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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와 화니 이야기

광수와 화니 이야기

: “모든 사랑엔 용기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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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랑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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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66g | 150*220*30mm
ISBN13 9788959405558
ISBN10 895940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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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조광수
닉네임 피터팬. 청년필름 대표. 연극영화과를 10년 동안 다녔지만 학과 공부는 팽개치고 학생운동만 했다. 1998년 청년필름을 만들어 [해피 엔드], [조선명탐정] 시리즈, [의뢰인],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을 제작했고 [친구사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을 연출했다. 2006년 커밍아웃한 그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서 활동하고 있다.
저자 : 김승환
닉네임 데이.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대학에서 어울리지 않게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한때 동성애자에게 개방된 미국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꾸며 시키고로 유학 갔지만, 고민 끝에 한국에서의 당당한 삶을 택했다. ‘피터팬’의 꼬임에 넘어가 레인보우팩토리를 만들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호수의 이방인] 등을 수입했고, [마이 페어 웨딩]을 제작했다. 2010년 커밍아웃한 그는 영화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접점을 찾아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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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난 열병을 앓았다. 마치 홍역을 앓듯 열이 잔뜩 올랐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난 학교에 가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그리고 그다음 날 친구가 왔다는 엄마의 말에 설마설마했는데, 해성이었다. 선생님께 주소를 물어 찾아왔노라 말하며 수줍게 웃는 해성이의 얼굴이 빛났다. 그리고 그 아이가 손에 든 황도 통조림. 아, 이렇게 사랑을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 p.14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정말 화가 났지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버스가 오고 내가 맨 뒷자리에 앉았지만 그는 나를 바로 보지도 않았다. 버스가 떠났다. 차창 밖의 그는 그제야 나를 보았다. 그도 울고 있었다. 그는 손도 안 들고 말없이 그렇게 눈물을 보이며 나를 보냈다. 아무도 없는 버스 뒷자리에서 난 엉엉 울었다. 멀리 그가 있었지만 난 돌아보지 않았다. ……어린 그는 용기가 없었고 나도 그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 p.44

“일주일쯤 지난 뒤 그는 술에 취해 찾아와 나를 안고 울면서 말했다. 두렵고 무서웠다고. 이성理性은 동성애를 이해하지만 감정은 그렇지가 않았단다. 게다가 누군가 자신에게 커밍아웃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고, 그런 자신을 보며 또 실망했다고. 내가 그에게 고백하기 전에 무수히 많이 망설였듯이 그도 힘든 시간을 보낸 모양이었다. 나의 첫 번째 커밍아웃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 p.95

“내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벌써 한 녀석이 그를 안내하고 있었다. 이런, 선수를 놓치다니! 빛나는 후광을 달고 자리에 앉은 그는 스물한 살의 앳된 청년이었다. 쌍꺼풀이 없는 큰 눈에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하얀 얼굴, 게다가 손가락이 길었다. 이걸 어떡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가 앉은 자리, 아직은 그의 온기가 남아 있는 자리에 앉아 그를 떠올렸다.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무슨 말을 하긴 했는데 전혀 기억에 없었다. 그럴 만큼 그에게 빠져버린 것. 기억나는 건 딱 하나 ‘데이’라는 닉네임이다.” --- p.116~117

“중학교 입학식 날 전교 신입생이 운동장에 모여 반 배정을 받았다. 그날 매우 귀엽고 잘생긴 한 남학생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친구도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곁눈질을 하다 눈이 딱 마주쳤고, 그 순간 둘이서 빙그레 웃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 짝은 되지 못했지만 금방 가장 친한 사이가 되었다.” --- p.152

“자연히 남은 사람들은 신입생인 나에게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냐고 물어왔다. 난 반사적으로 오래 사귄 여자 친구가 있다고 둘러댔다. 그러고는 피곤해 자야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며 뭔가 그런 대화 주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게이인 나에게 오래 사귄 여자 친구는 정말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동물’이지만 동성애자인 새내기 남학생에게 정말 꼭 필요한 존재였다.” --- p.164

