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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킹

커피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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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346g | 128*188*20mm
ISBN13 9791195442522
ISBN10 119544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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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주현
이주현. 커피킹으로 성공적인 데뷔. 첫 작품인 커피킹이 출간 일주일 만에 소설분야 상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싶다고, 사진을 거부하고 직접 그린 그림으로 대체했다. “언니 그 집 커피 마시고 나면, 딴 집 커피는 걸레 빤 맛이라 못 먹어.”라는 외국인 친구의 과격한 표현에, ‘대체 그 집 커피가 어떻길래?’ 싶어 커피를 연구하게 되었다. 커피킹을 위해 호텔 플라워샾에 파트타임으로 취업해 시급 6,000원을 받고 갖은 고생을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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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같은 시간 다른 공간 중 일부]

카페 베토벤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가로수 길에 종희가 일하는 카페가 가을 햇살을 받고 있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매미와 함께 짱짱한 싱싱함을 뽐내던 잎들도 이제 연한 적갈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붉은 벽돌로 외관을 마감한 카페는 이국적이면서도 고풍스럽게 익스테리어(exterior)를 꾸미고 그 위에 평온함을 한 번 더 마감한 것 같았다. 카페 창을 뚫고 들어 온 햇살 끝 테이블에 연인 한 쌍이 서로의 눈을 보며 앉아 있었다.
카페 베토벤의 수석 바리스타인 진욱은 그라인더에 원두를 붓고, 버튼을 눌렀다.
촥~~~
원두를 가는 소리만이 카페의 평온함을 잠시 깨워주어, 묵직한 고요함의 틈을 벌려주었다.
카페 문을 열고 긴 생머리에 부드러운 선을 가진 얼굴의 종희가 들어왔다. 그녀는 가벼운 눈인사를 진욱에게 보이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진욱은 능숙한 동작으로 드리퍼를 데우고, 필터를 끼우고, 갈아진 원두를 드리퍼에 부었다. 원두를 편편하게 하기 위해 드리퍼를 톡톡 쳤다.
종희는 검은 바지에 흰 셔츠, 검은 조끼를 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단정하게 머리를 뒤로 묶은 종희는 긴 생머리를 풀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얼굴선이 더 뚜렷해 보인다고나 할까. 유니폼이 주는 힘 인지, 포니테일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아니면 이 카페의 아우라 때문인지, 어쩜 그녀가 가진 커피의 내공 때문일 수도 있겠다.
진욱은 물을 붓고 뜸을 들였다. 원두가 예쁘게 부풀어 올랐다.
“사장님은요?”
“지하에.”
“이 시간까지?”
“그러게, 내일 비가 와서 커피 더 볶아야 된 다시네. 습도 높으면 로스팅 잘 안 되잖아. 어젯밤에 선우 비행기 잘 탔어?”
“네.”
“보고 싶어서 어쩌냐?”
“15일 뒤면 오는데요. 뭐.”
진욱이 내린 커피를 종희가 서빙하고, 카운터로 돌아오자 손님 둘이 카페로 들어왔다. Take Out이라 손님끼리 카운터 앞에서 얘기를 나누며 서 있었다.
“추락기사 봤어?”
“뭐가 추락했어?”
“두바이 가는 비행기 추락했잖아. 월드항공 꺼. 지금 뉴스에 난리도 아니야.”
챙!
은색 드립 포트는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를 내며 타일 바닥에 떨어졌다. 카페 안 모든 손님이 종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유니폼을 입은 채로 카페를 뛰쳐나왔다. 운 좋게도 방금 누군가가 내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운 따위는 필요 없는 것이었지만······.
적갈색으로 바뀌기 시작한 메타세쿼이아가 한잎 두잎 떨어지고 있었다. 카페를 둘러싼 평온함은 마법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날씨 탓인지 계절 탓인지······.
--- p.19

[3부 커피 꽃 중 일부]
색깔이 달랐다. 종종 마시던 자판기 커피가 흰색 도화지 위에 갈색을 칠한 것이라면, 이건 물 자체가 갈색이라고 할까? 연한 탕약 같았다. 게다가 커피 위에 떠올랐다가 끊임없이 다른 무늬를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너무 신기했다. 어릴 때 여행 다녀온 엄마가 선물이라고 사다 준 요지경 속 세상처럼 신비로웠다. 아주 아름답고 경이로운 무늬가 커피 잔 안에서 새로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비싼 만큼 뜸을 들이고 아껴서 마시고자 했다. 향을 맡고, 잔에 입을 갖다 되었다.
낯선 풍미였다. 처음 느끼는 이완의 순간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빼면, 몸이 살짝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중력의 지배를 벗어나, 우주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켠 채로 앉아 있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커피가 줄 수 있는 여운의 최대치까지 완전히 뽑고 나서도 손으로 코와 입을 덮은 채, 향을 깊이 끌어올려 보았다.
‘아······, 좋다.’
--- p.52
낯선 풍미였다. 처음 느끼는 이완의 순간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빼면, 몸이 살짝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중력의 지배를 벗어나, 우주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켠 채로 앉아 있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커피가 줄 수 있는 여운의 최대치까지 완전히 뽑고 나서도 손으로 코와 입을 덮은 채, 향을 깊이 끌어올려 보았다.
--- p.55

진욱이 와서 잔 위에 스푼을 걸치고, 그 위에 각설탕을 올렸다. 스푼에 코냑을 부은 후 불을 붙였다. “코냑의 향을 살리기 위해 밀도 높은 아프리카 버번종인 킬리만자로를 모카 포트로 진하게 준비했습니다.”--- p.86

“로스팅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땀 때문입니다. 피땀 흘려 커피 농사를 지은 농부의 1년이 몇십 분의 로스팅으로 보람을 얻을 수도 있고, 헛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p.89

사실 선우에게 승산은 있었다. 첫사랑에게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50%를 준다. 두 번째 사랑에겐 남은 50%의 반, 즉 25%, 세 번째 사랑에게는 12.5%, 네 번째 사랑에게는 6.25%, 다섯 번째 사랑에게는 3.125……. 즉 두 번째 사랑부터 마지막 사랑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을 모두 다 합쳐도 결코 50%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첫사랑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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