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 있는 신비한 가게, 그 안이 궁금하다!
어느 날 진달래 마을에 안개가 밀려온 후 길모퉁이에는 새로운 가게가 생긴다. 가게 앞의 골동품 같은 조각상이며, ‘행운돼지’라는 유치한 간판까지 보나마나 시시한 가게일 것만 같다. 그런데 광고 전단지가 눈길을 잡아끈다.
“당신에게 커다란 행운을 공짜로 나누어 드립니다.”
행운을 공짜로 나누어 준다고? 분명히 사람을 끌기 위한 전단지겠지. 믿기 어려운 광고다. 그러나 행운돼지에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한 번 주름을 펴면 영원히 주름이 가지 않는 다리미, 클레오파트라가 쓰던 가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책까지 그야말로 ‘행운’을 공짜로 얻은 것이다. 도대체 이런 신비한 물건을 그냥 주는 가게 주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친숙한 현실에서 출발한 상상의 세계
『길모퉁이 행운돼지』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빚어 낸 우스꽝스런 현실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흥미롭게 그려 낸 판타지 동화이다.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인공 소년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내적 갈등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들이 책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길모퉁이 행운돼지』의 배경이 되는 진달래 시는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주싸 옷가게’에서 싼 옷을 자주 사는 엄마, 길거리에서 껌을 씹는 아이들만 보면 혼을 내는 고래고래 아저씨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평범한 마을이다. 주인공 소년 역시 어쩌면 내 모습 같기도 한 보통 아이다. 이렇듯 친숙한 현실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행운돼지 가게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상상의 세계로 연결된다.
신비한 물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사람들이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돼지로 변한다는 설정, 사건 속으로 풍덩 들어간 주인공 소년, 스릴 넘치는 내용 전개 등『길모퉁이 행운돼지』는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깊은 공감과 재미를 안겨 줄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은 2011년에 개정된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 「읽기」교과서에 수록되었다.
독창적인 표현으로 눈길을 끄는 그림
2007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화가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도를 선보인다. 양옆, 위아래, 가운데 할 것 없이 펼친 면 여기저기에 파고든 그림 요소는 글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또 세련된 무채색과 원색의 적절한 배열, 트레싱지의 사용, 콜라주 기법 등은 현대적이면서도 독특해서 신비한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 주고 있다.
특히 하늘로 치솟은 실험적인 구도의 아래 그림은 인간의 욕심에 따른 결과를 경고하는 듯하다. 위태위태한 심리가 잘 드러나며, 추상적인 개념 ‘욕망ㆍ욕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톡톡 튀는 상상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 화가 김숙경은 이 책의 일러스트로 2007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