“부모님께 커밍아웃할 때 준비를 철저히 했다. 어머니나 아버지 어느 한쪽에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양친이 모두 한자리에 계시고, 주변에 나를 포함한 우리 세 명만 있어야 하며, 식당 같은 곳이 아니라 반드시 집 안이어야 했다. 그리고 두 분의 건강 상태가 좋고 다른 큰 걱정거리가 없어야 했다. (중략) 부모님 두 분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열차 예약까지 마쳤다. 마지막으로 고민하는 시간 동안 참고하실 수 있게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담긴 책 한 권을 준비했다.” --- p.201~202

“물 위에서는 우아하게 떠 있는 것 같지만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물밑에서는 발버둥을 치는 백조와 같은 일상이 이어졌다. 세기의 결혼식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만큼 그에 걸맞은 결혼식 장소와 프로그램 그리고 게스트를 섭외해야 하는데 솔직히 정확히 준비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보다 삶의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낙관주의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광수 형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였다. 반면에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타들어갔다.” --- p.223

“내 인생 최고의 날이 밝았다. 사실 어젯밤 잠을 설쳤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해야 할 결혼식 신랑의 얼굴이 푸석하게 되었다. 망했다! 내가 잠을 설친 건 다 호모포비아들 탓이다. 어젯밤부터 결혼식이 열리는 청계천 광통교엔 호모포비아 목사와 신자들이 “이 자리에서 꼭 예배를 드리라는 주님의 계시를 받았다”면서 무대를 설치해야 하는 곳에 진을 치고 예배드리고 있었다.” --- p.239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활짝 웃으며 박수를 보내고 계신 엄마를 발견했다. 화니와 함께 무대 아래로 내려가 엄마를 모시고 올라왔다. 예정에 없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엄마는 당황스러워하셨지만 많은 사람이 엄마의 등장을 박수와 환호로 반겼다. 성소수자의 부모들이 자식들과 함께 나서자는 엄마의 말씀에 사람들이 감동했다. 엄마가 무대 위에서 이처럼 말씀을 잘하실 줄은 몰랐다. 아들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신 엄마였는데, 아들의 공개 결혼식에서 명연설을 하시게 되다니. 그렇게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저물어갔다.” --- p.245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복한 관계를 위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리면서 조금씩 깨달았다. 누군가는 소리 높여 싸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2013년 1월에 내가 수술을 받을 때 수술동의서라는 서류에 가족 서명이 필요했다. 동의서가 없으면 수술할 수가 없다고 했다. 동의서에 화니가 서명하려고 했지만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 p.271

“우리는 열차를 타고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이동했다. (중략) 베를린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비교적 말수가 적었던 광수 형이 본격적인 신혼여행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열차 안에서부터 재잘재잘 말이 많아졌다. 주변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기찻길이라며 광수 형은 피곤해서 졸고 있는 나를 중간에 깨우기도 했다. 오늘은 호텔 체크인하고 나면 피곤하더라도 프라하 구시가지는 꼭 가보자며 자기만 믿으면 된다고 큰소리도 쳤다.”
--- p.312

김조광수의 부부생활 10계명

1. 당신의 잔소리를 사랑하겠습니다.
2. 화가 나도 싸워도 집을 나가지 않겠습니다.
3. 매일 삼십 분 이상 꼭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4. 집에 국정원 직원들이 압수 수색을 할 때가 아니면 고함치지 않겠습니다.
5. 첫눈에 반한 그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6.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7. 자주자주 칭찬하겠습니다.
8.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9. 민주주의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겠습니다.
10.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않겠습니다.
김승환의 부부생활 10계명

1. 바람은 꿈속에서만 피우겠습니다.
2.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삽십 분 이상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3. 흰머리 있다고 구박하지 않고 염색해주겠습니다.
4. 아무리 화가 나도 우리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5. 어느 순간에라도 당신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6. 얼굴에 나이의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아름답게 지켜보겠습니다.
7. 매일 진실되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습니다.
8.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9. 당신이 힘들거나 아플 때 당신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10. 지나치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다름을 존중하겠습니다.
--- p.31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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