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책 한 권 정도는 지니고 있다. [성경][자본론][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등등 말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삶의 의미에 대한 나의 철학이 담긴 이 책을 읽는 것이 당신의 삶에 보탬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책은 앤드류 타넨바움의 [운영체제: 디자인 및 실행]이었다.
--- p.92
물론 이런 변화의 궁극적인 목적지도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사회를 지나면 당연히 오락사회다. 하루 종일 인터넷과 무선통신을 이용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더 이상 뉴스거리로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또 시스코 같은 회사가 한물 가고 디즈니 같은 회사가 세상을 소유하는 시대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그리 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 대단한 의미는 아닌지도 모른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이론일 뿐이다. 내가 말하는 '삶의 의미'는 실질적으로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직접 안내해 주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이렇게 말해줄 뿐이다. '그래, 싸우고 헤쳐나가는게 인생이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을 즐기는 게 될거야.'
그것은 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리눅스 같은 프로젝트에 매달리는지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의 경우, 리눅스는 동기와 관련된 가려운 곳 두 군데를 동시에 긁어주는 수단이다. 생존이 당연한 것이 되자, 리눅스가 그 대신에 모든 작업에 참여한다는 사회적 동기뿐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지적 도전을 즐긴다는 오락적 동기까지 만족시켜 준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맞대진 않았지만 이메일을 통해 메마른 정보 교환 이상의 것, 즉 우정과 여타 사회적 결속을 체험한 것이다.
또한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이 우주에서 다른 지적 생명체를 만난다면 우리의 첫마디가 '우릴 당신의 지도자에게로 안내하시오.'가 아니라 '이봐, 신나게 놀아보자고!'가 될 것임을 뜻한다.
물론, 내가 틀린 건지도 모른다.
--- p.349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강점이다. 가장 현명하고 가장 우수한 차세대들이 당신의 제품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차세대를 흥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와 DOS가 아니라, PC였다. PC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DOS를 제외하고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가장 현명한 젊은 세대들 상당수가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리눅스와 오픈 소스 철학, 두 개 모두가 대학가에서 주요 흐름이 되고 있는 이유는 일종의 반체제 감정이다. 반체제 감정은 '거대한 악마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거부 빌 게이츠 진영'에 대항하고 있는 '사랑과 자유 소프트웨어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과 리누즈 토발즈 진영'에 대한 지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 젊은 세대들이 졸업 후 기업에 입사하면서 리눅스에 대한 사랑 역시 함께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어디로 진화해 갈 것인지 이해하려면 무엇이 진정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생존, 사회적 질서 내에서 위치, 그리고 오락, 이 세가지가 바로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인 것이다.
생존하라. 사회화하라. 즐겨라. 그것이 진보다. 그래서 우리가 '그냥 재미로'를 이 책의 제목으로 택한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충분히 진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결국 우리의 즐거움을 위한 게 된다.
내가 말하는 '삶의 의미'는 실질적으로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직접 안내해 주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이렇게 말해줄 뿐이다. "그래, 싸우고 헤쳐나가는 게 인생이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즐기는 게 될 거야."
--- 본문 중에서
내 생애 첫 연설의 전날 밤이었다. 호텔 방이 너무 추워서 나는 덜덜 떨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따뜻함을 느낄 정도로 나방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름 방처럼 커다란 창문까지 달려 외풍이 굉장했다.하지만 1993년 11월 4일 밤, 잠을 못 이룬 것은 추워서가 아니라,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다.
대중을 상대로 연설을 한다는 것은 항상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학창 시절, 힘들여 조사한 것(에를 들면 쥐 같은 것네 대한 조사)을 발표해야 할 때도, 나는 항상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발표하기 위해 일어서면, 입은 떨어지지 않고 멋쩍은 웃음만 흘러나왔다. 결코 발표를 장난으로 생각했다거나,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어떤 문제점을 발견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급우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칠판 앞으로 나갈 때면 불편한 마음을 더욱 감풀 수 없었다.
--- p.175
그 해 여름 나는 단 두가지 일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와 '719페이지 분량의 '운영체제:디자인 및 실행'을 읽는다.' 이 두 가지 말이다. 그러므로 여름 내내 붉은색의 부드러운 커버가 달린 그 텍스트는 내 침대 곁을 떠날 줄 몰랐다.
---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