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모두 그만두지 못해.”
그 소리를 듣고 내가 흠칫한 순간, 요시오가 내 손아귀에서 잽싸게 빠져나갔다. 그리고 오륙 미터 앞으로 도망갔나 생각했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이쪽을 향하더니, 힛힛힛 웃음소리를 내면서, 와봐, 와봐 하고 손짓을 했다. 나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다시 자리에 앉아 새끼를 꼬기 시작했지만, 요시오와 드잡이를 할 때부터 빨라진 심장의 고동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것은 요시오가 의외로 강하다는 걸 발견하고서 생긴 것 같았다. 스스무가 그런 식으로 호통 치지 않았다면, 요시오한테 깔려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심장의 고동이 더 한층 격렬해졌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렸다. 나의 자존심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이렇게 구제불능이 되어 버린 자신을, 언젠가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 없이는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전쟁에서 일본이 이긴다 해도 그것을 기뻐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우리 집이 탔다는 소식에 나는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도쿄에 살고 있던 무렵의 나의 세계가 붕괴되어 버린 이상, 우리 집이 불타 버렸다든가, 내가 어렸을 적 놀던 동네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사실은 이미 훨씬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 자신이 변해 버렸기 때문에, 가령 도쿄가 옛날 그대로 있다고 해도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로 나의 운명은 두 개의 손 중 한쪽으로 넘겨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스스무가 타도되면 나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도쿄에 있을 때처럼 자유롭고 발랄하게 행동하고, 모든 아이들의 인망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 대신 스스무 쪽이 이긴다면 그때는 왕따를 당하는 것 정도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공공연히 스스무를 배신했으니까. 아직 내 마음은 태풍을 만난 돛단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스스무가 나와 똑같은 꼴을 당하는 것을 나는 기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의 행동에 은근히 증오심마저 들었다. 저 아이들은 예전에 모두 나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기뻐했던 녀석들과 똑같은 녀석들인 것이다. 나는 그런 감정을 그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는 것으로 표명했다.
그것은 전혀 내가 예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스스무한테는 나에게는 없는 용기가 있다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부반장으로 임명되고, 그리고 스스무에 의해 왕따를 당할 때, 나는 스스무처럼 같은 이야기를 선생님한테 했어야 했다. 나는 그 무렵 따돌림 당하는 것을 굴욕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실을 선생님한테 숨기는 데 노심초사했다. 그것은 나로서는 최후의 오기이기도 했다. 나의 괴로움은 전부 거기에서부터 발생한 것이다. 지금 나는 그 고통의 나날이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에 사로잡혔다. 할 수 있다면, 그 자기 기만의 나날을 다시 한 번 다시 겪고 싶다, 그 오들오들 떨면서 보낸 시간을 다시 한 번 고치고 싶다, 스스무처럼 타협하지 않고 의연히 보내고 싶었다--
나는 새로운 과제 앞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무처럼 의연히 행동할 수는 없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스스무처럼 몇 번 마쓰한테 얻어맞고 그것을 꾹 견디는 용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맞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공포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마쓰를 해치울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마쓰의 힘, 마쓰의 무기, 화났을 때 마쓰의 살기등등한 모습을 생각하니, 그것은 한낱 몽상에 지나지 않았다.
-- 결국 나는 자신의 손으로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전쟁이 끝났다는 외적인 사건의 힘으로, 오직 그것 덕분에 시골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만약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나는 자신도, 자신이 놓여 있는 세계도, 결국 무엇 하나 자신의 힘으로 바꾸지 못했던 게 아닌가, 정말로 무엇 하나 극복하지 못하고서. 그저 도망쳐 온 게 아닌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