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에 건설된 도시 과나후아토는 멕시코에 있는 많은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중세 도시로, 포석이 깔린 운치 있는길과 중세풍 건출물, 성곽 같은 도시 구조가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중세 유럽의 거리처럼 잘 보존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오늘날 많은 관광객이 찾곤 한단다.
도시 자체의 규모는 크지 않고 볼거리가 센트로에 집중되어 있어 대략 하루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이곳에 온 지 벌써 5일째, 여행객이 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을 주?야간으로 산책 삼아 거닐었더니, 현지인이 다 되어가는 기분. 매일 같은 곳에 들려 생수 및 생활용품을 사고 식사도 해서, 자주 가는 곳은 주인이 벌써 얼굴을 외워서 간단한 농담까지 할 정도이다.
- p. 37-38, ‘카르멘 하우스의 리꺄르도’ 중에서
그렇게 3시간여를 달려 께레따로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왠지 조용하고 깨끗하며 편안한 느낌이 든다. 많은 고민 끝에 하나의 결정이 내려진 후라 마음이 편해서일까. 부겐빌레아 꽃이 늘어선 정원이 있는 도시의 중심 독립 광장과 그 주변의 19세기풍의 스페인식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기대치 않았던 평정심이 든다. 사실 께레따로는 원래 방문할 예정이 없던 도시였다. 급하게 쿠바행을 결정하면서 멕시코시티 외곽 톨루카 공항 주변에서 하루 머물기가 좀 곤란해서 그 중간 지점 정도 되는 위치에 있는 도시를 찾다가 우연히 방문한 곳이다. 평소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더욱 멕시코다운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덤까지 누리게 된 것 같다.
- pp. 43, ‘애증의 땅과 3등 시민?’ 중에서
아직 쿠바로 출국하려면 며칠 기다려야 하고, 여기 일정이 무료하기도 해서 오늘은 이슬라 무헤레스에 가보기로 했다. ‘여자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이슬라 무헤레스는 칸쿤에서 북동쪽으로 8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이다. 가라폰 행상 국립 공원의 내부에 있고, 푸르다 못해 시리도록 선명한 바다를 따라 펼쳐진 조각 모래 위에는 수상스포츠와 레저를 위한 시설이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곳은 값비싼 호텔이 병풍처럼 늘어선 칸쿤 섬의 카리브해를 만끽하지 못한 대부분의 자유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칸쿤이 미국의 돈 많은 관광객들을 위한 초호화 휴양지라면, 이슬라 무헤레스는 다분이 서민적인 카리브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가는 마음도 가볍다.
- pp. 53, ‘서민들의 카리브해’ 중에서
내가 말레꼰을 찾은 시간은 오후 3시다.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와 뜨거운 태양을 식혀줄 그늘 하나 없는데도 말레꼰 방파제 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남학생들은 함께 놀러온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지 연신 다이빙 솜씨를 뽐내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대낮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도 짙은 사랑의 표현을 하는 연인들도 있다.
말레꼰에서 사진을 직고 있으면 어느새 사람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스페인어권인 이 나라 사람들은 다른 중남미 국가보다 영어를 구사하는 비율이 높다. 아무래도 관광이 이 나라 전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외국인 여행객을 만나면 영어로 한마디 말이라도 건네는 것이 이들의 온정일 듯 싶다. …… 이곳에 오기 전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가 상당이 폐쇄적인 곳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선입견이 무참히 깨져버리는 순간이다.
- pp. 71, ‘낯설고도 친숙한 쿠바’ 중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깊은 향을 한 번 들이켠다. 순간 천국을 기대했던 나의 뇌와 기도는 땅끝으로 추락하는 지옥을 경험하며 기다리던 혀끝에게 무한한 무안함만을 준다. “하하하! 누가 시가를 그렇게 빨아?” 웃는 촌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오늘 담배 농장에서 경험한 나와 시가의 첫 만남이다.
