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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인도

텅빈 인도

임현담 | 초당 | 2001년 02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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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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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37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1530198
ISBN10 89815301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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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임현담
중앙대학과 카톨릭 대학원을 졸업했다. 해마다 히말라야에서 한철을 보내며 그 체험을 바탕으로 『그래서 나는 히말라야에 빠졌다』『히말라야의 순례자』등 인도, 네팔, 히말라야에 관한 책을 다수 저술했다. 히말라야에서 지내지 않는 시간 동안은 수원에서 진단방사선과 개원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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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터에서 얼마나 많은 육신은 허공으로 분열되어 떠났을까. 눈을 감고 내 죽음을 생각한다. 불전에 '하늘 꼭대기에 올라간다 할지라도, 바다 속에 들어가거나 산을 쪼개고 그 가운데 몸을 숨긴다 할지라도, 죽음은 반드시 그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처럼, <꾸란>에서는 '탑 속에 몸을 숨겨도' 찾아낸다는 죽음이다.
--- p.156,---pp.8-13
한밤에 로지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게 생긴 망고 열매를 보았다.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문득 먹고 싶어졌다. 그 깊은 속살의 향긋하고 달콤한 맛이 연상되어 입 안에서 침이 흘러 넘어간다. 서울에서 마셔본 망고 주스와 이 곳 인도에서 먹어본 진짜 망고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다소 두터운 껍질을 벗겨내고 밖으로 나오는 붉은 속살을 맛보면, 망고 매니아였던 아쇼카 대왕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10루삐를 주고 적당한 망고를 두 개 사 가지고 돌아온다.

후텁지근한 습기에 물을 몇 번 뒤집어쓰고 얇은 팬티 한 장만 입고 자리에 앉자 어디선가 조용히 움직이는 도마뱀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도마뱀은 좋지 않은 시력 대신 또 다른 감각으로 방 안에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들어왔음을 느끼는 모양이다. 올려다보니 큰 놈 하나와 작은 놈 둘이 벽에 바짝 붙어 모기와 하루살이를 노려보고 있다.
나무 침대 위에 낡은 힌두 신문지를 펼쳐 놓고 스위스 칼로 망고를 깎으려는 순간, 갑자기 질문이 떠오른다.
"배가 고픈가?"
그렇지 안다. 나는 살고자 하는 공복 대신 달고 단 쾌락적인 맛을 위해 지금 망고에 접근하고 있다. 잠시 칼을 내려놓고 망고 또한 가만히 내려놓는다.
눈을 감는다. 내 몸속에서 단맛을 요구하는 충동이 어디서 생겼는지 찾기 시작한다. 그러자 어디선가 오감 가운데 혓바닥에서 느껴지는 가각이 고개를 들었다가 벽 너머 사라지는 도마뱀처럼 꼬리를 감추는 모습이 보인다. 먹고 싶다는 충동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p.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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