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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도 멀미해

달팽이도 멀미해

청개구리 문고-2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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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346g | 153*225*20mm
ISBN13 9788997335534
ISBN10 899733553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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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글 : 윤미경
윤미경 선생님은 1997년 시집 『Red』를 출간했습니다. 2012 년 〈황금펜아동문학상〉, 2014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2015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에 동화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순천미술대전 추천작가(수채화가)이며, 방과후 미술강사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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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카리나 불어 줄랑가?”
창틀을 닦아 놓고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욕할머니가 말했다. 아빠가 놔 준 수지침을 꽂고 거만하게 내려 보며 그런 말을 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할머니는 왜 그렇게 뻔뻔하세요? 치매예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진이 너!”
아빠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찰싹!
눈앞에 불이 번쩍했다. 아빠가 내 뺨을 때리다니 믿을 수가 없다. 창피해서 아픈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아빤 돌아가신 할머니한테나 잘하지 왜 생판 모르는 사람들한테 효자인 척해요?”
발개진 볼을 감싸 쥐고 아빠에게 소리쳤다.
“할머니 돌아가신 날!”
내 말에 아빠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날 출장 가야 한다고 가 버려서 할머니 혼자 외롭게 저승길 가셨다며 다들 얼마나 수군댔는데. 아빤 이중인격자야!”
아빠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아빠가 내 눈을 보며 억지 봉사를 강요했던 것처럼, 나도 아빠의 흔들리는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오카새의 노래」, 31~32쪽)

저만치서 커다란 거북이를 탄 규하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꿈을 꾸는 듯했다.
“규하야. 너 살아 있었던 거야?”
믿을 수가 없었다. 눈부시게 멋졌던 그날처럼, 규하가 웃고 있었다.
“나? 좀 멀리 여행 중이지. 인사도 못 하고 가서 미안해. 내가 원래 성질이 좀 급하잖냐.”
규하는 거북이 등에 탄 채 활기차게 헤엄치며 내 주위를 돌았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규하야, 나도 데려가!”
규하는 유쾌하게 웃었다.
“바보야. 내가 거북이 보냈잖아.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 거북이 타고 와.”
규하의 웃는 얼굴을 보니 지금껏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미안해, 규하야.” --- p.71

이제 보니 채원이의 양쪽 엄지손톱은 모두 닳고 닳아서 발갛게 몸살을 앓고 있었다. 채원이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무도 들여다봐 주지 않아 외로웠을 아픔이 그 손톱 안에서 잘게 부서지고 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나는 채원이의 손을 꼭 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딱 하루만 산다 해도…….”
꼼질거리며 손을 빼려던 채원이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
“너처럼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소원이었다. 너무나 간절해서 한 번쯤은 소리 내어 빌어 보고 싶던 소망.
“너 그거 아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될까 봐, 난 물 한 모금도 마음껏 마실 수 없어.”
채원이가 말없이 내 눈을 바라봤다. 이런 말은 좀 시크하게 해야 하는데 주책없게도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눈물이었다. 낙타처럼 혹이 될까 봐 꾹꾹 눌러 납작 해졌던 서러움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몸을 부풀리며 일어나는 듯했다.
--- p.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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