 엄마도 “ㅎㅎㅎㅎㅎㅎㅎㅎ”를 남발했다. 둘 다 좀 헤퍼 보였다. 웃음에 대해 둘은 하나의 제공한 정보였는데, 전갈은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댓글을 달아놓았다. 엄마도 “ㅎㅎㅎㅎㅎㅎㅎㅎ”를 남발했다. 둘 다 좀 헤퍼 보였다. 웃음에 대해 둘은 하나의 규칙을 정해놓은 것 같았다. 전갈은 ㅋㅋㅋ로만 웃고 엄마는 ㅎㅎㅎ로만 웃었다.
저러다 세상에서 가장 날씬한 일본인은 “비사이로 막가”나, 가장 잔인한 일본인은 “깐이마 또까”라는 고전시대 막가파 유머까지 나누게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이었다.
--- p.39-41

엄마가 말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나쁜 엄마라고. / 세상에 훌륭한 엄마로 알려져 있는 맹자 엄마나 한석봉 엄마도 알고 보면 나쁜 엄마라고. / 우선 엄마는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 엄마부터 비난했다. (중략) 엄마란 모름지기 자식의 의견을 묻고 존중해주어야 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식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교육을 핑계로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는 게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중략) 엄마가 말했다. 한석봉 엄마는 무섭기까지 한 나쁜 엄마라고. / “자식에게 불을 끄고 붓글씨를 쓰라니. 이거야말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겁주는 행위가 아니고 뭐니?”
--- p.58-60

“어머니 혼자서 힘드시겠습니다.” / “뭐가요?” / “아무래도 가정엔 아버지가 있어야 질서가 잡히니까요.” / 엄마가 얼굴에서 마스크팩을 떼어내며 벌떡 일어섰다. 엄마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더니 이내 홍옥빛으로 변했다. 화상통화가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 “지금 동정하시는 거예요?” / 엄마는 학교엔 가보겠지만 사과할 의사는 없다고 담임에게 말했다. 엄마는 병원비 무는 걸 택했다. 꼰대의 의사 전달에 실패한 담임은 당황했다. / 엄마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 “이런 개무시를 봤나……” /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질 나쁜 종류의 무시가 바로 성별 갖고 사람 무시하는 거라고 했다. 그러곤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떼어버린 마스크팩을 아까운 듯 바라보았다. 다시 펴서 붙이기엔 너무 망가져 있었다.
--- p.134-135

“이 학교엔 교칙만 있고 용서란 건 없습니까? 벌칙 대신 이해나 너그러운 마음은요? 보호가 필요한 학생에게 학교가 또 다른 폭력을 가한 건 아닌지, 고민해볼 여유는 없나요? 찌그러진 주전자가 학교에서 우리 애 모습일 거란 생각은 왜 못하세요?!” / 이번엔 엄마가 담임을 향해 물었다. / “집에 아버지가 있어야 질서가 잡힌다고요?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면 안 됩니까? 그 말에 우리 애 마음 무너지는 건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 / 흥분한 엄마가 마침내 선생님들 앞에서 주전자를 흔들어댔다. / “애들한테 뭐가 제일 필요한지 아세요? 애들한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고 계시냐고요. 질서는 화장실에서 줄 설 때나 지키고 애들 마음부터 지켜달라고요! 마음부터!” (중략) 엄마가 담임을 향해 또박또박 걸어갔다. 담임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담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저어,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 담임이 벙 찐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좀 전보다 더 낮게 속삭였다. / “동정심은 개나 줘버려.”
--- p.13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입만 열면 “개XX” “외롭다”는 말을 달고 사는
십팔년산 아들 딸린 미혼모
블로그에서 시 쓰며 댓글로 썸 타는 닉네임 ‘무화과’

누구냐고? 세상에서 제일 나쁜 우리 엄마입니다

학교에서는 존재감 제로, 일진회 물 셔틀도 모자라, 집에서는 한성질 하는 엄마 때문에 고민인 고2 지환. 열여덟에 임신해 가출하고 미혼모의 길을 택한 엄마 ‘지연옥’ 여사는 지환에게 이 모든 불행을 선사한 근원이자, 골칫거리다. 걸핏 하면 욕설을 내뱉기 일쑤, 훌륭하다고 이름난 ‘맹자 엄마’ ‘한석봉 엄마’도 알고 보면 ‘나쁜 엄마’라며 매사 나름의 논리로 투덜거리기 바쁜 엄마가 지환은 도무지 이해 불가다.
그런 지환에겐 세 가지 소원이 있다. 아빠, 쿠키 굽는 엄마, 예쁜 여친. 평범해 보이지만, 어딜 가도 튀는 엄마 때문에 지환에겐 “평범이란 단어는 오르지도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와도 같다.”(10쪽) 지환이 찍어놓은 여친감은 학교에선 인기짱인 유리. 부유한 환경에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유리는, 지환에겐 없는 아빠, 엄마, 오빠(형)에 골든 레트리버까지 모든 것을 갖춘 더없이 완벽한 상대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유리와 지환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지환은 유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문예부에 들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오늘의 한국 청소년이 살아가는 현실은 심하게 뒤틀려 있다. 학교는 진정한 ‘배움’과 거리가 멀어졌고, 세상에는 이른바 ‘인성’이 의심스러운 어른들이 많다. 현실의 뒤틀림을 표현하는, 뒤틀린 언어가 아이러니이다. 『나쁜 엄마』는 성장소설의 관습을 깨고 아이러니를 도입한다. 그리하여 ‘좋은’ 것의 위선을 경쾌하게 폭로하면서 ‘나쁜’ 것이라고 하는 것 속에 오히려 진실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다.

최시한 (작가,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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