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야, 엄마 회사 다녀올게. 친구들이랑 잘 놀아. 엄마 일 마치고 빨리 올게. 자, 뽀뽀!”
화영은 네 살 된 딸 은서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며 언제나 이렇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웬일인지 은서가 울먹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날이 많았다.
“엄마, 오늘 회사 가지 마. 회사 가지 말고 나랑 놀면 안 돼?”
은서는 절대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 치마를 붙잡고 늘어지는 날도 있었다. 아침마다 떼를 쓰는 은서를 대할 때마다 화영은 남편이 지금보다 돈을 잘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은서를 돌보며 둘째 낳고 평생 동안 그저 평범한 주부로 살아도 걱정 없을 정도로 말이다. 돌아가신 엄마 말처럼 ‘평범한 직장인 말고 돈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할걸’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씁쓸하게 웃기도 했다.
더구나 진수는 최근 들어 화영을 더욱 열받게 하고 있었다. 맞벌이 부부로서 가사와 육아는 공동으로 분담하자던 약속을 시간이 지날수록 지키지 않고 있었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듯 화영은 육아와 가사, 직장 일을 모두 소화하고 있었다. 당연히 정신적 ·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화영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1장. 본분 다하기 중」중에서
여행 2일 차, 로마의 아침이 밝았다. 화영과 진수는 저녁 식사 후 이번 여행 팀의 친목회 회장의 제안으로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사실은 이 양반이 교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하면 곧바로 이혼하려고 했었어.”
회장 부인이 의외의 말을 꺼냈다.
“숱하게 싸우면서 이 양반과 결혼한 걸 수천 번도 더 후회했거든. 그런데 이 양반이 5~6년 전부터 갑자기 달라지더라고. 그 좋아하던 술을 입에도 대지 않고 집안일도 도와주기 시작하는 거야. 자기 이부자리도 정리하지 않던 양반이 말이지.”
회장은 자신이 변신하게 된 계기가 여동생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왜 오빠랑 남동생이랑 자취하면서 밥하고 설거지하면서 학교 다녔는지 알아? 그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야.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절대 안 하겠지만. 황혼 이혼하는 사람들이 왜 많아졌겠어? 세상이 변했는데도 가부장적 시절만 생각하며 사는 남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오빠도 계속 그렇게 살다간 황혼 이혼 당할지 몰라!”
---「1장. 본분 다하기」중에서
“영식 씨, 내 부탁하나 들어줘. 영식 씨 교수 되면 신혼여행 못 간 대신 유럽 여행 같이 가고 싶었어. 나 죽더라도 꼭 한번 데려가 줘. 이탈리아, 파리, 스, 스 스으, 스이….”
스위스란 말을 마치지 못하고 아내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정 교수는 매년 2월이면 여행을 떠난다. 아내와 영혼 여행을 가기 위해서다. 여행지에서 만난 부부들에게교수는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하곤 한다.
“형편이 나아지면 잘해주겠단 생각부터 버리세요. 사랑이 유효 기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다려주지도 않거든요. 아내나 남편이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을 때 잘해주세요.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나중에 돈 벌면 근사한 명품백 사주겠다는 다짐 대신 퇴근할 때 아내가 좋아하는 붕어빵 한 봉지, 만두 한 봉지를 사들고 가세요. 그게 남편으로서의 분분을 훨씬 더 잘하는 거예요.”
---「1장. 본분 다하기」중에서
자신의 배우자와 아예 대화를 하지 않고 사는 남포, 마포 부부들도 있다. 대화는 하지만 꼭 필요한 대화만 하는 경우도 있고, 말조차 섞기 싫다며 문자 메시지나 빈 종이에 글을 써서 대화를 하는 부부도 있으며, 아예 자녀를 통해서만 대화하는 부부들도 있다.
왜 이혼하지 않고 남포, 마포 부부로 사는 걸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애들 엄마와 주부로서의 본분은 다하니까, 이혼해도 어차피 가사도우미는 있어야 하니까.”
“그래도 생활비는 꼬박꼬박 가져오고 애들 아빠로서의 본분은 하니까.”
“아이들 정서 문제, 부모님, 직장 생활 생각하면 이렇게 사는 게 이혼한 것보단 낫지.”
어짜피 나만 참으면 되므로 포기하면서 살겠다는 것이다.
부부간에 포기하면서 사는 경우 외에도 가족끼리 서로 포기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의 연을 끊고 사는 사람들, 형제의 정을 끊고 사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 역시 상대를 존중하기보다 자기 중심적인 생각만을 하며 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발 물러서서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장. 존중」중에서
김명애 씨는 오빠와 남동생,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교육을 위해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희생했다고 말했다.그렇게 열심히 아이들 뒷바라지를 했건만 그녀는 요즘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남편은 일 때문에 늦게 귀가하고, 애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학 생활하랴 취업 스펙 쌓으랴 매일 늦게 들어오니 결국 집에는 자기 혼자만 있게 되더라고 했다.
“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끼니도 혼자 라면 끊여 먹거나 미역국에 찬밥 말아 먹는 게 대부분이고, 주말에도 혼자 TV 보는 날이 많아요. 제 신세가 꼭 집 지키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3장. 배려」중에서
이 씨는 자녀와의 소통의 싹을 자르지 않고, 언제나 자녀와 양방향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씨는 아침마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과 같이 집을 나선다. 아들과 버스 정류장까지 6~7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함께 걷는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이정수 씨에게는 아들과 소통하기 위한 몇 가지 노하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매일 아침 아들 머리를 감겨주는 것이다. 이정수 씨의 또 다른 소통법은 일주일에 3일은 아들과 함께 자는 것이다. 아들과 같이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아들이 그날 학교와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한다.
---「4장. 소통」중에서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기혼자들에게 던지면 연령대별로 다른 답이 나온다. 20~30대 부부 층에서는 ‘사랑’이라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온다. 그러나 연령대가 40~50대로 높아지면 ‘돈’이라는 답을 하는 부부 비중이 가장 높게 나온다. 40~50대 이상 연령층에서 왜 그와 같은 답변이 높게 나올까? 부부로 살아가려면 사랑, 존중, 배려, 소통과 같은 행복 솔루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부부로 살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리라.
---「5장. 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