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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의 시대

탐미의 시대

조용훈 | 효형출판 | 2001년 02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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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494g | 148*210*20mm
ISBN13 9788986361445
ISBN10 898636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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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조용훈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 현대시를 전공했고 그림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시와 그림이라는 친연한 두 예술장르를 문화 주제론적으로 통찰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이에 관한 글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현재 청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근대시인연구』『정호승(월북작가)연구』『현대시론』『시와 그림의 황홀경』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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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배우고 힘쓰는 데 나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과거 치열하게 예술혼을 산화했던 스승들, 그 경해에 근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하며 자기단련하길 원한다. 이는 과거의 스승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에게 끊임없이 감동과 사색의 장을 펼쳐보이는 많은 분들로부터 끊임없는 자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것에 늘 감사한다.
--- 머리말 중에서
그가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가슴을 찢고 짓이기며 잔인하게 그를 떠났다. 그는 떠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극적인 이별 앞에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일말의 연민 역시 그를 걷어차고 달아났다. 슬픔은 그의 발목을 붙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그리움을 간직한 채 두 사람은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절대 만날 수 없었다. 형형한 눈길로 그녀는 이슬처럼 사라졌다. 그럴 수밖에, 불행하게도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샤갈은 30년 동안 동고동락한 아내 벨라 로젠펠트의 주검 앞에서 실신했다. 그는 9개월 동안 붓을 들지 못했고 정신적 공황에 시달렸다. 심한 무력감에 허우적거렸다. 벨라, 대규모 상점을 운영한 상류계급 출신. 출중한 미모에 뛰어난 교양과 통찰력을 갖춘 인텔리. 특히 유럽 고전주의적 전통의 세례를 몸으로 체득하고 이를 섬광처럼,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샤갈의 예술적 영감을 끊임없이 자극했던 영혼. 샤갈의 그림에서 보들레르의 시를 연상한 번뜩이는 예지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샤갈은 그녀의 눈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요동치는 심장과 싸워야 했다. 다른 세계에서 불현듯 방문한 이 아름다운 여성 앞에서 그는 내내 두려움과 경외감을 맛보며 너무 좋아서 벌벌 떨기까지 했다. 그는 그녀의 커다랗고 맑고 동그란 눈을 자신의 눈이고 영혼이라고 단정했다.
---pp.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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