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디서인지 캄캄한 어둠을 뚫고 가늘게 들려오는 소녀의 우는 소리! 그것은 훌쩍훌쩍 느껴 우는 것도 아니고, “아야야, 아야야.” 하면서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는 소리였습니다. 창호의 몸은 떨렸습니다. 바늘 끝으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오오, 순흰가 보다!’ 창호의 피는 한순간에 끓어올랐습니다.---pp.20~21
인천 바닷가 산언덕의 어두운 밤! 순희인 듯싶은 소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뛰어들어가려는 최 선생님과 외삼촌과 학생, 이 세사람에게 먼저 달려든 놈은 낌새를 채고 몰래 뒤로 돌아온 흉악한 청국 놈들이었습니다. 마귀 같은 놈들이 쇠뭉치 같은 팔로 뒤에서 꼭 껴안고 달려들었으니, 세 사람도 꼼짝없이 붙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쌍한 소녀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그들도 전신의 피가 끓어오르는 판이었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어찌 질 수가 있겠습니까? “에잇!” 소리치면서 뒤로 덤빈 놈의 팔을 낚아 앞으로 넘겨 치고 불끈 솟으며, “덤벼라!” 하고 소리치는 사람은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우리 최 선생님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창호의 동생 순희가 사라진다. 경찰에 연락해도, 친척집을 수소문해 보아도 도무지 찾을 길 없는 순희 때문에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다. 그런데 순희가 사라진 지 열 하루째 되는 날, 공책을 뜯어서 만든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그 편지는 순희가 쓴 것으로, 순희는 청국 사람들에게 잡혀 있으며 얼마 안 있으면 청국으로 끌려갈 거라는 내용이었다. 창호는 이 때부터 동생 순희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순희가 있는 곳을 알아 낸다. 그리고 순희를 구출하기 위해 아버지, 외삼촌, 선생님, 급우들까지 총동원하여 청국 사람들을 추격한다. 그러나 청국 사람들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급박하고 위험한 사건들은 쉴새없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