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밤이야, 친구들, 더럽게 추운 밤.” 그는 그렇게 조리에 닿지 않는 말로 변호를 시작했다. “자네들은 모두 들길을 다녀 봤고, 들길의 의미를 잘 알지. 지친 개를 출발시키면 안 돼. 자네들은 한쪽 이야기만 들었어. 피부가 잭 웨스턴데일보다 하얀 남자는 우리와 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같은 이불도 덮지 않아. 지난가을 그 친구는 자신이 번 돈 전부인 4,000달러를 조 카스트렐에게 주고 도미니언 천 변의 광구를 사 달라고 했어. 그대로 했다면 그 친구는 백만장자가 됐을 거야. 하지만 그 친구가 서클시티에 남아서 괴혈병에 걸린 동료를 돌보는 동안 카스트렐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맥팔랜드의 술집에서 도박으로 돈을 몽땅 날렸어. 다음 날 카스트렐은 눈 속에 죽어 있었지. 불쌍한 잭은 이 겨울에 아내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들에게 갈 계획을 품고 있었어. 그래서 자기 동료가 잃어버린 딱 그만큼?4,000달러?을 취한 거야. 어쨌건 이제 그 친구는 갔으니, 자네들이 어떻게 할 방법은 없어.”
맬러뮤트 키드는 자신을 빙 둘러싼 재판관들을 둘러보다가 그들의 얼굴이 누그러든 것을 보고 잔을 높이 들었다. “오늘 밤 들길을 가는 사내에게 건배. 그의 식량이 떨어지지 않기를. 개들이 쓰러지지 않기를. 성냥불이 잘 붙기를. 신이 그를 돕고,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기마경찰에게 혼란이 있기를.” 빈 잔들이 쨍그랑거리는 소리 위로 베틀스가 외쳤다.
--- p.20-21
백색 침묵 속에서 고통스러운 생각에 싸여 혼자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검은 침묵은 자비롭다. 그것은 사람을 감싸 주고, 그 숨결은 천 번의 불가해한 위로를 전한다. 하지만 강철 같은 하늘 아래 맑고 차갑게 펼쳐진 백색 침묵은 잔인하기만 할 뿐이다.
1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2시간. 하지만 메이슨은 죽지 않았다. 정오의 태양은 남쪽 지평선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하늘 위로 불의 기운을 던졌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맬러뮤트 키드는 몸을 일으켜 동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한 번 힐끔 보았다. 백색 침묵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았고, 가슴속에 거대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짧은 폭발음과 함께 메이슨은 공중 무덤으로 솟아올랐고, 맬러뮤트 키드는 개들을 채찍질해서 눈밭을 맹렬히 달려갔다.
--- p.35
“그것이 시작이었다. 두 번째 백인이 다시 털 짧은 개를 데리고 와서 개들만 남겨 놓고 떠났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튼튼한 개 여섯 마리를 데리고 갔다. 그 대가로 우리 외삼촌 쿠소티에게 여섯 발을 연달아 쏠 수 있는 놀라운 권총을 주었다. 쿠소티는 덩치가 컸고, 총이 생기자 우리의 활과 화살을 ‘여자들 물건’이라며 비웃었다. 그러고는 총을 들고 볼드페이스 곰을 사냥하러 갔다. 이제 우리는 권총으로 볼드페이스 곰을 사냥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쿠소티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는 용감하게 곰에 맞서서 재빨리 여섯 발을 쏘았다. 하지만 곰은 그르렁거리며 그의 가슴팍을 달걀 껍질처럼 부수었고, 쿠소티의 머리는 벌집에서 꿀이 나오듯 땅바닥에 골을 쏟았다. 그는 훌륭한 사냥꾼이었지만, 이제 그의 아낙과 아이들에게 고기를 가져다줄 사람이 없어졌다. 우리는 화가 나서 ‘백인들에게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백인은 숫자도 많고 뚱뚱한데, 그네들 방식을 따라 하면 우리는 수가 줄고 여윈다.”
