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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

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

송혜근 | 생각의나무 | 2001년 02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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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38g | 크기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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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송혜근
1953년 인천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소설'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누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죽였는가',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그대 흐르는 강물을 두 번 못 보리'가 당선됐다. 장편소설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두 개의 가방을 든 남자』『열린 바다를 꿈꾸다』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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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세도가 등등한 거예요'
안토니의 친절은 그녀를 감동시켰다. 어쩌면 안토니는 그 식당에서 유일한 자기 편의 사람을 알아본 건지도 몰랐다. 그녀는 숏커트 머리 여자에게로 선망의 눈길을 던졌다. 깔끔한 태도로 샐러드를 먹으면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말을 하고 있는 여자는 그녀가 보기에도 정말 멋졌다. 그녀는 무엇인가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 매력적인 여자에게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갑자기 여자의 말을 듣고 있던 청바지 남자가 언성을 높였다.
--- p.108
'옷은 자기 속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자신과 만나기 위한 장치야. 아름다운 나와 만나기 위해선 긴장을 해야 하고, 긴장을 하기 위해 옷이 필요하단다. 생일, 결혼 기념일,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그리고 이런저런 모임날이 되면 며칠 전부터 마사지를 하고, 당일이 되면 아침부터 정성스레 목욕을 하고, 머리를 손질하고 잘 세탁된 옷들을 꺼내 입지. 마음에 흡족한 내 모습이 됐을 때의 기분은 예술가가 무대에 섰을 때 느끼는 흥분을 닮았을 거야.'
--- p.144
여러 주인을 거치다가 그녀에게로 온 그 물건들은, 미지의 풍경을 떠오르게 함으로써 신비한 빛을 발했다. 가령 중국산 호두나무 러브시트는 긴 아편대를 물고 발을 마사지해주는 하녀를 나무라고 있는 질투에 찬 첩실을 떠올리게 하고, 실크 카펫은 더러운 손으로 카펫을 짜다가 문득 눈을 들어 먼지를 일르키며 길을 가는 대상의 무리를 바라보는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산 벽시계는 식민지 시대 물건이 그득한 대저택 침실에서 임종을 앞둔 노파가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호두나무 식기장은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깔끔한 하녀와 응큼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백작을 떠올리게 했다.
--- p.14
안토니는 옆 테이블을 슬쩍 살펴본 후 새끼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이곳 단골인데 방송국 사장의 정부가 틀림없어요. 그래서 저렇게 세도가 등등한 거예요"
안토니의 친절은 그녀를 감동시켰다. 어쩌면 안토니는 그 식당에서 유일한 자기 편의 사람을 알아본 건지도 몰랐다. 그녀는 숏커트 머리 여자에게로 선망의 눈길을 던졌다. 깔끔한 태도로 샐러드를 먹으면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말을 하고 있는 여자는 그녀가 보기에도 정말 멋졌다. 그녀는 무엇인가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 매력적인 여자에게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갑자기 여자의 말을 듣고 있던 청바지 남자가 언성을 높였다.
"이봐요. 섹스는 섹스예요. 섹스는 선악을 초월하고, 사랑을 초월하는 제 정신이 아닌 무엇이에요. 그것은 의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예요. 사람의 몸을 짜릿하게 하고, 오싹하게 하고, 짐승처럼 울부짖게 만드는 것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지요? 당신은 과연 그 논리에 맞춰 사드를 읽나요? 그리고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그런 것들을 생각합니까?"
---p. 108
각자는 각기 다른 인생을 충분히 오랫동안 살아왔고 그만큼 긴 침묵이 필요하다는 걸 묵인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자신의 세계에 갇히는 사치를 맛볼 수 있는 것은 곁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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