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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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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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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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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년 08월 07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3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0.6만자, 약 10.2만 단어, A4 약 191쪽?
ISBN13 9791131566572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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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류.
짜식, 진짜 잘생기긴 했네!
아까 메뉴판을 가져왔던 잘난 놈이 순식간에 오징어로 변신할 만했다. 그리고 기생오라비같이 잘도 나왔네, 사진 제대로 포샵을 했구나 싶었던 제 차 안의 남자의 프로필 사진이 정말 안 나온 사진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영화 시사회에도 사심으로 문화부 동기들 따라가 본 적도 있었는데, 이 잠깐 5초 동안의 스캔만으로도 왜 저 남자가 저런 얼굴로 배우를 안 하는 걸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남자가 저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나이스!
“무슨 일이십니까?”
목소리도 딱이었다. 비주얼에 딱 어울리는. 그러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 자신은 저 뒤에서 얼굴이 창백해지는 아줌마 팬이 아니었다. 설마 저 남자가 저 입술에 버터를 바르고 쥬뗌뮤를 외쳐도 정신이 나갈 리 없을 테니까.
“전복이 질기다고요. 여기 쉐프신가요?”
그녀는 힐끗 제 탁자 위를 보았다. 아까부터 손목이 나가도록 무거운 고급 커트러리는 모양만 예쁜 게 아니었다. 남자는 은수에게 시선을 주더니 제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은수는 보지 않아도 옆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쁜 놈, 새파란 게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두고 보자.
“죄송합니다. 바꿔 드리겠습니다. 조 실장님?”
“네, 대표님.”
물 흐르듯 부드럽던 조 실장의 굳은 목소리를 들은 남자가 짧게 한마디를 하고 돌아서려 했다. 이제 보니 남자의 하얗고 창백한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 내려앉아 있어 보였다. 뭐, 밤새 송아지 고기 두드리느라 그런 건 아닐 테지. 그러나 남자가 멀리 가 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이봐요.”
은수가 다급함을 감추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돌아선 남자가 멈칫했다.
“……?”
“그저 잘못된 음식 바꿔만 준다면 다예요?”
이제, 제 앞으로 6개월, 아니 일 년의 운명이 달린 일만 아니라면, 저렇게 생긴 남자가 죄송하다는데, 괜찮다고 실실 나사 빠진 여자처럼 웃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나면 절대 안 되는 거였다.
어떻게 하면 저 남자의 창백한 얼굴을 확 달아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녀는 살짝 넓은 유리 접시를 끌어 테이블 끝에 당겨놓았다.
“와서 보시라고요. 대표시라면서요? 여기 엄청난 식당 아닌가요? 들어오는데도 그렇게 사람 괄시하더니 겨우 바꿔 준다면 다예요?”
휙 바람 소리가 나듯이 남자가 돌아섰다. 그러나 제 염원대로 얼굴이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마치 그린 것 같은 드라마틱한 입술 양쪽이 딱딱하게 굳은 게 보였다. 이대로 한 대 치겠다 싶을 정도였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미 주변에서는 무슨 일인가 하고 교양을 가장해 힐긋거리는 게 느껴졌고, 저쪽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급하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그게…….”
하나, 둘, 셋! 남자의 굳은 미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힐끗 제가 걸쳐 놓은 무거운 육류용 포크를 쳐다보고는 남자가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면서 탁자 모퉁이를 툭 건드렸다.
“아얏!”
쨍그랑!
“손님!”
“꺄악!”
거의 같은 순간에 요란한 소리가 났다.
“괜찮습니까?”
순식간에 계산한 거였다. 그리고 잘 안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제 편이 틀림없었다. 온몸에 느껴지는 통증의 강도로 보아 제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큰일이 일어났음을 알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이스인걸!
“아악!”
순간적으로 감았던 눈을 뜨자, 그 잘생긴 얼굴이 바로 제 앞에 있었다. 그리고 제 무릎 앞에는 커다란 유리 접시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제가 ‘증오’해서 내던진 ‘너무 익힌’ 질긴 전복이 제 새까만 타이트스커트의 무릎 위에 곱게 놓여 있었고, 무엇보다 놀라게 만든 건 제 오른 손목에 꽂혀 있는 고급진 에르메스의 육류용 커트러리였다!
“꺄아악!”
아니 저 아줌마는 왜 나 대신 기절이래?
--- 본문 중에서
“내가 계륵 하나 보내려고.”

어제부터 잠을 못 잔 구정수 편집장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전화기 저편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만 들으면 아직도 얼떨떨한 수습기자 그대로인데…….

<계륵이라뇨. 어디 그쪽에서 보낸다고 덥석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치부에서 리빙으로라니 말이 안 되죠.>

“되게 만들어 봐.”

버릇처럼 턱을 쓰다듬자 수염 자국이 까칠하게 제 손바닥을 찔러 댔다.

<혹시 이번에 그 조 이사 사위 사건 때문에?>

“눈치 백단일세. 거기 임파서블한 거 있어? 그런 거 하나 떠넘겨. 거기에 콱 기가 죽어서 나자빠지게.”

<계륵이라면서요. 뭐, 조조는 버리지도 먹지도 못했다지만, 요즘 닭갈비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데.>

전화기 저쪽에서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능력은 있어. 아마 뭘 따 오라고 해도 다 따 올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웬만한 거 말고 진짜 불가능한 거 알지? 그런 거 하나 줘. 한 일 년 푹 썩게. 그쪽 파트에는 그런 기획 많잖아?”

<많죠. 그런데 누구요? 구정수 편집장님이 조무래기 신참들 조자룡 한칼 쓰듯 하시는 거 유명한데, 누굴 그렇게 가드를 하려 하시는 걸까? 괜히 궁금해지는데요.>

10년 전 한창 혈기 왕성한 수습기자로 들어왔다가 정치부를 버티지 못하고 같은 계열사 내 리빙 파트로 옮기더니, 편집장까지 고속 승진을 한 후배 영선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구정수는 숨겨서 뭣할까 싶었다. 어차피 돌아가는 사정을 다 알 텐데. 아마 알고 있으면서도 저를 떠보는 걸지도 모른다 싶었다.

“이은수.”

<네?>

전화기 저편의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아니, 그…… 이은수 기자를 여기에 보낸다고요?>

“내가 어떻게 이문용 편집장의 딸내미를 그냥 내칠 수 있겠어? 그러니까 부탁해. 이사회에서 손발 다 들 만한 엄청난 걸로.”

밖에 비가 내리는 모양이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그는 손가락으로 흐물거리는 플라스틱 블라인드 사이를 벌렸다. 먼지가 뿌연 창으로 아래 주차장이 그대로 보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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