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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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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9쪽 | 226g | 135*205*10mm
ISBN13 9791186091449
ISBN10 118609144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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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은유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1996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이른 아침 사과는 발작을 일으킨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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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연애

무작정 달려가고 싶은 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 때나 그를 향해 마구 마구 치달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다가 책장을 덮어 팽개쳐버리거나
꾸역꾸역 밥을 먹다가 밥숟가락을 내던지고
느닷없이 차를 몰고 가거나 밤기차를 타고 가
자고 있는 그를 불러내 대책 없이 매달리고 싶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나를 맞이한
부스스한 머리 모양을 하고
집에서 입고 있던 허름한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와
눈곱을 떼어내려고 눈을 비비대는 그를 보고 실망도 하겠지
내 마음엔 얼마나 많은 허공이 둥둥 떠다니는지 참혹하게 느끼겠지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전화를 받던
갈라진 목소리가 떠올라 몸서리도 쳐지겠지
피다 만 담배를 구겨 꺼버리듯 미련 없이 돌아서 가겠지만
그는 다만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기를
열정이 바닥나 맨발로 그가 찾아온대도 나는 그저 시큰둥하겠지
그렇더라도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금기의 마약 같은 허밍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면
맑은 날에도 바람에서 나는 비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겠지
불현듯,


식물성 약속

몸에 새겨진 숫자를 지우기 위해
식물성이 되기로 한다
질기고 단단한 육질을 씹다가
대기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있다
시무룩하게,
고작 열을 세지 못했지만 완성되지 못한 불운한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숫자 10
통로가 비좁은 계단에서 일곱 번째 인사를 나누고
새들은 돌아오지 않고
가파른 골목에서 여덟 번째 저녁이 오는 동안
난간의 고양이는 여름 사냥에 나선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동물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새들이 날아간 하늘 뒤편으로 날은 어두워지고
큼큼거리는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 위로 비린내가 깊어가는 밤,
햇빛과 바람으로 떠오르는 동안
달콤한 미각이 일순간 사라져
계절이 지나간다면
열 번째까지 동물성을 피하기로 한다
만나는 순간 이별이 와서 가을부터 봄까지
후생을 기약하기에
아직 이별은 완성되지 못했으므로
여름이어도 겨울이어도 언제나 뿌리처럼
식물로 흘러가리라


[시인의 말]

더 부드러워지고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도록

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일까

오랜 시간이 흘렀다
꽃 같은 침묵이 흘러가고 있었다고 말해야 하나

시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싶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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