흡연자들은 이해할지 모르겠다. 시가는 필터 담배와는 달리, 목 넘김이 아닌 입안에서 혀끝으로 향과 맛을 느껴야 하고, 여러 번 불을 지피듯 불을 붙여야 붙는다는 걸. 시가를 목 넘김으로 빨아들이면 그 독한 향에 몸이 괴로워진다. 나도 몰래 습관적으로 필터 담배를 피우듯 시가를 피워서 사고가 난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한 분들은 나중에 직접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pp. 94, ‘대자연과 시가의 땅, 비날레스’ 중에서
인헤니오스 계곡은 트리니다드에서 동쪽으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옛 사탕수수 농장이다. 19세기 말 대규모로 사탕수수가 재배되던 시절, 이곳에는 50여 개의 농장이 있었고 흑인 노예의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독립 전쟁과 사회주의 혁명으로 지금은 농장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지만, 당시 대부호였던 사탕수수 농장주가 사용하던 저택과 높이 4미터의 노예 감시용 망루는 아직도 남아 있다.
198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인헤니오스 계곡으로 향하는 여정의 가장 큰 매력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증기 기관차를 타고 트리니다드에서 계곡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20세기 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만들어진 증기 기관차가 매캐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시속 30여 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다. 과거에는 사탕수수 운반을 위해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아바나까지 운행했다고 한다.
- pp. 118-120, ‘폭폭기차 타고 가는 사탕수수 농장’ 중에서
칸쿤에서 메리다로 향하는 길 중간에는 치첸이사가 있다. 치첸이사는 유카탄 반도 북서부의 도시이자, 메리다의 동쪽 약 11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마야 문명의 대유적지다. 유적은 건조한 석회암 지대에 있고, 유적군은 6세기경의 마야 유적과 톨테카 문화와 융합된 10세기 이후 유적으로 나뉜다.
7세기에 융성했던 치첸이사는 그 이후 쇠락을 거듭하다 10세기에 중앙 고원의 패권을 장악한 톨테카인과 결연해서 또 한 번의 영화를 누렸다. 이후 13세기까지 전성기를 누리며 유카탄 반도의 상업, 종교, 군사적 중심지 역할을 했다. 유적지 내에는 엘 가스띠요, 전사의 신전, 엘 쏨빤뜰리, 볼 경기장 및 재규의 신전과 천문대 등 넓은 영토에 마치 테마 공원처럼 신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pp. 186, ‘게임에서 이기면 제물로?’ 중에서
밤에 도착한 끄레엘은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인적 드문 강원도 두메 산골 같은 곳이다. 철도역 옆으로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조그마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주변으로 온통 그림같이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깊은 산속 마을이다. 그래도 관광객은 제법 오는 편인 것 같다. 엘 빠시피코 즉, 태평양 횡단 열차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어제 머물렀던 치와와에서 로스모치스까지의 구간을 주 3회 운행하는 열차 노선이다. 하루에 이 노선을 다 보려면 무려 14시간 기차를 타야 하는데, 그중 5시간 동안의 풍경은 별 볼일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행객 대부분이 이곳 끄레엘부터 시작하는 코스의 기차를 탄다.
-pp. 209, ‘자신에게 주는 선물’ 중에서
끄레엘 역에서 손님을 태운 열차는 한 시간 반 즈음 달려 디비사데로에 정차한다. 여기서 승객들은 모두 내려서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구리 계곡, 즉 코퍼 캐니언의 경이로운 풍채를 한눈에 만끽한다. 고지대의 상쾌한 날씨와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전망대 앞으로 다가가면 기괴하고도 장대한 산맥들과 울창한 수목들 사이의 암벽 등이 장관을 이룬다. 전망대 밑 천길 낭떠러지 아래의 기암괴석들의 모습에서부터 울창한 산봉우리까지 보고 있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태고의 신비 그 자체의 세계로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열차를 타기 전 역사에 줄지어 이는 포장마차에서의 멕시코 별미 탐방도 이곳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pp. 216, ‘그랜드 캐니언이 형이라고 부르겠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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