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자동차의 역사에는 결코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다. 1980년대 초, 포드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간결하고도 인상적인 광고문구를 찾고 있었다. 광고문구는 포드 자동차의 우수성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포드 자동차의 광고는 주말 텔레비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미식축구 경기, 저녁 뉴스 프로그램, 오락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광고를 넣었다. 이들은 포드 제품을 구매하면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은 없다(No Unhappy Owners, 줄여서 N. U. O. )”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 전역에 있는 수천 명의 포드 자동차 판매상에게 광고 내용을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광고가 담고 있는 내용은 “포드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면 문제점을 해결해주겠다”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결함이 있는 포드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그 차량을 판매상에게 가져오면 만족스러운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자 미국 전역의 포드 자동차 판매상들은 판매점으로 찾아온 포드 차량 소유자들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포드 차량 소유자들은 광고에서 약속한 만족스러운 수준의 수리를 요구했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판매상들은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었고 포드의 이미지는 크게 손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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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고 잘못된 리더십은 그 어떤 장애 요소보다 더 조직지능을 높이고 기업활동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능력에 치명상을 입힌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경영자는 지적 능력과 원숙함, 뛰어난 능력, 높은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그렇지 못하다. 정치를 예로 들면 경제가 발달한 국가에서 대통령이나 수상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은 당연히 높은 품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가 움직이는 과정을 살펴보면 능력 없는 자들이 우두머리에 올라서는 일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뛰어난 기업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무능하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이 기업의 수장이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저자는 수년 동안 기업 리더십과 경영자들의 승진방식을 살펴본 결과, 형편없는 사람-형편없는 사람이 너무 심하다면 평범한 사람-이 기업의 수장으로 어떻게 올라서게 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권력의 심리와 권력병리病理가 관계되어 있다. 저자의 이론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러한 자리에 오르려는 강렬한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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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하던 전성기에 모토로라는 품질관리기법으로 여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식스시그마six-sigma’라는 이름의 정교한 품질관리 프로그램은 많은 기업들의 표준이 되었다. 식스시그마 는 백만 개당 3.4개 이내의 하자를 목표로 한다. 모토로라는 식스시그마로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저명한 볼드리지상을 수상했고, ‘모토로라 대학’을 통해 품질관리기법을 다른 회사에 전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움에 처했다. 아날로그 기술에서 디지털 기술로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경쟁업체들이 디지털 신호 표준을 두고 경쟁하면서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더 훌륭하고 더 작은 상품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모토로라는 종래의 아날로그 기술을 고집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토로라가 디지털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기까지는 최소한 2년이 걸렸다고 한다. 2년이면 ‘디지털 시대’에서는 매우 긴 기간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모범이 될 만한 성공적 품질관리가 오히려 족쇄가 되어 종래의 기술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토로라의 경영진은 뛰어난 품질성과에 자만한 나머지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발맞추기 위해 종래의 방식을 버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식스시그마는 한때 가장 강력한 무기였으나 이제는 역설적이게도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다. 결국 모토로라의 식스시그마 체험은 시크시그마Sick-sigma, 즉 병든 시그마 체험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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