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우리 한 판 더 찍어 주이소.'
모두 놀라며 준석을 바라본다. 준석이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설명한다.
'야, 생각해 봐라. 우리 이 사진이 기념으로 남는 긴데, 나중에 어른 돼가 자식들 보이 주믄 아부지 옛날에 양아치였나, 그랄 거 아이가.'
듣고 보니 그럴 듯한 이야기다. 나머지 녀석들도 수긍하며 사진사를 쳐다본다. 사진사가 딴에 꽤 대견해 보이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p.168-169
동수가 세면대에서 얼굴을 든다. 그리고 물 묻은 얼굴 그대로 뒤돌아 준석을 바라본다. 불만이 가득한 눈빛이다.
'와 그라노?'
동수의 뚱단지 같은 질문에 준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묻는다.
'뭐를?'
'상택이한테 말라꼬 그래하노?'
무척 퉁명스러운 말투다. 하지만 준석은 그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대꾸한다.
'친구 아이가.'
그래도 동수는 여전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항상 붙어다니는 자신보다 상택을 더 챙기는 준석의 태도를 전혀 알 수가 없다다. 게다가 자신 또한 진숙에게 은근히 마음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수는 내심 심한 배신감에 상택에 대한 질투심까지 치밀어오른다.
'나는? 나는 뭐꼬?'
동수의 목소리에 적지 않은 반감이 실려 있다.
그러나 준석은 여전히 크게 마음에 두지 않는 기색이다. 변기물을 내리고 손을 닦으면서 건조한 음성으로 말한다
'진숙이, 니 묵으라꼬 부른 거 아이다.'
말을 마친 준석이 문을 열고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눈르 아래로 내리깔고 있던 동수가 갑자기 준석의 어깨를 턱 잡느다. 순간 준석의 몸이 굳어지며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나는 뭔데?'
금방이라도 불만이 폭발할 듯한 동수의 목소리다. 준석이 동수의 화난 얼굴과 자신의 어깨에 얹혀진 그의 손을 번갈아 쳐다본다.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다.
'나는 니 시다바리가?'
동수의 비꼬는 말투에 비로소 준석의 안색이 싹 바뀐다. 거친 욕설이 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니, 죽고 싶나?'
그 말에 동수가 욱 하며 금방이라도 칠 듯이 준석을 노려보자 준석도 한치의 양보도 없이 동수를 노려본다. 잠시 후 동수가 먼저 슬그머니 눈을 피하더니 준석의 어깨 위에 올린 손을 내려 놓는다
준석이 다시 아물 일 없었다는 듯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그때, 동수가 고개를 숙이더니 나지막한 어조로 준석을 부른다.
'준석아!'
'와, 아직 할 말 남았나?'
돌아보지도 않는 준석이 대답한다. 금세 평정을 되찾은 어조다. 동수가 짤막하게 한 마디 묻는다.
'니도 진숙이 좋아하던 거 아니었나?'
준석의 튼튼해 보이는 등판이 움찔 흔들린다. 대답할 말을 찾는지 잠자코 그렇게 서 있던 준석이 역시 앞을 보고 있는 채로 다짐을 둔다.
'상택이한테 뭐라고 입 놀리면 니. 직이삔다.....'
깊이를 알 수 없이 착 가라앉는 못소리다. 곧 문이 닫히고 동수는 여전히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픽 웃음을 터뜨리고 중얼그린다.
그러다가 혼자서 되까리듯이 중얼거린다.
'니, 죽고싶나?'
비좁은 화장실 안에 동수의 중얼거림이 공허하게 울린다.
--- p.129-131
"니가 준석이라 카는 새끼가?"
영도의 형 영진이 무척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준석을 보며 묻자, 준석은 묵묵히 3학년 학생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는 모습이 영진의 눈에 몹시 거슬린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준석을 본다.
"야, 이 좇맹거 새끼야! 니는 입 뒀다 뭐할라 카노?"
준석과 동수의 얼굴이 굳어지고 상택과 중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간다. 그러나 준석과 동수는 대답이 없다. 둘이 대답이 없자 영진의 얼굴이 험학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진이보다 먼저 3학년 학생 중에 키가 큰 녀석이 발로 준석의 복부를 걷어차 버린다.
"이 좆 같은 새끼야! 니, 선배가 우습게 보이나?"
복부를 채이고 넘어졌던 준석이 천천히 일어선다.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다. 동수는 한쪽에 서서 그저 보고만 있다. 준석을 걷어찬 3학년 녀석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이 붉어진다. 다시 준석을 치려하는데 준석이 녀석을 쏘아보며 입을 연다.
"선배! 이쯤에서 끝냅시더."
--- p.92
"니가 준석이라 카는 새끼가?"
영도의 형 영진이 무척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준석을 보며 묻자, 준석은 묵묵히 3학년 학생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린다.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는 모습이 영진의 눈에 몹시 거슬린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준석을 본다.
"야, 이 좇맹거 새끼야! 니는 입 뒀다 뭐할라 카노?"
준석과 동수의 얼굴이 굳어지고 상택과 중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간다. 그러나 준석과 동수는 대답이 없다. 둘이 대답이 없자 영진의 얼굴이 험학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진이보다 먼저 3학년 학생 중에 키가 큰 녀석이 발로 준석의 복부를 걷어차 버린다.
"이 좆 같은 새끼야! 니, 선배가 우습게 보이나?"
복부를 채이고 넘어졌던 준석이 천천히 일어선다.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다. 동수는 한쪽에 서서 그저 보고만 있다. 준석을 걷어찬 3학년 녀석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이 붉어진다. 다시 준석을 치려하는데 준석이 녀석을 쏘아보며 입을 연다.
"선배! 이쯤에서 끝냅시더."
---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