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건이 당신을 보냈지, 그렇지?'
'아니에요.'
'아냐, 내 말이 맞아. 나쁜 자식, 여자를 보내 일을 시키다니. 그놈이 누구야, 제이드? 당신 오빠야?'
제이드가 고개를 흔들며 그에게서 물러섰다.
'케인, 제발 내 말 좀…….'
케인은 그녀를 따라가는 자신을 억지로 제지했다.
'모든게 ……거짓말이었던 거야. 그렇지, 제이드? 당신은 곤경에 처한 게 아니었어.'
'전부 다 거짓말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표적은 여전히 당신이에요.'
케인이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제이드는, 지금 그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 쓰라린 고통의 빛이 엿보였다.
'여자를 보내다니, 당신 오빠는 겁쟁이야. 죽여버리고 말겠어. 그게 딱 어울리는 처사 아니겠어? 눈에는 눈, 아니 이 경우에는 형제에는 형제인가?'
--- p.253-254
제이드는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빛나는 머리타래가 마치 숄처럼 아름답게 그녀의 어깨를 덮고 있었다. 얼굴은 케인쪽을 향하고 눈은 감겨 있었다. 깊고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깊은 잠에 빠진 게 분명했다. 그의 매혹적인 천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벗어놓은 잠옥은 침대 옆의 의자위에 놓여있었다. 이불조차 걷어차낸 상태였다. 만일 알몸으로 자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이 작은 여인의 내부에도 분명 관능적인 성향이 숨어있으리라. 케인이 그럴 것 처럼.
케인의 눈에 제이드는 마치 황금빛 여신처럼 보였다. 다리는 길고 선이 고왔다. 불현듯 비단처럼 보드라운 다리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영상이 떠오르자 케인의 입에서 신음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 p.81
'그래 결혼식이 있을거야'
케인이 말했다.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자네. 누가 등에 총부리라도 겨누고 있는가?'
'총부리는 제 등이 아니라 제이드의 등에나 필요할 성싶습니다. 국장님. 내 마음이 진심이라는 걸 설득시켜야 하거든요. 빌어먹을, 사람들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어야 되는건지 원'
네이선은 그 광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실실 웃어댔다.
--- p.386
[우선, 이 임무를 수락하겠다는 약조부터 해주세요.]
[임무? 그러니까, 지금 날 청부살인자로 고용하겠다는 뜻인가?]
어이없다는 투로 케인이 물었다.
[네, 그래요.]
그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여자는 여전히 상대의 눈동자를 피하려고만 했다. 그 사실이 케인을 짜증나게 했다.
[좋아. 약속하지.]
케인은 거짓말을 했다.
그말에 즉시 한시름 놓았다는 듯 그녀의 어깨가 축 내려앉았다.
[자, 이제, 그 희생양이 누가 될 건지 말해보시지.]
순간 여자의 눈동자에 고뇌의 빛이 어리는 것을 보자 케인은 아련한 아픔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와락 그녀를 끌어안고, 위로해줬으면 하는 충동이 일었다. 어떤 놈이 이 여자를 괴롭게 했어, 하는 분노가 일어나려는 찰나, 케인은 우스꽝스럽고 가소로운 감상을 떨어내고자 머리를 흔들었다.
빌어먹을, 이여자는 지금 살인을 청부하는 중이라ㄱ.
한참 동안 서로를 응시하다가, 케인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 누굴 죽여달란 말이지?]
깊게 숨을 한번 들이마신 후,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요.]
--- pp.14-15
[우선, 이 임무를 수락하겠다는 약조부터 해주세요.]
[임무? 그러니까, 지금 날 청부살인자로 고용하겠다는 뜻인가?]
어이없다는 투로 케인이 물었다.
[네, 그래요.]
그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여자는 여전히 상대의 눈동자를 피하려고만 했다. 그 사실이 케인을 짜증나게 했다.
[좋아. 약속하지.]
케인은 거짓말을 했다.
그말에 즉시 한시름 놓았다는 듯 그녀의 어깨가 축 내려앉았다.
[자, 이제, 그 희생양이 누가 될 건지 말해보시지.]
순간 여자의 눈동자에 고뇌의 빛이 어리는 것을 보자 케인은 아련한 아픔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와락 그녀를 끌어안고, 위로해줬으면 하는 충동이 일었다. 어떤 놈이 이 여자를 괴롭게 했어, 하는 분노가 일어나려는 찰나, 케인은 우스꽝스럽고 가소로운 감상을 떨어내고자 머리를 흔들었다.
빌어먹을, 이여자는 지금 살인을 청부하는 중이라ㄱ.
한참 동안 서로를 응시하다가, 케인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 누굴 죽여달란 말이지?]
깊게 숨을 한번 들이마신 후,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요.]
--- pp.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