--- p.175-176
부엌을 지나가는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 무거웠다. 옷을 벗는 일이 산을 움직이는 것처럼 힘들어서 그는 옷도 벗지 못하고 힘없이 울면서 침대로 기어들었다. 신발 한 짝은 아직도 신은 채였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라서 띵하고 멍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여윈 손가락이 손목처럼 두껍게 느껴졌고, 그 끝에는 머릿속처럼 멍한 느낌이 있었다. 허리가 참을 수 없이 아팠다. 온몸의 뼈가 아팠다. 사방이 아팠다. 머릿속에서 꽥꽥, 쿵쿵, 우당탕 소리가 울리며 방직기 수백 만 대가 돌아갔다. 모든 공간이 방직기 북으로 가득 찼다. 북들이 별들 사이를 누볐다. 그는 혼자서 방직기 천 대를 움직였고, 그것들은 점점 속도를 높였다. 그의 머리도 점점 속도를 높이며 풀려서 마침내 천 개의 북에 감기는 실이 되었다.
--- p.305
7라운드에 들어서자 샌델도 최상의 몸 상태에서 내려왔고, 그가 여태껏 경험한 가장 힘겨운 싸움에 접어들었다. 톰 킹은 노장이었지만, 그와 맞붙은 어떤 노장보다 훌륭했다. 그는 허둥대지 않고, 방어 능력이 뛰어나고, 또 주먹이 울퉁불퉁한 몽둥이 같은 노장, 그리고 양손이 모두 강한 노장이었다. 그렇지만 톰 킹은 공격을 자주 하지 않았다. 그는 망가진 관절을 잊지 않았고, 그 관절로 경기 끝까지 버티려면 타격을 매번 적중시켜야 했다. 코너에 앉아서 상대를 바라보자니 문득 자신의 지혜와 샌델의 젊음을 합하면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샌델은 세계 챔피언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지혜가 없었고, 그것을 얻는 방법은 젊음을 주고 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지혜를 얻으면, 젊음은 그것을 사는 데 쓰이고 없을 것이다.
--- p.367
“그러면 벌레는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사슴몰이가 물었다.
“그 사람은 육식족에게 가서 그곳 왕의 가수가 되었어. 이제는 노인이지만, 예전과 똑같은 노래를 부른단다. 사람들이 일어서서 나아가려고 하면 그자들은 예전으로 돌아가서 나무에서 살려고 한다고.” 긴 수염은 곰 시체 속에서 비계를 한 움큼 빼내서 이 없는 잇몸으로 빨아 먹었다.
“언젠가,” 그가 손을 허리에 닦으면서 말했다. “바보들은 다 죽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 거야. 그들이 강한 자들의 힘을 갖고, 그 힘을 합해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과 싸우지 않게 될 거야. 경비대, 장벽을 지키는 파수꾼도 없어질 거야. 그리고 털보얼굴의 말대로 모든 맹수를 죽이고, 모든 언덕이 염소 풀밭이 되고, 모든 산골짜기에 곡식과 알뿌리를 심게 될 거야. 그리고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고, 아무도 햇빛 아래 뒹굴면서 남이 만든 걸 먹고 살지 않게 될 거야. 바보들은 다 죽고 [벌들의 노래] 같은 걸 부르는 사람은 없는 세상이 올 거야. 사람은 벌이 아니니까.”
--- p.435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순간, 바셋은 응구른의 신경질적인 동작에 열락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늙은 주술사를 잊고 있었다. 짧은 환상은 바셋의 목구멍에 갈라진 웃음을 일으켰다. 산탄총은 들것에 그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가 할 일은 총구를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서 자기 머리를 산산조각 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배신할 필요가 있을까? 바셋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지만 원숭이와 가까운, 식인종에 인두 사냥꾼이지만, 어쨌건 응구른은 자신의 식견에 따라 공정하게 행동했다. 응구른은 윤리와 계약, 배려, 신사적 행동의 선구자였다. 그래, 바셋은 결심했다. 마지막 순간에 그를 배신하는 것은 유감스럽고 불명예스러운 행동이었다. 그의 머리는 응구른의 것이고, 응구른의 손에서 훈연될 것이다.
--- p.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