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구설수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스트셀러가 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는다. 신기한 일은 처음 서점가에 선보였을 때 언론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한 책이라도 베스트셀러가 되면 먼저 얻어터지기부터 한다는 사실이다....... 또 베스트셀러를 향한 질시와 비판의 밑 바탕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는 심리가 있지 않냐는 느낌마저 들었다.
--- p.머릿말중에서
표지에 번역자의 소속대학과 소속학과가 밝혀져 있는 것은 촌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현택수 교수가 이런 촌스러움을 비꼴 처지인지 심히 의문이다. 현 교수의 홈페이지에는 그가 신문,잡지에 기고한 글들이 올려져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보고 놀랐다. 꽤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현택수 교수가 언론으로부터 유명 필자 대접을 받는 것은 그의 능력보다는 그의 배경 덕분이라고 단언한다. 프랑스 유학을 갔다온 세칭 명문대 교수라는. 나는 현교수가 신문 잡지에서 다루는 분야를 그에 못지않게 잘 아는 사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현 교수만큼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는 유학은커녕 대학원도 나오지 못한 미디어 평론가라서.
--- p.96-97
이케하라 씨의 책은 저자가 일개 상인이라 전문적인 것은 바랄 필요도 없고 솔직한 서술이 되어 있어 나름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김 교수의 책은 제목이나 표지부터 너무 출판 및 판매 지상주 의로 흐르고 있어 갑갑하다. 우선 무엇보다도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선정적이다.
--- p.149
이문열의 『선택』(민음사)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기에 앞서 소설가 이문열에대한 개인적인 기억 세 가지를 끄집어 내보겠다. 이문열과 관련한 세 가지 기억은 하나같이 첫 인상의 산물이다.
기억 하나. 나는 텔레비전의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그를 처음 봤다(지금껏 실로 만난 적은 한번도 없다). 1980년대 중반의 어느 일요일 오전 KBS-TV를 통해서였다. 내가 난데없이 등장한 이 프로그램을 여태껏 기억하는 건 프로그램의 파격성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필적하는 독서토론을 보지 못했다. 우선 '분량' 이 그렇다. 토론시간이 1시간은 족히 넘었다. 1백분에 가까웠던 것도 같다. 하긴 당시에는 '백분쇼'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도 백분 가까이 독서토론이 진행된 경우가 있었다. 'KBS 심야토론'에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80년대 중반 독서토론의 파격성은 그것의 내용에 있다. 그때 토론의 밀도는 정말 대단했다. 이에 비하면 '심야토론'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정도다. 아마 이문열 씨가 첫 회 출연자였을 것이다. 패널로 참가한 젊은 평론가들은 이 씨를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그 중에서도 불문학을 전공한 평론가의 공격이 가장 매서웠다(이 평론가가 그로부터 10년 후 이문열을 편드는 문학잡지의 편집위원이 된 것은 논외로 하자).
---p. 34-35
상업주의가 문제란다. 이런 식의 주장을 대할 때마다 내가 어느 체제에 살고 있는지 확신을 못하곤 한다. 우리나라는 시장경제와 자유계약을 위주로 한 자본주의 경제를 표방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주의 자체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반체제다. 나는 상업주의를 문제삼는 것은 자본주의를 문제삼는 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업주의를 극복하려면 먼제 체제 변화를 꾀해야 한다. 베스트셀러를 상업주의로 매도하는 분들은 이 점을 숙고하길 빈다.
--- p.195
[선택]이 출간되고 2년이 흐른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새로 읽을 지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나 같이 필요에 따라 억지로 펼쳐드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읽히지 않을 것이다. [선택]은 2년도 못돼 사멸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이 [김약국의 딸들]처럼 세대를 뀌어넘어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택]은 시대착오적 소설이기 때문이다. 혹여 [선택]의 재림을 야기할지도 모를 우리사회의 퇴행을 나는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다.
--- p.42
[선택]이 출간되고 2년이 흐른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새로 읽을 지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나 같이 필요에 따라 억지로 펼쳐드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읽히지 않을 것이다. [선택]은 2년도 못돼 사멸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이 [김약국의 딸들]처럼 세대를 뀌어넘어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택]은 시대착오적 소설이기 때문이다. 혹여 [선택]의 재림을 야기할지도 모를 우리사회의 퇴행을 나는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다.
---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