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릴 때 영향을 받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잠, 꿈, 비, 미소, 바람’을 꼽은 강산은 공주대학교 만화예술과를 졸업해 1996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캐릭터 부문에 입상했다. 현재 CF, 오페라 포스터,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그림책 등 전방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하늘은 날마다 청명하게 맑았고, 양지 마을 뒷산 기슭을 타고 건너온 산들바람은 밭두렁과 논두렁에 돋은 풀잎들을 어루만지며 멀리로 달려가는 상쾌한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해질 무렵이면 마을의 공터로부터 개구쟁이들이 악 쓰는 소리가 끊어질 듯 말 듯 들려오곤 하였습니다. 아이들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왠지 재희가 더욱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 p.134
내 몸 위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위대한 발견을 한 것입니다. 때마침 흙에 닿아있는 내 몸 한쪽 끝으로부터 견디기 어려운 간지럼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곳이 간지럽다는 것은 막대기 한쪽 끝이 땅속에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뿐만 아니라 흙 속에 박혀 있는 그곳으로부터 뿌리가 돋아나려 하고 있다는 신호인 것입니다. 나는 비로소 내가 뿌리내리고 서 있어야 할 장소에 도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